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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벨로퍼 열전]안재홍 안강건설 대표 "부동산위기, 최소 3년 간다"부천 웨이터서 개발업계 중심 진입, "만들면 팔리는 시대 끝, 차별화전략 중요"

김경태 기자공개 2019-06-24 09:24:13

[편집자주]

국내 부동산 디벨로퍼(Developer)의 역사는 길지 않다. IMF 외환위기 이후 국내 건설사들이 분양위험을 분리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태동했다. 당시만 해도 다수의 업체가 명멸을 지속했고 두각을 드러내는 시행사가 적었다. 그러다 최근 실력과 규모를 갖춘 전통의 강호와 신진 디벨로퍼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업계 성장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둔화하면서 그들 앞에는 쉽지 않은 길이 놓여 있는 상황이다. 더벨이 부동산 개발의 ‘설계자’로 불리는 디벨로퍼의 현 주소와 향후 전망을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6월 21일 14: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어떤 사람의 입지전적인 성장 스토리를 들으면 흥미를 느낀다. 그 흥미는 점차 호감으로 발전된다. 어쩌면 개천에서 용 나오기 힘든 사회에서 '예외적인 경우'를 만나 반갑기 때문일 수 있고, 또 그 사람의 이야기에 대리만족하고 긍정적인 사고가 생기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서울 마곡 안강프라이빗타워 집무실에서 만난 안재홍 안강건설 대표(사장, 사진)는 온갖 고생을 이겨내고 올라온 사람답게 거침이 없었다. 그 어느 곳에서도 쉽게 밝히지 못했던 자신의 힘들었던 시기를 얘기할 때는 약간은 수줍은 듯 보이기도 했지만 곧바로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얘기를 풀어 갔다.

가장 주목받는 신진 디벨로퍼 중 한 명인 그는 시장 상황에 대해서도 명확한 판단을 가지고 있었다. 향후 부동산위기가 최소 3년은 가고, 이제 부동산상품을 만들면 팔리는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했다. 안강건설은 차별화된 상품을 만들어 불황을 이겨낼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종합건설·부동산회사를 넘어 이종산업에도 진출하고 싶다는 꿈을 얘기했다.

◇'흙수저' 부천 웨이터서 부동산개발업계 '중심' 진입

안재홍 대표
얼마 전부터 젊은 층에서는 '수저계급론'이 유행이다. 안 대표는 수저계급론으로 따지면 분명 흙수저 출신이다. 가진 것도 없고 미래는 불확실했다. 하지만 그는 현재 국내 상위권 디벨로퍼가 됐고, 부동산개발업계의 중심에 진입했다.

안 대표는 인천 강화군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사업가가 되고 싶어 경영학을 전공하기로 작심하고 대학에 갔지만, 공부를 지속하는 것에 회의를 느꼈다. 결국 대학교 1학년 때 중퇴를 선택했고 곧바로 사회생활을 했다. 시작은 아르바이트였다. 그는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며 갖은 고생을 했다. 특히 그가 자랐던 부천에서는 웨이터를 하기도 했다.

큰 꿈을 꾸기 어려운 환경일 수 있지만 그는 착실하게 돈을 모으며 사업 밑천을 마련했고 의류업에 나섰다. '왜 옷 장사로 사업을 시작했냐'는 질문에 그는 "어려서부터 옷을 좋아했고, 잘할 수 있는 것으로 하자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의류업은 친구와 동업했다. 안 대표는 웨이터를 하면서 번 돈을 전부 털어 넣었고 부모님이 지원해준 것은 100만원이었다. 야심차게 사업에 나섰지만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 이때 안 대표는 카드 돌려막기를 하며 사업을 근근히 유지하기도 했다. 그는 "사업이 망할지도 모르니까 반드시 성공시켜야 된다는 엄청난 강박관념이 생겼다"며 "그때 사람이 어려운 문턱에 가면 여러 아이디어가 생기고 특별한 능력이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회상했다.

그 후 사업을 반전시킨 후 동업하던 친구가 결혼하던 시점에 맞춰 독립했다. 그러다 다른 친구를 통해 부동산이라는 세계를 접한 후 점차 빠지기 시작했다. 2003년 분양대행사에 들어가 일을 배우기 시작했고, 옷 장사를 정리했다. 처음 6개월 동안은 계약 한 건도 못하다가 이를 악물고 버티며 성과를 냈다. 분양대행을 하면서 시행을 알게 됐고, 직접 해보자는 생각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개발사업은 쉽지 않았다. 부동산중개인(브로커)의 제안으로 샀던 토지가 사업을 제대로 하기 힘든 부지였던 것. 그는 우여곡절 끝에 손절하고 나와 다른 개발사업을 준비했다. 그 후 첫 개발사업에 나섰을 때 옷 장사를 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그는 "첫 시행이 상업시설이 포함된 복합개발이었는데, 옷을 떼서 직접 팔아 봤고 어느 상가 자리가 목 좋은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상당한 보탬이 됐다"며 "의류업을 하며 상권을 보는 안목이 생겼던 점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첫 개발사업을 성공시킨 그는 점차 부동산개발업계에 이름을 새기기 시작했다. 그는 현재 한국부동산개발협회 이사로 활동할 정도로 업계의 주요 인물이다.

◇"정부 정책 아니어도 부동산 위기 왔다, 만드면 팔리는 시대 끝"

안강건설은 2013년 우성르보아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16건의 개발사업을 진행했다. 경험으로 보면 웬만한 1세대 디벨로퍼 못지않은 셈이다. 하지만 안강건설이 사업을 진행했던 시기는 부동산 경기가 호황을 맞이했던 때다. 현재 지방 시장은 악화했고, 수도권과 서울 지역도 위축됐다. 앞으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할 것이란 분석이 중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안 대표 역시 최근의 부동산위기를 실감하고 있다고 한다. 이전에는 분양을 할 때 10명이 오면 20개를 계약했지만, 지금은 10명이 오면 3명 정도가 각각 1개씩 계약할 정도로 투자 심리가 많이 죽었다. 투자자들이 가진 돈으로 조금 더 괜찮은 물건을 사려고 꼼꼼히 살펴보기 때문에, 경쟁사보다 차별화된 강점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국내 부동산 시장은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활황이었고 2018년까지 지속했다"며 "정부 정책이 아니라도 사이클을 보면 올해부터는 꺾였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앞으로 최소 3년은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할 것"이라며 "이제 부동산을 만들면 무조건 팔리는 시대는 끝났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다만 안 대표는 전반적인 침체 분위기 속에서 양극화 현상이 있을 것으로 봤다. 교통이 발달한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은 호황만큼은 아니어도 분양 물량이 소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지방이라고 해서 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아니고 가격이 오르는 지역이 분명 있고 기회가 생긴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안 대표가 생각하는 유망지역은 어디일까. 그는 "저성장으로 수요가 줄어들어도 사람들이 가지고 싶은 핵심지역의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며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통근시간이 평균 58분으로 세계 최고수준이기 때문에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은 직주근접에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 꿈꿔, '안강' 이름 새길 것"

안 대표는 분양대행으로 부동산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후 부동산개발을 했고, 시행 후에는 시공과 부동산관리로 영역을 확장했다. 그는 일단 안강건설과 안강개발 등 각 계열사들이 더 탄탄해지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개발사업 부분에서는 지금까지 주로 해왔던 수익형부동산 외에 고급주택과 물류시설 등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해외 개발사업도 하고 싶은 포부가 있다. 국내 디벨로퍼들의 실력이 쌓이고 점차 선진화되고 있기 때문에 해외에서 승부를 걸어도 해볼 만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안강건설은 새로운 트렌드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업계 유수의 기업들이 참여하는 한국프롭테크포럼에 참여하고 있다. 프롭테크는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부동산 서비스 산업을 뜻한다.

안 대표는 시공사업도 다각화해 건축·토목 등으로 진출, 종합건설사로 거듭나는 것을 노리고 있다. 이를 위해 공공사업 등 수주를 다변화할 계획이다. 건설·부동산을 넘어 이종산업 진출에 대한 문도 열어 놓고 있다. 한국M&A협회의 회원사로서 다양한 매물을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안 대표는 "문주현 엠디엠그룹 회장은 디벨로퍼가 '도시를 바꾸는 지휘자'라고 하는데 동감한다"며 "돈만 버는 것이 아닌 랜드마크를 지어 수분양자와 지역 주민을 모두 만족시키는 디벨로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적으로 보면 야망이 있어 그룹을 꿈꾸면서 가고 싶다"며 "내부적으로 보면 누가 봐도 입사하고 싶고, 한 번 들어오면 나가기 싫고 오래 근무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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