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6월 28일 0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이오 기업 일변도의 기업공개(IPO) 시장에 모처럼 화장품 전문 기업이 등장했다. 지난해부터 화장품 전문 기업의 IPO 딜은 자취를 감췄다. 중국 시장을 기반으로 급성장한 탓에 사드 문제 이후 침체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대부분의 기업이 업황 사이클의 정점에서 상장을 추진하는 점을 감안하면 2019년이 화장품 기업의 IPO 적기는 아니다. 그래서인지 올해를 IPO 공모 타이밍으로 잡은 펌텍코리아의 결단이 신선했다.
펌텍코리아는 화장품 용기를 만드는 '외길인생'을 걸어왔다. 펌프엔진을 적용한 콤팩트, 선스틱, 친환경 펌프 등 이노베이션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아낌없이 투자해왔다. 덕분에 2001년 설립 이후 17년간 매출 성장세를 유지했다. 사드 여파로 대다수 화장품 기업의 실적이 꺾였던 2016년~2017년에도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공모주 시장에서 화장품 기업을 향한 시선은 여전히 차가운 듯하다. 펌텍코리아가 기관 IR을 실시할 때 투자자들이 안정성과 수익성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화장품 산업의 부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한다. 주식시장에 미중 무역분쟁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발생하면서 경쟁사인 연우의 주가가 꾸준히 빠지고 있는 점 또한 부담 요소였다.
펌텍코리아는 40%의 할인율을 적용한 공모가를 제시했지만 투자자를 설득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기관 대부분이 펌텍코리아 기업가치를 낮게 평가한 탓에 공모가는 밴드 하단 밑에서 결정됐다.
다만 펌텍코리아가 IPO 수요예측의 가격발견기능을 인정한 점은 환영할 일이다. 펌텍코리아는 공모 철회까지 고심했지만 시황이나 업황을 탓하지 않고 투자자 평가를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작년에 수요예측에서 원하는 몸값을 받지 못한 SK루브리컨츠, 프라코, CJ CGV베트남홀딩스 등 다수의 기업이 공모를 철회한 것과는 다른 행보다.
펌텍코리아는 공모 자금을 활용해 생산 능력을 기존보다 40% 가량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상품 기획력에 생산력까지 더해진 셈이다.
앞으로 IPO에 나설 화장품 기업이 펌텍코리아 딜을 기억해두면 좋을 것 같다. 공모주 시장에서 기업가치는 어디까지나 할인된 가격이다. '최상'의 몸값을 받지 못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IPO를 종착지가 아닌 성장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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