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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금융, 생명·손보 자금수혈에 쏠리는 눈 [금융지주 비은행 경쟁력 분석] ②보험업 단기간 순익개선 난항…자본적정성 부정적, 출자논의 '분주'

손현지 기자공개 2019-07-12 09:27:00

[편집자주]

비은행을 둘러싼 금융권 '왕좌의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들은 은행 쏠림 구조를 벗어나 증권, 보험, 카드 등 다양한 계열사를 키우며 그룹 시너지 창출에 사활을 걸었다. 은행만으로 치열해진 시장 경쟁을 감당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우량 비은행을 선점한 자가 패권을 잡는다. 왕좌를 둘러싼 금융지주사들의 비은행 성장전략과 장단점, 히스토리를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7월 08일 09: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재 NH농협중앙회, NH농협금융지주의 핵심 어젠다는 농협생명·농협손해보험 살리기입니다."

비은행강화 전략을 묻는 질문에 농협금융의 현주소를 한 마디로 표현한 답변이었다. 농협금융은 무리한 인수합병(M&A)를 통한 외형 확장보다는 내실을 다지기 위한 '리빌딩' 전략을 선택했다. 특히 포트폴리오상 가장 열세를 보이고 있는 보험업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1분기 적자 전환한 농협생명의 경우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한 체질개선을 진행한 여파로 당장 순익 개선 돌파구가 없는데다가 올해부터는 설상가상으로 자본차감 이슈까지 겹쳤다. 그러다보니 지주와 중앙회에서도 유상증자까지 고려하며 분주한 상황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농협금융과 중앙회 자체적으로 농협생명, 농협손해보험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며 "순익 회복 여부를 지켜보겠지만 유상증자에 대한 필요성도 인식 중이라 규모와 시기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농협생명·농협손보 수익성 악화…자본적정성 제고 '난항'

농협생명은 지난 2012년 농협 신용·경제 분리를 통해 자산 32조 원 규모로 출범하며 단번에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에 이어 생보 빅4 로 자리잡은 보험사다. 특히 지난 2015년 임종룡 회장 시절에는 펀드방카슈랑스 성장률 1위, 생명보험 초회보험료 1위, 신용카드 점유율 확대 등 내실을 잘 다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로 인해 NH금융도 2014년 말 당기순이익이 전년대비 162.3% 증가한 7685억원을 기록했다. 당시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따른 염가매수차익 효과도 있었지만 비이자이익의 핵심인 수수료이익이 크게 늘어난 게 주효했다.

그러나 출범 초 보여 준 농협생명의 위압감은 이내 사라졌다. 사건의 발단은 기존 저축성상품에 쏠려있던 보험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보장성상품 위주로 체질 개선하면서 부터다. 오는 2021년부터 전격 시행되는 국제회계기준(IFRS17)에서는 저축성 보험을 부채로 인식하기 때문에 자본확충 부담을 키울 수 있는 요인으로 해석됐다. 비록 보장성 상품의 수입보험료 규모는 저축성 보험의 20~30% 수준에 그치지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농협 보험업 RBC

농협생명은 지난 2016년 일시납 저축성 상품 판매를 급격히 줄여나갔다. 대신 2014년 말 15.8%에 불과했던 보장성 보험 판매 비중은 2016년 말 33%까지 늘어났고, 연 총 1조원에 달하는 물량이 빠지면서 100억원 가량의 수익이 줄어들었다. 이후 성장의 핵심 지표인 신계약 규모도 꾸준히 감소해 지난 2016년 11월 기준 21조634억원, 2017년 11월 18조785억원, 2018년 11월 17조6789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급기야 지난해엔 출범 7년 만에 적자전환했다. 체질개선과 맞물려 해외채권 비중을 무리하게 늘려온 게 문제였다. 금리변동에 따른 주식투자손실과 환헤지 비용 발생 등의 여파로 작년 말 당기순손실 규모는 1230억원, 적자기조는 올해 1분기(-14억원)까지 이어졌다. ROA는 -0.01%로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수익성 부진이 지속되면서 자본적정성 지표도 취약해졌다. 지난 3월 말 기준 농협생명의 지급여력(RBC비율, 193.4%)도 200%밑으로 떨어졌다. 급기야 나이스신용평가 등 신평사들도 최근 농협생명(보험금지급능력AAA 유지)의 아웃룩을 기존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로 내려잡았다. RBC비율이 업계 최하위 수준인데 자본 조달까지 더욱 어렵게 된 셈이다. 더군다나 올해부터는 지난 2017년 발행한 채권의 만기기간이 도래해 일부 자본 차감 이슈도 적용된다.

농협손보도 사정이 좋지는 않다. 농협손보는 2012년 출범 당시 자산 2조원의 업계 최하위로 출발했다. 중앙회의 공제부문 가운데 손해보험 부문을 가져갔는데 농작물재배보험에 편중된 빈약한 포트폴리오를 쥔 탓이다.

특히 농업에 특화된 가축재해보험 비율이 높은데 폭염과 폭설이 발생할 때마다 손해율이 치솟을 수 밖에 없었다. 상품개발에 매진했지만 지난 2016년의 경우 가축재해보험 폭염특약의 손해율은 1000%를 넘어섰다. 가축재해보험의 경우 정책보험이라 농협손보 입장에서는 불가항력적으로 손실을 감수해야했다. 아울러 보험업계와의 '신사협정' 등으로 인해 자동차보험과 퇴직연금 사업에 손대지 못하는 상황이다.

농협금융 출자여력

◇농협금융·중앙회, 심폐소생 차원 '증자' 저울질…9월 지나 윤곽

결국 농협금융은 올해 2월 보험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보험경영혁신위원회(TF)를 결성했다. TF구성원은 농협금융지주, 농협생명, 농협손해보험의 CEO다. 이들은 보험·계리 자문사인 밀리만(Milliman)과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 컨설팅을 받는 이유는 근본적인 체질개선뿐 아니라 자산과 부채 종합관리, 자회사 GA 등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농협생명과 농협손보의 수익성·자본적정성 지표가 취약한 가운데 모회사인 농협금융의 유상증자도 거론되고 있다. 농협생명은 농협조합의 방카슈랑스 규제(특정 보험사의 상품판매 비중이 25%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 적용 유예 기간을 5년 연장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순익 개선 해법이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모회사 차원에서 자본수혈에 대한 필요성도 커졌다.

다만 농협금융 입장에서도 추가 출자는 재무적으로 부담이다. 농협금융의 BIS자기자본비율은 현재 13%대로 타 금융지주에 비해 낮은 편이다. 그동안 자회사로부터의 배당수취액 규모 조절을 통해 자본비율을 관리해온 것과 달리 자본확충을 하려면 유상증자를 받거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야 한다. 자본증권의 경우 농협금융의 이중레버리지비율(자회사 출자액(장부가액)/지주사 자기자본)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더욱이 모회사인 농협중앙회는 지주를 상대로 증자를 해준 전례가 없다.

농협금융의 출자여력을 나타내는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20.4%로 타 금융지주 대비 양호한 편이다. 다만 자회사의 자본적정성 지표 관리를 위해 연달아 출자 이슈가 있었던 점은 부정적이다. 지난 2015년 NH농협은행과 농협손해보험에 대해 각각 4000억원과 1500억원의 유상증자가 이뤄졌으며, 작년 6월 농협은행의 자본비율 개선을 위해 2000억원 자본을 수혈했다. NH농협캐피탈에 대해서는 2016년의 500억원, 2017년 1000억원, 2018년 1000억원을 차례로 출자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체질 개선 노력으로 7월 기준 RBC비율이 소폭 회복세지만, 지주와 중앙회 차원에서도 보험업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며 "9월 손익목표 확정, 조직개편 방향을 토대로 보험계열사 공동 투자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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