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KB금융, 생보사 매물 어디 없나 [금융지주 비은행 경쟁력 분석] ②증권·카드·캐피탈도 관심…지주·비은행 겸직·교차고객 확대 추진

원충희 기자공개 2019-07-03 14:45:22

[편집자주]

비은행을 둘러싼 금융권 '왕좌의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들은 은행 쏠림 구조를 벗어나 증권, 보험, 카드 등 다양한 계열사를 키우며 그룹 시너지 창출에 사활을 걸었다. 은행만으로 치열해진 시장 경쟁을 감당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우량 비은행을 선점한 자가 패권을 잡는다. 왕좌를 둘러싼 금융지주사들의 비은행 성장전략과 장단점, 히스토리를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6월 28일 14: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룹 내 포트폴리오가 취약한 생명보험사, WM이나 상품 매뉴팩처링에 우위가 있는 증권사나 고객 세그먼트가 강한 카드사에 관심 있다."

김기환 KB금융지주 부사장(CFO)은 지난 2월 8일 '2018년 결산실적 발표' 자리에서 향후 인수합병(M&A) 계획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KB금융그룹 비은행 포트폴리오에서 우선 보강해야할 부분이 어디인지를 명확하게 알려주는 답변이다. 이 가운데 경영진이 가장 관심을 둔 분야는 생보사다. 향후 보험사 회계·자본제도 개편에 따라 M&A기회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렇다고 꼭 생보부문만 보강하려는 것은 아니다. 비록 무산됐지만 롯데캐피탈이 매물로 나왔을 때도 관심을 갖고 뛰어들었다. 우량 비은행 매물이라면 업권을 가리지 않고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이다. M&A와 별도로 지주·비은행 임원겸직 확대와 그룹 시너지 경영 통한 교차고객 확대도 추진 중이다. 은행의 3300만명 고객기반을 다른 계열사들이 공유할 수 있다면 비은행 경쟁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예상출자여력 1.5조, 중·대형 매물 인수 가능

동양생명, ABL생명, 교보생명 등 굵직한 생보사의 매물 설(說)이 나올 때마다 항상 거론되는 잠재 원매자가 KB금융이다. 윤종규 회장을 비롯해 주요 임원들이 생보부문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피력한 바 있어서다.

현재 KB금융그룹에 속해있는 KB생명은 규모가 작고 방카슈랑스 외 영업채널이 크지 않은 탓에 그룹 내 위상이 낮다. 작년 말 지배주주순이익 기준으로 KB생명의 기여도는 0.5%에 불과하다. 시장 지위도 높지 않아 자산·순익으로는 24개 생보사 중 17위, 자기자본으로는 11위에 불과하다. 증권·손보·카드·캐피탈 계열사들이 업계 상위권에 위치한 것에 비해 시장경쟁력이 약한 편이다.

KB금융 계열사 경쟁력
*자료 : 유진투자증권

KB생명의 전신은 2004년 계약이전(P&A) 방식으로 인수한 소형보험사 '한일생명'이다. 은행 창구를 통해 한 보험사 상품을 25% 이상 취급 못하는 '방카룰' 도입을 예견치 못한 채 중소형 보험사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 한 관계자는 "당시 은행들은 방카전문 보험사를 생각하고 중소형 생보사를 인수, 설립했는데 방카룰이 도입되면서 상황이 꼬였다"며 "25% 한도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어 농협 등을 제외한 은행계 보험사들이 다들 규모가 작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생보부문의 볼륨을 키우려면 자체 성장보다 M&A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KB금융의 자금력 수준은 어떨까. 출자여력을 나타내는 이중레버리지비율(별도 자기자본/자회사 출자액)을 보면 1분기 말 기준 126.4%로 한도(130%)에 근접한 상태다. 출자여력은 약 6789억원 정도로 큰 편은 아니다.

하지만 유진투자증권이 추산한 바에 따르면 2분기 중 신종자본증권 4000억원 발행과 연내 자기자본 증가 예상액 1904억원(2018년 KB금융 별도기준 순이익 9259억원*KB금융 2019년 순이익 증가율 10.3%), 올해 배당총액(8309억원)을 가산할 경우 2019년 말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22.6%, 출자여력은 1조5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기자본에서 제외되는 자사주를 활용하는 방식도 고려하면 출자여력은 더 늘어날 수 있다.

게다가 증권, 손해보험, 캐피탈의 100% 자회사 편입완료와 KB증권 자기자본 4조원까지 확충이 마무리 된 만큼 추가로 돈이 나갈 요인도 거의 없어졌다. 이 정도면 중·상위권 규모 보험사를 인수할 만한 여건으로 충분한 편이다.

KB금융 이중레버리지
*KB금융지주 실적발표자료 취합

◇회계·자본제도 개편 따른 M&A 기회 모색 중

다만 생보부문 강화가 필요하다해서 급하게 M&A를 시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이후 마땅한 대형매물이 부재한 상황이다.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는 동양생명·ABL생명의 경우 KB금융이 정하는 기준에 부합할지도 미지수다.

KB금융은 그룹 자기자본순이익률(ROE) 제고에 도움이 되고 추가증자 필요성이 적은 매물만 인수한다는 내부기준에 따라 M&A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생보사의 경우 새 회계제도(IFRS19)와 자본규제(K-ICS)가 도입될 예정이라 일부 회사는 자본확충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과정에서 M&A 기회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꼭 생보사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롯데캐피탈이 매물로 나왔을 때 적극 뛰어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비록 롯데지주가 매각을 중단한 탓에 인수전이 흐지부지됐으나 KB금융이 다른 우량매물에도 관심이 많다는 것을 시장에 알린 계기가 됐다. 특히 자산관리와 상품개발 능력이 뛰어난 증권사, 고객 분화가 잘 돼 있어 영업데이터를 얻기 좋은 카드사가 주요 타깃이다.

M&A뿐만 아니라 그룹 시너지 창출을 통한 내부성장도 꾸준히 추진 중이다. 지주 내 자본시장부문, 보험부문, 개인고객부문을 신설하고 증권, 손보, 카드 대표들을 부문장으로 겸직시켰다. 주로 증권에 집중돼 있던 매트릭스 체제를 손보, 카드로 확대한 것. 아울러 은행과 비은행간 교차고객 확보를 통해 고객 장악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지주사 경영진 주요 성과측정지표에 '교차고객 활동 수'가 반영돼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다른 KB금융 관계자는 "국민은행의 3300만명 리테일 고객기반을 다른 계열사들이 공유할 수 있다면 그만큼 고객가치가 더 창출되고 시장 지위도 상승할 것"이라며 "지주·비은행 임원겸직 확대는 특정부문의 컨트롤타워 역할과 비은행 강화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