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3월 04일 07시4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금융그룹의 진옥동 은행장, KB금융그룹의 허인 은행장, 하나금융그룹의 함영주 지주 부회장.각 금융그룹의 '넘버2'로 불리는 이들이다. 대부분 은행장이다. 모든 금융그룹은 은행 비중이 절대적으로 큰 만큼 1인자인 지주 회장 다음으로는 은행장이 서열 2위로 꼽힌다. 함영주 부회장의 경우도 원래는 은행장 신분이었다가 3연임을 도전하는 과정에서 지주 부회장으로 넘어갔다. 이 2인자들은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지주 회장직을 대신 수행한다.
그런데 우리금융그룹은 1인자인 손태승 회장 다음이 뚜렷치 않아 보인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권광석 내정자를 우리은행장으로 선임했다. 그가 그룹 내 '공식' 서열 2위다. 그럼에도 그를 '실질적' 넘버2로 보기엔 아직 여러 모로 아쉬운 점이 있다.
우선 통상 2~3년인 행장 임기가 1년만 부여됐다. 일종의 수행평가 기간이다. 우리금융 사외이사는 행장으로서의 경영 능력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판단했고 1년의 성과를 지켜본 뒤 이후 추가 2년의 임기를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직무대행 역할도 권 내정자가 아닌 다른 이가 맡는다. 우리금융은 이원덕 부사장을 지주 사내이사로 선임하면서 회장 유고시 직무대행 역할을 부여했다.
통상 다른 금융지주들은 실질적 2인자와 공식적 2인자가 일치한다. 차기 후계구도가 명확한 셈인데 이럴 경우 지배구조가 안정성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 일례로 윤 회장이 해외출장이나 외부출장으로 자리를 비웠을 때 2인자인 허인 국민은행장이 회의를 주재했다. 어수선할 수 있는 상황 속에서 중심을 잡았다.
신한금융 사외이사들이 조용병 회장의 연임을 발표하면서 2인자인 진옥동 행장의 존재를 환기시킨 점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 이만우 사외이사는 채용비리 재판결과가 안 좋게 나온다면 즉각 '진옥동 직무대행 체제'가 가동할테니 걱정할게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도 금융그룹들에 유사시 컨틴전시 플랜을 명확히 구비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금융에 존재감 있는 2인자가 절실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로 최근 DLF 사태가 불거졌을 때 내부에서는 손 회장의 부재를 걱정하는 임직원들이 많았다. 우리금융에는 중심을 잡을 '포스트 손태승'이 없기 때문에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컸다.
이런 상황 속에서 권 내정자가 공식적 서열 2위 뿐 아니라 실질적 2인자 지위까지 움켜쥘 수 있을지 주목된다. 권 내정자는 단기 임기를 받아들고는 주어진 과제들을 빠른 속도로 해결해 나갈 것이란 의지를 불태운 것으로 전해진다.
향후 1년간의 경영 행보가 권 내정자에게 주어진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가 우리금융 지배구조에 안정감을 더할 수 있는 묵직한 인물로 성장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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