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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본 삼성전자 50년]카피캣에서 초격차까지…특허 13만건의 힘⑧2005년 특허 경영 주문…이재용 부회장도 100년 기업가치로 '기술' 강조

윤필호 기자공개 2019-11-05 07:43:04

[편집자주]

삼성전자는 이병철 선대 회장의 1968년 전자산업 진출로 탄생한지 이제 '50돌'을 맞이했다. 일본산 전자 부품을 단순 조립해 국내에 팔던 일개 회사에서 독자기술로 세계 시장을 누비는 글로벌 1등 기업으로 성장했다. 엄청난 진보를 이룬 만큼 과거와 현재의 차이를 확연히 보여주는 다양한 데이터 변화들을 갖고 있다. 각종 지표들을 토대로 삼성전자의 지난 50년간 변화를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11월 04일 16: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50주년 기념메시지를 통해 100년 기업을 당부했다. 이를 통해 제시한 키워드는 도전 상생 그리고 기술이었다.

이병철 선대회장을 비롯해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에 이르기까지 삼성 총수들은 '기술'에 대해 끊임없이 강조해왔다. 인재경영 기술경영 신경영 마하경영 등 수 많은 경영 철학속에서 일맥상통하는 키워드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투자였다.

오늘날 삼성의 기술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가장 빠른 용량의 반도체를 만드는 기술이나 종이처럼 구겨지는 스마트폰 등 아무도 흉내내지 못하는 제품을 내놓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 비해 뒤늦게 출발한 반도체 부문이나 스마트폰 부문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삼성의 기술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삼성도 한때 일본산 부품을 조립했고 선진국 기술을 따라 하는 데 그쳤던 게 사실이다. 지적재산권(IP)의 개념조차 희박하던 1990년대에는 외국 기업들의 특허권 공세에 시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삼성의 기술력을 의심하는 일은 거의 없다. 2000년대부터 본격적인 특허 경영을 가동하면서 삼성은 퍼스트팔로워에서 퍼스트무버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그 과정는 특허기술 데이터에서 확인된다. 2019년 상반기 삼성전자가 보유한 원천 특어 기술은 13만건이 넘는 규모다. 특허 확인이 가능한 2009년 9만건에서 10년만에 4만건이 늘었다. 매년 4000개의 새로운 특허를 축적한 결과다.

삼성전자특허누적건수

◇누적특허 13만건…매년 4000건씩 늘어

삼성전자가 특허 건수를 공시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9년도 사업보고서부터다. 2009년 말 누적 기준으로 9만4379건의 특허를 확보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세계적으로 총 13만2478건의 누적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9년6개월만에 3만8099건, 40.4%가 늘어났다.

올해 상반기 동안 국내에서 1473건, 미국에서 3132건의 특허를 취득했다. 대부분 반도체 메모리와 스마트폰 등 전략사업 관련 제품에 집중됐다. 특허는 주로 제품에 활용될 목적으로 취득하지만 유사기술 또는 특허의 난립과 경쟁사 견제 등의 역할도 있다. 특허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구글을 비롯해 노키아, 퀄컴, 화웨이 등 외국 기업들과 상호 특허 라이센스를 체결했다.

단일 국가 중에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5만2537건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특허의 비중은 전체의 39.8%에 달했다. 이는 특허 분쟁이 끊이지 않는 미국 시장에서 효과적 대응을 위한 것이다. 다음으로 특허 건수가 많은 지역은 유럽으로 2만7247건이었으며 20.6%의 비중을 차지했다. 세 번째가 한국으로 2만3667건, 17.9%였다.

2010년대는 정보기술(IT) 산업에서 특허를 통한 시장주도권 확보경쟁이 본격화되는 시점이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꾸준히 특허 취득에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2011년 기준 보유하고 있는 통신특허는 누적 기준 1만1500건으로 글로벌 IT 기업 가운데 1위였다. 같은 해 휴대폰 특허도 1613건으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또 지난 1월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가 발간한 '세계지식재산지표 2018' 보고서를 살펴보면 삼성전자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특허군 2만1836건을 출원했다. 이는 일본 캐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특허군은 연관된 특허들의 묶음을 말한다.

삼성전자특허건수

◇특허권 공세…2005년 '특허 경영' 본격

삼성전자가 특허를 쌓아 올린 데에는 특허와 전쟁이 한 몫했다.

삼성전자는 과거 특허라고 할만한 원천 기술이 없던 시절이 있었다. 가전 제품을 제대로 조립하지 못해 커터칼로 세탁기 뚜껑을 오려 내 맞췄다는 일화도 잘 알려져 있다. 1993년 신경영 이후 기술이 개선됐지만 특허 준비는 제대로 되지 않았다.

국내 기업들은 1990년대 외국의 특허권 공세에 시달렸다. 지난 1990년부터 1993년까지 4년 동안 삼성전자를 비롯한 6개 국내 기업들은 외국 기업으로부터 특허와 관련해 13건의 제소를 당했고 220건의 경고장을 받았다. 이 가운데 IBM과 마이크로소프트웨어, 인텔 등 미국 기업이 전체의 61.3%로 가장 많았다. 이들은 보유 기술에 비해 지적재산권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한국 기업을 집중 공략했다.

특허 괴물(Patent Troll)로 불리는 업체들의 공세도 치열했다. 이들의 침공이 본격화된 것은 2000년대 중후반부터다. IT 분야에서 다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국내 기업들을 노리고 침투하기 시작했다. 미국 무선통신 분야에서 4200여건의 특허를 보유한 인터디지탈이 삼성전자에 소송을 걸어 670만달러 규모의 로열티 지급 합의를 이끌어 냈다. 지난 2009년 미국의 특허 전문업체 BTG인터내셔널이 제기한 낸드 플래시 관련 특허 침해 소송도 대표적인 특허괴물의 공습 사례다. 가장 최근에는 유니록(Uniloc)이 갤럭시 폴드에 특허 침해 소송을 걸어서 화제가 됐다.

이젠 삼성의 특허 경쟁 체급은 달라졌다. 특허괴물이 문제 아니고 덩치가 큰 글로벌 컴퍼니와 맞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애플과 2011년부터 7년에 걸쳐 디자인 특허를 놓고 법적공방을 펼쳤다. 2018년 양사가 전격적으로 합의를 이루면서 일단락됐다. 막대한 재판 비용과 합의금을 지불했지만 삼성전자는 애플과 경쟁하는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란 이미지를 전세계에 각인시켰다. 얻는 것 없는 소모적인 특허 전쟁과는 다른 양상이다.

애플과의 특허 소송전은 삼성전자에 나쁠게 없는 싸움이었다. 삼성전자는 디자인 분야에도 R&D 비용을 아끼지 않으면서 갤럭시 스마트폰의 퀄리티가 몰라보게 좋아졌다. 삼성전자는 고유 디자인을 보호하고 디자인특허 확보도 강화해 올해 상반기말 기준 미국에서 456건의 디자인 특허를 확보했다.

최근 삼성전자의 고민은 후발주자의 특허 카피에 대한 방어다. 중국 업체들은 대 놓고 삼성전자 제품을 베끼고 있다. 삼성이 내놓은 신기술을 불과 몇달 사이에 카피해 쫓아 오는 게 일상이다. 기술력으로 더이상 추격하기 힘들 '초격차'란 말을 강조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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