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12월 04일 07시4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해진 GIO(글로벌투자책임)가 정말 지칠대로 지친 것일까. 이번 딜은 경영통합이 아니라 손정의 회장에 '라인'을 넘겨주는 것이다."네이버에 오래 몸담았다 투자업계로 나온 한 관계자는 최근 라인과 야후재팬의 경영통합 선언을 두고 이런 말을 했다. 라인 실적이 야후재팬에 반영된다는 점, 라인과 야후재팬 대표가 통합법인을 공동으로 이끄는 점 등 정황은 많지만 어쩌면 이해진 GIO의 높은 피로도야말로 개연성 높은 근거일 수 있다는 진단이었다.
그는 네이버의 사소한 발표 하나에도 주가가 뛰는 성장기를 보냈지만 어느 순간 네이버에서 더이상 가슴이 뛰지 않는 순간이 왔다고 회고했다. 결정타는 이 GIO가 전직원을 앞에 둔 자리에서 어려움을 하소연했던 때였다.
2017년 당시 공정위는 자산 규모 5조원을 넘긴 네이버를 준대기업집단으로 분류하면서 이 GIO는 '총수'로 지정했다. 네이버의 성장과 함께 온갖 종류의 규제를 경험한 그의 앞에 또 하나의 커다란 규제가 나타나는 순간이었다.
당시 이 GIO는 "네이버를 단 한번도 내 기업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직원들 앞에서 그렇게 감정을 털어놓는 것도 처음보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 모습을 보고 네이버에 더이상 예전만큼의 성장세는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발 빠르게 인터넷은행에 뛰어든 카카오와 달리 네이버가 '은행' 만큼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데도 그의 강력한 의지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네이버는 이름부터 뱅크가 아닌 파이낸셜을 단 금융 서비스 회사를 출범했다.
이 GIO는 일본 간편결제 시장에서 출혈경쟁이 지속되면서 라인의 누적 적자에 높은 피로도를 느꼈다. 그러던 중 자금은 넘치지만 강력한 소통채널이 없어 고민이 깊던 손 회장이 손을 내밀었다면 잡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
모든 의사결정은 '사람'으로부터 나온다. 자산 30조원에 이르는 '세기의 합병'도 예외는 아니다. 청년 창업가로 출발해 포털, 콘텐츠, 금융에 이르는 거대 IT기업을 일군 이 GIO는 한 때 과감히 새 서비스를 창조하고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엔터프리너(Entrepreneur)’형 리더로 불렸다.
지금 이 GIO는 조용히 '확장'이 아닌 '선택과 집중'을 택하고 있다. 어쩌면 이 모습은 네이버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는 작은 단서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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