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연초특수 명암]AA급, 경쟁률 '견조' 만기 장기화 '뚜렷'…앞날은 '먹구름'②발행량 역대 최대, 10년물 증가폭 두드러져…크레딧 스프레드 '이상기류'
이지혜 기자공개 2020-03-10 15:11:50
[편집자주]
일반적으로 1분기 공모 회사채 시장은 연초특수를 누린다. 북 클로징 후 지갑을 닫았던 투자자들이 자금집행을 재개하면서 수요 우위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올해도 시작은 괜찮았다. 2월 중순까지 공급량 폭발은 여전했다. 그러나 최근 저금리 지속, 코로나 19사태 등으로 수요 위축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연초 효과의 조기종료 여부와 부채자본시장에 퍼지고 있는 수급 불안 우려의 현실화 가능성을 진단해 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06일 16시5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연초 공모 회사채 발행물량이 최고기록을 한 번 더 갈아치웠다. AA급 활약이 두드러졌다.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던 지난해 못지 않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만기 10년 이상 초장기물 발행도 견조한 증가세를 이어갔다. 덕분에 AA급 발행사들은 싼 이자에 장기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그러나 3월 이후에도 투자심리가 받쳐줄지는 미지수다. 펀더멘탈 저하, 코로나19 사태, 신용평가사들의 공격적 ‘레이팅 액션’ 등으로 투자심리가 심상찮다. 예년과 달리 크레딧 스프레드도 크게 축소되지 않았다. 연초효과가 약해졌다는 시선과 함께 6월로 갈수록 AA급 우량채조차 고전할 수 있다는 시각마저 나온다.
◇경쟁률 견조…'물 들어올 때 노 젓자' 증액발행 이어져

수요예측 참여금액이 견조한 수준을 이어간 덕분으로 분석된다. 올해 수요예측 참여금액은 모두 32조6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7% 증가했다. 경쟁률(모집금액 대비 수요예측 참여금액)은 4배다. 지난해 4.3배보다 떨어지긴 했지만 견조한 수준이다.

증액발행 규모도 예년보다 늘었다. AA급의 최종 공모채 발행금액은 10조5800억원으로 모집금액보다 60%가량 많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높은 경쟁률을 기반으로 기업들의 적극적 증액 발행이 이어지고 있다”며 “기업들이 낮아진 금리를 통해 저금리 장기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증액발행 카드를 활용했다”고 말했다.
◇10년 이상 ‘초장기물’ 발행 2조 돌파
올해 AA급 공모채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만기 장기화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5년물 이상 중장기물에서 발행사들이 적극적으로 증액발행을 진행했다”고 분석했다. 더벨플러스에 따르면 올 들어 2월까지 10년 이상 초장기물 공모채 발행량은 AA급 기준으로 모두 2조40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7% 증가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은 데 이어 올해는 2조원을 돌파하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보험사 및 연기금 등 일부 기관투자자들의 제한적인 수요로 10년 이상 초장기물 경쟁률은 비교적 낮았다”며 “저금리로 장기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들이 초장기물 발행을 적극적으로 늘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AA급 10년 이상 초장기물 회사채의 수요예측 경쟁률은 2.6배로 지난해 3.8배보다 낮아졌다.
◇크레딧 스프레드 축소 한계…AA급 고전 가능성
그러나 크레딧 스프레드 측면에서 보면 AA급 투자심리가 썩 좋다고 보기는 어렵다. 연초효과가 강하게 나타날 경우 크레딧 스프레드는 1~2월 약 10bp 이상 축소된다. 그러나 올해 AA- 3년물 스프레드는 두달 동안 1.6bp가량 축소되는 데 그쳤다. 김민정 연구원은 “크레딧 스프레드가 확대된다는 것은 신용리스크가 커진다는 의미”라며 “AA급이었던 LG디스플레이와 이마트의 신용등급이 2월 초 떨어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돼 크레딧 스프레드 측면에서 연초효과가 약해졌다”고 말했다.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는 LG디스플레이의 잠정실적이 발표되자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내렸다. 아웃룩이 ‘부정적’으로 조정된 지 서너 달 만이다. 이마트도 아웃룩에 ‘부정적’이 달린 지 6개월 정도 만에 나이스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에서 신용등급이 AA+에서 AA0로 떨어졌다. 정기평정 시즌이 돌아오기 전 잠정실적을 바탕으로, 모니터링 기간을 1년도 두지 않은 채 등급이 내린 것은 드문 사례라는 후문이다. 공격적 레이팅 액션 기조가 다른 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떠오르면서 2월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크레딧업계는 바라본다.
더욱이 4~6월에는 신용등급 정기평정 시즌이 돌아온다. 펀더멘탈 약화 우려가 높은 가운데 코로나19 사태로 1분기 실적악화 소식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심리가 상반기에 해빙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김 연구원은 “국고채 등 금리가 크게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회사채의 가격 메리트가 부각될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시장변동성이 워낙 큰 탓에 상반기 AA급조차 고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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