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특례' 테슬라상장, 깐깐한 조건 '바늘구멍' 사실상 이익 '예정' 기업만 대상…'일반 IPO' 대비 장점 부족
전경진 기자공개 2019-07-30 13:54:17
이 기사는 2019년 07월 26일 1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테슬라 요건'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줄고 있다. 시장에서는 테슬라 요건이 사실상 이익 미실현 기업이 아닌 이익 실현 '예정' 기업을 위한 제도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1~2년 내 이익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에게 상장 시점을 조금 앞당겨주는 정도의 장점만 있다는 평가다. 적자 기업이 사실상 테슬라 요건을 충족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일각에서는 차라리 IPO 시기를 늦추더라도 테슬라 요건보다는 일반 요건으로 상장하는 편이 기업 입장에서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적자 상태에서 어렵게 증시에 입성했지만, 이익 실현이 지연될 경우 평판 저하만 유발할 수 있는 탓이다. 다른 특례 제도처럼 상장 문턱이 크게 낮춰진 것도 아니기 때문에 장점이 적다는 평가다.
◇까다로운 요건, 다른 특례 제도로 선회
필러업체 제테마는 지난 24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접수했다. 제테마는 테슬라 요건을 활용해 증시 입성을 노린다. 테슬라 요건 추진 기업이 실종돼 온 상태에서 제테마가 다시 포문을 연 모양새다.
테슬라 요건 상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업계 주목을 크게 받았다. 플랫폼 기업 카페24가 이 제도를 활용해 화려하게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덕분이다. 당시 테슬라 요건은 이익미실현 기업도 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상장사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제2의 카페 24를 노리는 후발 주자들이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었다.
하지만 카페 24가 코스닥에 입성한지 1년이 훌쩍 지난 현재까지 2호 상장사는 등장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테슬라 요건 상장을 고려했다가 다른 특례 제도 쪽으로 선회하는 경우마저 나온다.
바이오기업 올리패스가 대표적이다. 올리패스의 경우 지난 4월 성장성 추천 특례 제도를 활용해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최근에는 심사 승인까지 받고 공모를 준비하는 중이다.
테슬라 요건 상장 추진 사례가 실종된 것은 사실상 이익미실현 기업이 충족하기 힘든 요건들을 전제조건으로 요구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적자 기업 중에 테슬라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을 찾아내는 것이 오히려 힘들다는 불평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테슬라 요건은 적자 기업일지라도 △시총 500억원, 매출액 30억원, 2년 연속 매출액증가율 20% △시총 500억원, PBR 200% △시가총액 1000억원 이상 △자기자본 250억원 이상 △시총 300억원 이상, 매출액 100억원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익 실현 '예정' 기업 위한 제도
시장에서는 테슬라 요건이 이익 미실현이 아닌 이익 '예정' 기업을 위해 도입된 특례 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이익을 낼 것이 분명한 기업이 IPO 시기를 조금 앞당겨 상장할 수 있는 장치인 셈이다.
실제 1호 테슬라 상장사인 카페 24도 사실상 이익 실현 기업(연간 실적 기준)이나 마찬가지였다. 카페 24는 2016년까지 영업적자, 순손실을 기록하긴 했다. 하지만 상장 직전 해인 2017년에는 매분기 이익을 시현하고 있는 상태였다.
또 2018년 1월 공모를 진행했기 때문에 사실상 연간 실적으로도 흑자전환에 성공했던 기업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평가다.
IB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 요건은 1~2년 뒤 어짜피 IPO를 진행할 기업에게 기다리지 말고 증시에 좀 더 일찍 진출하라고 배려해주는 제도로 이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적자기업 상장 후 주가 우려…일반 상장 선호하기도
시장 일각에서는 테슬라 요건으로 상장을 추진하기 보다 1~2년 뒤 일반 상장을 추진하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는 적자 상태에서 상장에 나섰다가 예정보다 이익 실현이 늦어질 경우 평판 저하와 연쇄 적인 주가 하락 상황만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우량 기업들조차 상장 후 실적 악화로 주가가 반토막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또 주가가 한번 떨어질 경우 기업가치에 대한 시장 의심만 낳게 돼 반등되는데 오랜 기간이 걸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 요건 상장은 특례 상장과 일반 요건 사이에서 애매한 경계에 있다"며 "적자 기업 중 기술성과 성장성을 인정받은 기업은 다른 특례 제도를 택하고 테슬라 요건에 부합하는 기업은 장점이 적어 일반상장 추진을 고민한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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