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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CMO의 재발견]"신약개발 완성은 생산관리에서 시작"①인보사 CMC 실패 표본…신약 개발 못지 않게 제조 단계 미리 준비해야

서은내 기자공개 2019-08-28 08:28:26

[편집자주]

바이오 산업에서 '생산'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 바이오 벤처들은 '개발'에만 초점을 쏟아왔다. 신약개발은 약효와 안전성 확인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그 약을 쓸 수 있게 제조가 가능해야 개발이 완성된다. 생산을 도맡아 하는 바이오 CMO의 중요도와 그 성과에 대해 재조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벨은 CMO를 둘러싼 바이오 업계의 주요 이슈와 해당 업체들에 대해 분석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기사는 2019년 08월 20일 07: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보사 실패의 최대 원인은 CMC 실패입니다."

한 바이오 전문가는 코오롱티슈진 인보사 사태의 본질을 이렇게 규정했다. CMC는 ‘Chemistry·Manufacturing·Control' 이렇게 세 부문을 줄여 부르는 말이다. 원료가 되는 물질을 만들고, 완제품으로 제조하고, 이 모든 과정을 계속 테스트해 품질을 관리하는 것을 뜻한다. 임상 또는 품목 허가에 관련된 기관에서는 임상 데이터 만큼이나 CMC 데이터를 중요한 잣대로 평가하고 있다.

인보사는 신약 허가 과정에서 연골 유래 세포와 신장 유래 세포가 잘못 혼입됐다는 점이 뒤늦게 발견됐다. 생산 관리 분야에서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전형적인 사례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그동안 신약 개발에 모든 역량을 집결했다. 하지만 신약개발 단계가 임상 3상 혹은 품목 허가까지 발전하면서 '생산 관리' 즉, CMC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 CMC가 견고하지 못하면 개발 막판에 낭패를 보기도 하며 마지막 순간 허가가 수년씩 지연되기도 한다.

생산 현장 전문가들은 "신약 '개발'에서 '제조'로 나아갈 때"라고 입을 모았다. 바이오벤처들이 신약 물질에만 몰두하고 있지만 진짜 신약이 탄생하려면 초기부터 CMC가 제대로 준비돼야 한다는 게 이들의 일관된 견해다.

소규모 바이오벤처들이 CMC 및 생산 역량을 갖추긴 어렵다. 결국 CMO업체들이 개발 위주 벤처들의 파트너의 역할을 하며 자리를 잡아야 한다. 바이오 산업의 CMO 업체들을 재조명해야 하는 이유다.

◇"신약, 이제 '개발' 아닌 '제조'로 나아갈 때"

CMC의 중요성을 논할 때 생산 업계에서 반면교사로 삼는 사례가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다. 인보사 이슈는 바이오업계의 신뢰성을 크게 떨어뜨렸다. 바이오 의약품 생산을 담당하는 CMO업계에서 인보사 이슈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초기 임상에서 개발된 물질이 무엇인지, 이후 만들고자 한 물질은 무엇인지,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물질을 바꿨는지 연결고리가 없었다는 점 때문이다.

신약 개발이 약의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하는 것이라면 CMC는 그 약을 실제 환자에게 처방 가능하도록 대량으로 만드는 생산 부문의 핵심 단어다. 고순도로 그 약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지 뒷받침해주는 게 CMC다.

CMC란 단어는 과거 FDA에서 주로 케미칼 약을 허가하는 과정에서 생겨났으며 현재는 케미칼 의약품은 물론 바이오 의약품까지 아우르는 개념이다. 케미칼의약품에 비해 바이오의약품의 CMC는 더욱 어렵고 까다롭다.

바이오의약품은 세포(생명체)를 이용해 약효가 있는 고분자 물질을 만드는 것이다. 대부분 유전자를 재조합한 세포주를 이용, 증식해 단백질이나 호르몬, 항체와 같은 고분자 물질을 대량으로 만들고 다시 이 물질 속 세포를 깨뜨려서 원하는 물질을 추줄, 정제함으로써 주사제로 만드는 과정을 거친다. 세포 그 자체를 의약품으로 개발하기도 한다.

케미칼의약품은 화학 합성 반응을 통해 새로운 분자를 만드는 제조과정을 거치며 바이오의약품인 항체, 단백질 보다 분자크기가 작다. 케미칼의약품을 스몰 몰큘(small molecule)이라고 부르는 것도 같은 이유다. 간단한 분자 원료 물질을 가지고 화학 반응을 거쳐 보다 복잡한 분자 구조를 가진 약으로 제조한다. 이후 보통 경구용 알약, 캡슐, 시럽 등으로 만들어진다.

바이오 CMC는 케미칼보다 분자 구조가 크기 떄문에 분석이 어렵고 분석해야하는 항목이 많으며 허가에 필요한 CMC 데이터도 복잡하다. 살아있는 세포의 생산을 다루는 일이므로 생산 조건이 예민하고 단백질의 안정성도 약하며 보관이나 유통 조건이 까다롭다. 그런 전 과정이 견고하게 유지된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 바이오의약품의 CMC다.

◇녹십자·대웅·한미…임상 진입·허가 및 신약 승인까지 CMC가 발목

CMC는 임상 1상에 진입할 때부터 2, 3상으로 갈수록 필요한 데이터가 많아진다. 3상을 완료하고 허가 당국의 신약 승인을 앞둔 경우라면 CMC의 무게감은 극대화된다. CMC가 제대로 백업되지 않으면 신약 허가 지연은 당연하다. 신약 승인을 앞뒀거나 통과한 국내 제약사들은 대부분 이같은 진통을 겪었다. 효능 안정성 등 임상 자료 자체에 문제는 없었지만 CMC가 문제였다.

녹십자는 혈액제제 아이비글로불린(IVIG) 제품의 미국 FDA 품목허가 승인을 놓고 지난해 말 제조 공정 자료 보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미국 진출이 뒤로 밀렸다. 올해 또 한차례 허가 당국이 자료 보완을 문제삼자 고농도 제품으로 새로 FDA에 허가 신청을 다시하기로 했다. 북미 진출을 위해 수천억원을 들여 캐나다 공장을 새로 지었지만 상업화 가동 일정이 계속 미뤄져 고정비 손실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웅제약의 나보타 역시 지난 2월 FDA로부터 허가 심사를 통과했지만 그 이전인 지난해 5월 한차례 CMC 문제로 인해 9개월 정도 허가 지연을 겪고 판매승인을 받아낸 사례다. 대웅제약의 미국 나보타 파트너업체인 에볼루스는 FDA 승인과 관해 나보타 공장 관련 자료 보완을 요구받았다.

한미약품이 2012년 미국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한 바이오신약 롤론티스의 경우 지난 3월 스펙트럼이 FDA에 제출한 롤론티스 허가신청을 자진 취하하고 오는 연말께 다시 신청하기로 했는데 그 배경도 CMC의 문제였다. 롤론티스는 원료는 한미약품이 생산하고 완제는 미국 CMO가 생산하고 있다. 해당 CMO에서 소규모 스케일로 생산해 그 자료를 제출했지만 FDA는 대규모 스케일로 제대로 생산한 이후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바이오텍이 라이선스아웃을 할 때에도 상대방 회사에서 계약 조건으로서 향후 임상 물질의 안정적인 공급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계약의 구체적인 사항은 노출이 되지 않지만 라이선스 아웃에 따른 의무 사항으로서 후기 임상에 대한 물질 공급 조건이 함께 따라 붙는다는 의미다.

소규모 벤처의 경우 당장 임상을 해야 하는데 약이 없는 일도 생긴다. 라이선스 아웃을 위해 미팅을 하면서 상대방 회사에서 데이터를 요구하는데 이를 위해 임상에 들어가야 하지만 상대가 원하는 수준의 임상 데이터를 확보할 만한 임상 샘플을 만들 수가 없다면 바이오벤처는 매우 큰 기회를 놓치게 되는 셈이다.

바이오의약품 생산 시장 규모 전망
바이오의약품 글로벌 생산 시장 규모. 2025년 기준 303억달러(약 37조5000억원) 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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