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11월 22일 08시0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종이컵 대신 개인 머그컵을 사용합시다. 월 4만원이 절감됩니다' 최근 롯데쇼핑 사내 인트라넷 '비상경영 게시판'에 올라온 제안글 가운데 하나다. 롯데쇼핑은 이달 중순 사내망에 비상경영 게시판을 신설하고 전직원을 대상으로 비용 절감 아이디어 공모에 나섰다.게시판에는 개설 일주일 만에 프린트 비용 줄이기, 대중교통 전용 법인카드 개발 등 다채로운 아이디어가 올라왔다. 강희태 대표가 직접 제안글에 댓글을 달면서 전사 차원의 확대를 독려했다.
롯데쇼핑은 최근 마트에 이어 백화점 부문까지 어닝쇼크에 가세하면서 비상경영 모드에 돌입한 상태다. 유통채널의 축이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롯데를 포함해 기존 유통업계 전체가 구조적 위기를 맞았다.
위기는 감춰져 있던 기업의 DNA를 드러냈다. 롯데가 선택한 비상경영 전략은 예산 긴축과 투자 적절성 재검토였다. 그룹의 기조를 이어받아 롯데쇼핑도 '내핍 경영'에 돌입했다. 매출원가와 판관비 단에서 줄일수 있는 비용을 모두 줄임으로써 영업이익 하락을 최대한 방어하고자 했다.
경쟁사 신세계·이마트가 같은 위기에 맞서는 모습은 대조적이다. 실적 역성장이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공세적이고 선제적으로 신사업 투자를 확대해왔다. 수년 전부터 오프라인 유통 업태를 창고형 할인점, 프리미엄아울렛, 체류형 쇼핑몰 등으로 다각화하는가 하면 온라인 플랫폼에도 조 단위의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자금 조달을 위해선 파트너십도 서슴지 않는다.
롯데쇼핑은 신세계그룹 이상으로 재무지표가 탄탄하고 시장점유율도 어깨를 겨룬다. 그러나 위기를 맞이해서는 정면 돌파보다는 가는 숨을 연명하는 쪽을 택했다. 이커머스 통합 플랫폼 투자도 올해 들어서야 뒤늦게 속도를 내고 있다.
상이한 전략을 채택한 두 곳 중 10년 뒤 더 잘 살아남은 쪽은 누가 될까. 롯데쇼핑은 긴축 경영을 통해 톱라인 역성장에 대한 해법을 마련할 수 있을까. 지출 효율화는 추락을 늦추는 수단을 넘어서서 근본적인 반등 카드를 예비할 수 있을까.
롯데쇼핑 한 직원은 "업무혁신이라며 직무를 통합해 기존에 두 명이 하던 일을 한 사람이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종이컵 하나, 볼펜 한 자루 줄이면서 한달에 몇만원을 아끼는 것이 최선의 비상경영인가"라고 반문했다. 자산 300조, 매출 18조에 이르는 롯데쇼핑 정도 체급의 유통기업이라면 조금 더 과감한 돌파구를 모색할 능력이 충분히 있지 않느냐는 의미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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