이 기사는 2019년 06월 17일 07: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창업자에게 기업은 인생의 전부이자 동반자다. 인생의 굴곡이 고스란히 녹아있기 때문이다. 김희원 아스트 대표이사 또한 마찬가지다. 아스트는 2001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항공기 골격재 '스트링거' 부문이 분사해 설립된 업체다.법인 독립을 주도한 장본인이 바로 김 대표다. 김 대표는 항공기 부품 사업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시장에서 고군분투하며 뿌리를 내렸다. 이후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아스트는 명실상부 국내 대표 항공기 부품사로 성장했다.
성장 단계 때마다 외부 자본 수혈에 나서면서 자연스럽게 김 대표 측 지배력은 줄어들었다. 특히 2014년 12월 기업공개(IPO)를 거치면서 지분율이 크게 희석됐다. 실제 창업 초기 60%가 넘었던 지분율이 당시 20%대로 쪼그라들었다.
이제 안정을 추구할 법도 하지만 김 대표는 또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아스트는 올해 초 미국 업체로부터 세계 3대 항공기 제작사 '엠브라에르'의 'E-Jet Ⅱ' 기종 동체 제작 사업권을 인수했다. 전체 거래 대금은 약 1300억원에 달했다. 이 거래로 중장기 수익성 확보가 가능해졌다.
다만 천문학적인 사업 참여 비용이 부담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아스트는 계약 체결과 동시에 93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나섰다. 증자 대금으로 사업 비용을 충당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이 과정에서 창업자는 다시 한번 지배력 약화를 감내해야만 했다. 지분율에 따라 김 대표는 총 148억원 어치의 신주가 배정됐다. 하지만 개인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은 탓에 배정 물량의 60%를 포기했다. 그 결과 18% 수준이었던 개인 지분율이 14.2%까지 희석됐다.
그나마도 주식담보대출로 자금을 조달했다. 이미 지분 담보가 많았던 김 대표는 신규 계약 건까지 더해 전체 보유 지분의 34% 가량을 담보로 잡혔다. 최악의 경우 주가 하락으로 담보권이 실행되면 더 이상 경영권을 유지하기 힘든 수준이다. 아스트 창업자가 글로벌 도약을 위해 사실상 마지막 베팅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김 대표는 아스트를 낳고 키웠다. 이 금지옥엽의 더 큰 성장을 위해 경영권 지분을 포함해 모든 것을 걸었다. 결과는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그 결단 만큼은 시장에 큰 울림을 주기에 충분하다. 아스트 창업자의 그 변함없는 창업정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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