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분석/부방]'쪼갰다 붙였다'…지주사 키워 지배력 강화장남 이대희 대표 최대주주 등극…지주사 분할·쿠첸 합병 등 거쳐
이정완 기자공개 2019-10-02 07:42:21
이 기사는 2019년 09월 24일 10: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34년 설립된 '부방'은 부산방직의 줄임말이다. 본래 섬유회사로 성장한 부방이지만 지금은 전기밥솥 사업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국내 2위 전기밥솥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쿠첸이 그 주인공이다. 현재 지주사 체제를 갖추게 된 것도 가전사업을 맡던 옛 부방테크론을 중심으로 꾸려진 시스템이다.부방의 가전 사업은 1976년 설립된 삼신공업사가 1979년 국제전열공업으로 회사가 상호를 바꾸며 본격화했다. 이 시기에는 LG전자에 전기다리미와 전기주전자 등 전열기를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으로 공급했다.
밥솥 사업은 1990년대 들어 성장했다. 이 때도 OEM이 시작이었다. 1994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국제전열공업은 쿠쿠가 그랬듯 LG전자 등에 밥솥을 납품했다. 2000년 부방테크론으로 사명을 바꾼 후 성광전자(현 쿠쿠)가 자체 브랜드로 성공한 것을 따라 '찰가마'라는 브랜드로 자체 사업을 시작했다.
2006년에는 다소 토속적인 느낌의 찰가마 브랜드를 리홈으로 개편해 새로운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 나섰다. 리홈은 쿠쿠에 밀려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진 못했지만 탄탄한 2위 자리를 꾸준히 지켜왔다. 부방테크론은 2009년 웅진그룹으로부터 260억원에 쿠첸사업부를 인수하는 등 안정적 2위를 유지하다가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쿠첸 인수 후에는 2013년 '리홈쿠첸'이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아예 사명도 바꿨다가 입에 잘 붙지 않는다는 이유로 2015년 '쿠첸'이라는 타사 브랜드로 사명과 브랜드명을 통일할 만큼 유연함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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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쿠첸을 완전 자회사로 가지고 있는 현 지주사 부방의 최대주주로 회사 지분 30.04%를 보유하고 있다. 동생인 이중희 테크로스 부사장은 지분 10.13%, 아버지 이동건 회장은 지분 1.72%를 가지고 있다. 이밖에 동생이 대표로 있는 제이원인베스트먼트가 부방 지분 5.33%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부방테크론(현 부방) 지분은 아버지 이동건 회장이 압도적인 지분율을 가지고 있었다. 2000년 기준 이 회장 지분율은 40%가 넘는 수준이었다. 부방테크론 최대주주에 먼저 이름을 올린 사람은 장남이 아닌 차남 이 부사장이었다. 이 부사장은 2003년 이 회장이 보유한 부방 주식 15만3730주(11.47%)를 사 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04년에는 이 부사장이 이 회장 지분 전량을 매입해 41.79%로 지분율을 높이는 일도 있었다.
부방테크론은 2006년 이마트 안양점을 운영하는 부방(현 부방유통)을 흡수합병해 이동건 회장이 다시 최대주주로 참여한다. 당시 부방 최대주주로는 그룹의 모체인 부산방직공업과 이동건 회장 등이 자리했기 때문에 부방테크론 최대주주는 다시 이동건 회장(39.94%)가 됐다. 부산방직공업도 두번째로 높은 지분율(23.96%)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이때까지만 해도 부방테크론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으나 부산방직공업을 통해 간접적인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게됐다. 이 대표가 부방테크론 지분 49.5%를 보유한 최대주주였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후 2008년 주식 62만6395주를 사들여 단번에 지분 25.2%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등극한다. 아버지 이 회장이 판 지분을 이 대표가 매입해 부방테크론 후계자로 자리매김한다. 이후 별다른 지분 변동이 없었지만 2015년 후계자로 선정된 이 대표의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 부방테크론은 회사를 분할하는 결정을 내린다.
지주사 체제 구축을 위해 부방테크론(당시 리홈쿠첸)을 부방·쿠첸·부방유통 세 회사로 쪼갰다. 지주사 부방이 분할 신설되고 '쿠첸'은 인적분할, '부방유통'은 물적분할로 분리됐다. 쿠첸은 전기밥솥 사업을 맡았고 2006년 흡수합병했던 부방유통은 원래대로 이마트 안양점을 맡아 운영했다.
이 대표는 지주사 부방 지분율 상승을 위해 당시 쿠첸 지분 120만 주를 부방에 넘기고 부방 신주 1100여만주를 신규 취득해 2015년 말 부방 지분율을 2014년말 18.32%에서 30.37%까지 늘렸다. 현물출자 유상증자에 이 대표를 위주로 참여시켜 지분율을 높였다.
이후 2016년 8월에는 부방의 모회사 격이던 부산방직공업을 합병했다. 지주사 체제 구축과 경영시스템 선진화를 위한 결정이었다. 이 대표는 당시 부산방직공업 지분 49.5%를 들고 있는 최대주주이기도 했기에 부방과의 합병을 통해 쿠첸 지분을 높여 더욱 안정적인 지배력을 구축할 수 있었다. 실제 이 대표의 지분은 2015년 말 30.37%에서 부산방직공업과 흡수합병 후 2016년 말 34.85%로 다시 한 번 늘었다.
2016년 이후 이같은 지주사 체제를 이어가던 부방은 지난 6월 부방과 인적분할했던 쿠첸을 다시 완전 자회사로 합치기로 결정했다. 가전사업 위축으로 인해 회사를 일원화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대책이었다. 더불어 지주사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전략적 셈법이 담긴 포석이기도 했다. 이 대표가 부방을 통해 쿠첸을 지배했다면 이제는 부방에 대한 지배력만으로 쿠첸까지 지분 100%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셈이다.
2016년 분할 이후 쿠첸은 부방이 쿠첸 지분 45.92%를 보유하고 나머지 지분은 소액주주가 가지고 있었다. 완전 자회사 편입 결정으로 쿠첸 주주들은 보유주식을 부방에 넘기고 모회사인 부방이 유상증자로 발행하는 주식을 쿠첸 주식 1주당 2.2078196주의 교환비율로 받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진행했다. 부방의 쿠첸 지분은 100%가 됐다. 주식 분산 요건을 못 맞춘 쿠첸은 지난 16일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 폐지됐다.
부방은 최근 지주회사 차원에서 LG전자 수처리 자회사 하이엔텍과 엘지히타치워터솔루션을 약 2500억원 가량에 인수하기로 했다. 특히 후계 구도 측면에서 차남 이 부사장이 수처리 사업을 맡게 돼 테크로스의 인수전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 부사장은 테크로스 지분 40.71%을 보유해 아버지 이 회장 14.53%, 형 이 대표보다 6.72% 지분이 높다. 형인 이 대표가 가전사업인 쿠첸을 맡고 동생 이 부사장이 테크로스로 수처리 사업에 전념하는 것이 부방의 승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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