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지적재산권으로 영역 확대…'일당백' 2세대 ②2000년부터 본격 성장기…윤희웅·최정열 주도
조세훈 기자공개 2019-08-29 08:14:22
[편집자주]
1992년 우창록 변호사가 독립해 설립된 법무법인 율촌은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표적인 대형 로펌으로 성장을 거듭해왔다. 설립 초기 조세·공정거래 분야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송무와 기업자문 분야까지 영역을 확대하며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있다. 2007년 대형 로펌으로는 최초로 베트남에 진출했으며, 인도네시아·러시아·중앙아시아에도 현지 사무소를 두고 해외 법률 자문시장 확대에 앞장서고 있다. 더벨은 율촌의 성장을 이끌어온 기업자문 변호사들의 면면을 세대별로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8월 28일 10: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대형 로펌들의 성장 과정에서 외환위기가 기회로 작용했듯 90년대 말 율촌도 굵직한 기업 자문을 연달아 맞으며 '작지만 강한' 로펌으로 확실한 입지를 다졌다. 초기 조세, 공정거래에 특화된 로펌에서 기업자문, 인수합병, 지식재산(IP), 송무 등 다방면에서도 기념비적인 사건을 수임하며 역량과 명성을 외부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후 2000년대 중반 율촌은 조직을 대대적으로 정비하며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한다. 커진 조직 위상과 규모에 맞게 3부문 체제(조세, 자문, 송무)에서 조세, 송무, C&F(Corporate & Finance), IP(지적재산권) 등 4그룹 체제로 확대개편한다.창립세대를 이어 확실한 맨 파워를 지닌 2세대는 새로 신설된 C&F와 IP 그룹에서 속속 활약하며, 율촌을 대형로펌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율촌 M&A 역사를 쓴 윤희웅 대표 변호사를 비롯해 특허법원 판사 출신 유영일(14기), 최정열(17기), 김철환(22기) 등이 그 주역이다. 윤 대표는 기업자문을 진두지휘해 율촌이 인수·합병(M&A) 리그테이블 상위권에 랭크될 수 있도록 기틀을 세웠으며, IP팀은 삼성과 애플의 특허 소송을 대리하며 율촌을 알리는 데 일조했다. 강석훈 대표 변호사는 우창록, 소순무 변호사를 이어 율촌의 조세 분야를 맡으며 이 분야 왕좌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학습 전통과 협업 시스템 구축
율촌은 출발 때부터 영미식 파트너십을 도입했다. 그리고 배당 결정 공식을 정할 때 사건 수임 기여도는 낮추고 파트너의 경력과 업무 시간의 비중을 높였다. 율촌의 핵심 가치인 협업을 이끌어내기 위한 조치였다. 우창록 변호사는 "수임 중심으로 수입과 지출을 각자 계산하면 자기 일만 하게 되어 있다"며 "모두가 내 일처럼 하기 위해서는 그 일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회고했다.
수임 비중이 높은 우 변호사와 윤세리 변호사는 흔쾌히 이같은 분배 구조를 받아들였다. 윤희웅 변호사는 "율촌에 합류할 때 우리 사이에 암묵적 합의가 있었다"며 "서구식 파트너십과 선진 경영 방식을 자리잡게 하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율촌의 협업 시스템이 굳건히 뿌리내릴 수 있었던 배경이다.
‘학습하는 공동체'를 지향하는 율촌은 초창기부터 교육 시스템을 강조했다. 연구 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법률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조세, 금융, 공정거래 등 각 전문그룹별로 연구센터를 설치했다. 2007년에는 체계적인 학습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국내 로펌 최초로 정식 교육프로그램인 '율촌 아카데미'를 신설했다.
율촌아카데미는 초기 필수 이수 학점을 제시하며 국내외 최신 법률 및 재무·회계뿐 아니라 인문·교양 분야 교육도 제공했다. 윤희웅 변호사는 "율촌은 늘 후배 변호사들에 공부를 강조한다"며 "단기간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도 전문성을 바탕으로 누구에게나 균질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던 덕분"이라고 말했다.
◇도약기 이끈 2세대…기업자문 윤희웅, 지적재산 유영일·최정열
율촌 2세대는 창립 세대가 뿌려놓은 협업 조직문화를 그대로 흡수하며 도약기를 이끌었다. 2세대 변호사 중 인수·합병(M&A) 분야를 대표하는 인물은 윤희웅 변호사(21기)다. 1992년 우방에서 첫 법률생활을 시작한 그는 2001년 8월 새로운 도전을 위해 율촌으로 자리를 옮겼다. 율촌은 초창기 인력이 많지 않아 창립 멤버인 윤세리, 강희철, 한봉희 변호사가 기업자문을 맡고 있었다.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M&A와 금융을 모두 전공한 윤 변호사에게 일이 밀려들었다. 특히 2000년대 초반은 외환위기의 여파로 부실채권(NPL) 거래와 ABS 등 자산유동화 거래가 폭주하던 시기였다. 어쩔수없이 밤샘과 새우잠을 반복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리먼브라더스의 우리은행 부실자산 1조2000억원 인수 등이 그의 손을 거쳐 나온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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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투자펀드(PEF) 자문 시장 선점도 그의 작품이다. 율촌은 국내 로펌 중에서는 일찍부터 사모투자펀드(PEF) 자문 전담팀을 구성하고 전문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했다. 윤 변호사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PE업계에 진출하는 금융인이 대폭 늘어났다"며 "미국을 보면 PEF의 M&A 시장 점유율이 상당히 높았으며 우리나라 자본시장도 유사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점에 착안, PE 자문에 투자를 확대했다"고 말했다. 후발주자인만큼 대형로펌이 선점한 대기업 자문 경쟁과 더불어 블루오션인 PEF 시장에 빨리 뛰어들었다. 실제 율촌은 PE분야 M&A 및 기타 자문에선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IP분야도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 율촌은 2005년 특허법원 판사를 지낸 유영일 변호사를 영입하고 이듬해 IP팀을 그룹으로 확대했다. 이후 특허법원 판사 출신인 최정열·김철환 변호사, 서울고법 지재권 전담부 판사 출신 이상민 변호사 등이 추가로 합류해 드림팀을 형성했다. LG전자와 필립스 사이의 휴대폰 관련 기술 특허침해 소송에서 LG전자 측을 성공적으로 대리했으며, GS 홀딩스와 LG생활건강이 모 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신청도 인용 결정을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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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활약에 힘입어 2011년에는 세기의 소송으로 불린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의 대리를 맡았다. 대형로펌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특허법원 출신의 '맨 파워'가 작동한 덕분이다. 율촌 기업법무팀까지 투입된 이 변론은 서면 제출을 포함해 거의 100회에 달하는 치열한 공방 끝에 삼성전자의 승소로 마무리됐다. 현재 지적재산권 부문장인 최정열 변호사는 "상대방 서면을 독해하면서 우리 서면과 비교하며 철저하게 준비했다"며 "새벽 늦게 퇴근하는 일이 빈번했다"고 말했다.
이후 LG디스플레이가 삼성디스플레이를 상대로 제기한 OLED 특허소송에서 삼성을 대리해 성공적인 합의로 사건을 종료했으며, 화이자와 한미약품 간 '비아그라' 상표 분쟁도 한미약품을 대리해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을 이끌어냈다. 국내외 특허 소송에서 위상을 높인 율촌 IP그룹은 단시간내에 국내 대표급으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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