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7월 19일 07: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신한·KB 등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일제히 벤처투자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혁신성장 기업 육성이라는 기치로 문재인 정부가 던진 화두에 금융지주사들이 모험자본 공급을 늘리겠다고 나섰다.신한금융은 모태펀드가 출자하는 벤처펀드에 2022년까지 2000원을 투입하고 직접 펀드 운용에 참여해 총 1조원 규모 벤처펀드를 조성키로 했다. 우리금융 역시 5년간 2조10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KB금융도 향후 5년간 매년 4000억원씩 총 2조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하기로 했다. 특히 벤처투자에 소극적이던 그간의 모습에서 벗어나 직접 투자를 위한 전담조직을 만들고 벤처캐피탈(VC) 자회사를 설립했거나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모험자본 투자를 장려하고 있는데다 고수익 투자 상품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만큼 벤처투자를 새로운 수익원이자 정책 방향에 맞춰가려는 수단 가운데 하나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현상은 자금 수혈에 목말라하는 벤처기업에 대규모 돈을 공급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긍정적으로 보인다. 그간 금융지주사들이 그룹 차원에서 출자자(LP)로 참여하면서도 보수적으로 운영했던 만큼 벤처투자 확대는 기업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만 현장에서 만난 VC업계의 주요 인사들은 환영의 뜻을 내비치면서도 우려감도 내비치고 있다. 금융지주사들이 직접 투자 기업을 발굴하는 것에 경계감도 엿보였다. 한 벤처캐피탈사 대표는 "금융지주사의 벤처투자로 시장이 활성화된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비정상적으로 너무 많은 돈이 풀리고 너도나도 투자자로 나서는 것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몇 년 간 벤처투자 활성화로 많은 자금이 풀리면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자금이 많아지다 보니 기업들의 밸류에이션 역시 높아졌다. 밸류에이션은 투자자가 평가하는 벤처기업의 시장가치다. 밸류에이션이 높아졌다는 말은 기대수익 등을 고려하더라도 벤처기업의 가치가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기도 하다.
VC업계가 걱정하는 부분은 자칫 '제2의 닷컴버블'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1990년대 후반 닷컴 열풍 당시에도 수익성이 없는 일부 기업들이 '닷컴'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엄청난 기술력이 있는 탄탄한 회사로 잘못 인식됐던 실패의 경험이 있다.
순환보직을 원칙으로 하는 금융지주의 인사문화도 전문성이 필요한 직접 투자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이유다. 펀드 조성부터 투자, 회수까지 짧게는 6~7년, 길게는 10년의 시간이 필요한데 이를 관리할 만한 전문인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물론 이 같은 우려를 보내는 시선의 이면엔 금융지주사와 경쟁을 해야 하는 VC들의 부담감도 내포되어 있을 수 있다. 실제로 최근 금융지주사들이 VC 설립을 위해 심사역 등 전문인력을 확보에 나서면서 VC업계에선 이들의 이탈을 막으려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VC업계의 우려를 금융지주사들이 새겨들을 필요는 있다. 그렇지 않으면 혁신성장 기업 육성을 강조하다 알맹이 없이 겉만 번지르르 한 기업에 투자해 '제2의 닷컴버블'이란 얘기를 들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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