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펙사벡 임상중단 쇼크]한쪽 눈 잃은 바이오벤처 CEO의 마지막 꿈문은상 신라젠 대표 "글로벌 3상 유리천장 실감했지만 신약개발 완수할 것"
서은내 기자공개 2019-08-06 07:27:45
이 기사는 2019년 08월 05일 10: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더 이상의 환자 모집은 없다."신라젠이 펙사벡 간암 적응증 3상의 조기 종료를 못 박았다. DMC의 권고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신라젠은 지난 2일 공시를 통해 DMC의 펙사벡의 간암 적응증 임상 중단 권고 사실을 알렸다. 공시 이후 신라젠은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이 1조원 가까이 빠졌고 하루 종일 취재 문의와 주주들의 항의에 시달렸다. 신라젠은 부랴부랴 일요일 오후 3시에 기자간담회를 겸한 주주 설명회를 자청했다.
기자간담회에 나타난 문은상 대표의 표정은 어두웠다. 얼굴도 수척해 보였다. 문 대표는 "DMC의 통보를 받은 금요일 새벽, 청천벽력같은 소식에 고통스러워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병색이 완연했다. 단상에서 내려올 때도, 퇴장할 때도 직원의 부축이 필요했다. 입장문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입장문은 송명석 부사장이 대신 읽었다.
문 대표는 오른쪽엔 검은색 렌즈를, 왼쪽엔 투명 렌즈를 부착한 안경을 썼다. 검은 렌즈 뒤론 옅은 색 테이프를 붙인 자국이 보였다. 수술을 받은 흔적이다.
문 대표의 오른쪽 눈은 실명 상태다. 지난해 5월 피눈물이 나며 갑자기 쓰러졌다. 3개월 시한부선고를 받고 이후 6번의 수술을 받아야 했다. 수술 도중 심장이 멎는 죽음의 고비를 넘겼다고 한다.
신라젠 내부에선 '문 대표가 눈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 정도만 알려져 있었다. 정확한 병명을 끝까지 비공개로 함구했다. 생명의 위기까지 겪는 심각한 병마인 줄은 임직원들도 몰랐다. 문 대표는 여전히 어지러움증을 동반한 두통 탓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펙사벡은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마이크를 잡은 문 대표는 "환자로써 느끼는 절망감, 괴로움, 생을 끝내고픈 충동과 싸우면서 버티는 중"이라며 "펙사벡 개발 시작은 의사로서의 사명감이었지만 이제는 죽음 직전 마지막 끈을 잡으려는 환자 입장에서 신약 개발의 완성을 이루고자 하는 꿈"이라고 말했다.
신라젠은 국내 벤처로서 대규모 글로벌 임상 3상을 직접 이끈 거의 첫 사례였다. 하지만 한계도 있었다.
신라젠이 임상 3상의 중단을 선언했지만 중단 권고의 이유는 아직 모르는 상태다. 이유도 모르는 채 중단을 공식화해야 하는 경영진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문 대표도 아쉬움을 여러차례 피력했다.
문 대표는 "이번 무용성 평가는 효능성(efficacy)이 목적이 아니었고 안전성 이슈를 보기로 한 DMC가 왜 안전 이슈가 없는데 중단을 권고했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된다"고 하소연했다.
현재까지 등록된 펙사벡 임상 3상 환자는 총 459명이다. 펙사벡 3상은 15개국 160개 병원에서 진행 중이었다. 임상 중단에 따라 각 국가 규제 당국과 병원 윤리위에 보고해 환자 등록을 멈춰야 한다.
문 대표는 "DMC가 분석한 데이터가 190명에 해당하는지, 현재까지 진행된 450명 전체인지도 모른다"며 "데이터를 검토해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어필을 할 것이며 당연히 그대로 진행할 여지도 있다"고도 전했다. 신라젠은 간암 적응증 관련 임상은 중단하지만 다른 적응증 임상은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문 대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월등히 뛰어 나지 않은 약효로는 거대한 제약사와 강대국이 만든 데이터 규제를 한번에 뒤집기란 정말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유리천장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신라젠이 아니라 글로벌 빅파마가 같은 효능의 약으로 세계 시장을 노크했다면 문이 열리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신라젠은 단독 임상에서 글로벌 제약사에 관련 기술을 이전하는 라이선스 아웃도 추진하기로 했다.
기자들의 질의응답 순서로 간담회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으나 주주들의 거센 요청에 주주설명회가 다시 열렸다. 주주들은 "제발 주주들을 살려달라"고 대책을 요구했다. 한 주주는 "많은 주주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빚까지 떠앉고 신라젠 주식을 확보해왔다"며 확실한 약속 이행을 재차 확인하기도 했다.
문은상 대표는 "개인적으로 차환을 해서라도 지분을 추가 매입하겠다"고 말했다. 송명석 부사장도 "이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문 대표에게 신라젠 펙사벡은 아직 실패로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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