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 맨파워분석 2020]27년 'R&D 명가' SK바이오팜…OB 인사 재조명⑦'P프로젝트'의 결실 빛낸 '엑스코프리' 개발 주역들
서은내 기자공개 2020-03-11 08:21:41
[편집자주]
신약개발업계 만큼 인재들이 모인 곳도 드물다. 특정 범주를 구분하기 어려울만큼 여러 분야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모인다. 생물, 화학, 유전공학, 약학, 의학, 통계, IT, 농업까지 다양한 분야의 인맥들이 자리잡고 있다. 더벨은 2019년에 이어 신약개발 키맨들을 살펴보고 제약바이오산업의 현주소와 미래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0일 08: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작년말 국내 첫 독자개발 신약인 SK바이오팜의 '세노바메이트' FDA 품목허가 소식은 SK 소속 임직원들에게 벅찬 감동을 전했다. 같은날 SK 임직원들 만큼이나 감격하며 축하를 나눈 또 다른 곳도 있었다. SK의 의약사업 시작을 지켜봤고 주요 물질 발굴에 직접 참여했던 OB 인사들이다. 20년 넘는 세월 포기하지 않고 연구를 밀고 끌어온 전현직 개발진의 공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국내에서 신약개발의 가장 오랜 역사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의미있는 성과를 남긴 기업을 꼽는다면 SK와 LG를 비교 대상에 올릴 수 있다. SK와 LG는 1990년대부터 대전 지역에서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연구소를 세워 각자 신약 연구개발을 꽃피웠다. 1997년에는 LG가 '팩티브'를, 1999년에는 SK가 '카리스바메이트'를 해외 제약사에 기술이전하는 등 국내 최초 글로벌 라이선스아웃을 실현해낸 시기도 비슷했다.
벤처업계에 보다 깊이 뿌리내린 인맥으로는 SK 보다 LG 출신이 꼽힌다. LG 출신 중에는 2000년대에 일찍이 회사를 나와 차별화된 신약 기술로 창업에 도전한 이들이 많다. 그 결과 국내 상장 비상장사를 통틀어 가장 많은 바이오벤처 창업자 그룹을 형성했다.
반면 SK 출신은 일찍 창업 전선에 뛰어든 경우가 적다. 대신 회사에 오래 남아 중추신경계(CNS) 질환으로 R&D 외길을 걸었다. 이는 첫 독자 개발 FDA 신약 엑스코프리(세노바메이트) 탄생의 초석을 다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최근 SK 출신 인사들도 외부 진출이 잦아지고 있다. SK바이오팜의 CNS 연구 프로젝트 최고 수장이었던 최용문 전 부사장을 비롯해 OB 인사들의 벤처계 활동이 활발해지며 SK 전직 인사들에 대한 재조명이 시작되고 있다.
의약사업의 초기 멤버나 성과를 낸 파이프라인의 초기 연구진 중 현재 SK에 남아있지 않은 이들이 꽤 된다. SK바이오팜이 올해 상장을 앞둔 가운데 SK 출신 인사가 창업한 또 다른 벤처도 IPO를 목전에 두고 있어 더 관심을 끈다.
◇1993년 'P프로젝트' 개시한 SK OB, 벤처에서 새 도전
SK는 1980년대 유공 시절 의약 바이오사업 고민을 시작했다. 이는 1993년 'P프로젝트'로 이어졌다. 국내 대덕연구소에 대여섯명 정도의 신약개발 특별 조직이 꾸려졌다. SK는 국내에 대덕연구소가 있다면 미국에는 뉴저지 의약품사업연구소가 있었다. 한미 공조체제를 마련함으로써 미국을 사업개발 또는 임상개발 거점으로 삼아 글로벌 사업화에 일찍 촉각을 곤두세웠다.
당시 미국 제약사 출신으로 뉴저지 연구소 수장으로 SK에 합류, 초기 신약개발의 기틀을 마련한 사업 수장이 최용문 전 SK부사장이다. 최 전 부사장은 고 최종현 SK 회장이 신약개발을 염두에 두고 해외에서 초빙한 전문가였다. 한미 협력 체제 속에 1993년 신약개발 P프로젝트가 시작됐고 그룹 내 하나의 사업부로 신약개발을 펼쳐가다 물적분할해 나온 사업체가 SK바이오팜이다.
P프로젝트 초기 인사들은 현재 외부로 흩어졌다. 최 전 부사장은 2008년 바이오팜솔루션즈를 창업했다. 70세인 그는 바이오팜솔루션즈에서 또다시 소아뇌전증 치료제를 주력으로 신약개발 도전을 이어가는 중이다. 바이오팜솔루션즈는 설립부터 현재까지 연구개발 비용으로 김항덕 전 유공 회장(현 JB주식회사 회장)의 지원을 받아왔다. 3년 내 IPO를 통해 개발비용 조달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덕연구소에서 신약개발을 위한 별동대 조직 의약사업연구팀을 이끈 한동일 박사는 2003년 회사를 나와 포항공대 생명공학연구센터로 자리를 옮긴 후 2011년 압타머사이언스를 창업하며 벤처 대열에 나섰다. 4월 수요예측을 거쳐 상반기에 상장한다. 한 박사는 P프로젝트의 최초 후보물질이었던 간질치료제 물질(YKP509·카리스바메이트)을 미국 존슨앤존슨(J&J)에, 우울증치료물질(YKP10A)을 얀센에 각각 1999년, 2000년에 얀센에 라이선싱아웃하는데 사업개발 실무를 담당했다.
P프로젝트 초기 인사 중 한 명인 김용길 박사도 압타머사이언스에서 신약개발총괄을 맡고 있다. 김 박사는 24년간 SK에 몸담았으며 2016년 와이디생명과학 연구소를 거쳐 2018년부터는 한 대표가 있는 압타머사이언스에 합류했다. 또다른 멤버였던 신헌우 박사는 MSD에서 사업개발을 경험하고 작년 벤처를 창업, 애스톤사이언스 부사장을 맡고 있다.
SK바이오팜에서 중개연구팀장을 맡았던 문홍식 박사는 한화제약 연구소장을 거쳐 의약품 전문 벤처인 프로그린테크 R&D센터 본부장으로 자리했다. 신약개발사업부에 있었던 박철형 박사는 일리아스바이오로직스 연구소장(CRO)으로 엑소좀 기반 약물전달 플랫폼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SK 대덕연구소 초기 유기합성팀 연구진이었던 권호영 전 SK 부장은 원료의약품 회사 유켐을 설립하고 대표를 맡고 있다.
◇한국 최초 독자개발 신약 세노바메이트 발명자들
간질, 우울증치료제의 후속 백업 물질 스크리닝 도중 '세노바메이트'를 발명한 주역들도 최근 벤처업계로 나왔다. 세노바메이트는 2000년대 들어 물질이 발명됐다. 최용문 대표를 비롯해 구본철 박사, 김춘길 박사, 이한주 박사, 이은호 박사가 세노바메이트 초기 발명자에 속한다. 초기 발명자란 세노바메이트를 발굴하고 제약적 가치를 발견한 사람들을 뜻한다.
구본철 박사는 SK바이오팜을 나온 뒤 동화약품 연구소장, CJ헬스케어 연구소장을 거쳐 최근 비에스티(Bio Synosia Therapeutics, 옛 하임네이처)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김춘길 박사는 경기지식재산센터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자리했다. 이은호 박사는 오스코텍을 거쳐 한양대 학내 벤처 진메디신의 연구개발 상무로 왔다.
비보존으로 옮긴 이한주 박사도 세노바메이트 발명자 중 한 명이다. 현재 비보존 연구소 부소장 상무로 재직 중이다. 이 박사는 1995년 SK에 입사해 초기 의약사업 프로젝트에 조인했으며 20년 이상 중추신경계 신약개발에 몸담았다. 2018년 비보존으로 옮긴 후로도 주력 분야인 통증치료제 연구에 특화했다.
비보존에는 이한주 박사 외에도 SK바이오팜 출신이 여럿 있다. SK바이오팜에서 생산 쪽 개발파트를 담당했던 박인식 비보존 생산개발본부장 이사로 있다. 심재구 비보존 법무 이사는 SK바이오팜 법무 팀장 출신이다.
SK바이오팜이 사업적 기틀을 다져나가던 중반부에 들어온 연구진 중에서도 벤처업계로 나온 이들이 있다. SK바이오팜은 CNS에 주력하다 2010년 중반에 접어들며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 주도로 사업을 확대, 항암제 쪽 연구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CNS뿐 아니라 항암분야 사업개발을 담당했던 윤영수 박사는 동아에스티를 거쳐 카나프테라퓨틱스 창업에 조인했다. SK바이오팜 신약개발 연구진 중 조현 박사는 비임상대행업체 켐온에서 일하다 최근 최용문 대표가 있는 바이오팜솔루션즈로 이직했다. 차만영 빌릭스 CSO도 신약개발 연구진 중 한명이었으며 SK바이오팜 이후 녹십자를 거쳐 지난해 빌릭스에 합류했다.
제약업계로 확장해보면 더 많다. 윤강식 국가항암신약개발사업단(National OncoVenture) 사업개발본부장도 SK바이오팜 연구소 출신이다. 툴젠, 종근당에서 사업개발 일을 하다가 국가항암신약개발사업단에 자리했다. 백명기 현대약품 미래전략 및 신약개발 총괄 상무도 연구소 출신이다. 김종호 보령제약 개발본부 개발그룹장도 있다.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에서 MSL(Medical Science Liaison)을 담당 중인 김원 의학부 실장도 SK바이오팜 연구소 출신이다.
◇1세대 LG…차세대 바이오 명가는 'SK'
비슷한 시기 시작한 LG와 SK의 신약개발 사업 성장 과정은 업계에서 자주 비교된다. LG는 LG화학에서 LG생명과학으로 따로 떨어져 신약개발을 추진하다가 이후 사업구조조정을 겪으며 LG화학에 흡수, 사업부로 되돌아간 케이스다. 반면 SK는 2011년까지 그룹 내에 속해 꾸준한 R&D 지원을 받아오다 따로 독립 사업체로 떨어져나왔다.
한 SK바이오팜 OB 인사는 "LG의 경우 의약 바이오 사업을 전개, 발전해나가는 과정에서 전략 재수정이 필요했고 그에 따라 조직 구조가 바뀌면서 연구개발진들이 회사를 나와 현재 벤처업계에서 큰 축을 형성했다"면서 "반면 SK는 특별한 조직 개편 없이 사업이 팽창하는 과정이 쭉 이어졌다"고 회상했다.
LG와 반대로 SK바이오팜에는 수십년간 결실을 지켜온 현직 인사들이 많이 자리하고 있는 편이다. 2001년 SK에 합류해 SK바이오팜 수장으로서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FDA 신약의 성공을 직접적으로 이끈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 미국 뉴저지법인을 지키며 현재까지 COO(Chief Operating Officer)로서 사업을 챙긴 김홍욱 박사, 가장 오랜 기간 세노바메이트의 성공과정을 지켜본 이기호 신약개발부문장,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SK바이오팜과 삶을 함께해온 정구민 신약연구소장까지 빛나는 주역들의 스토리가 무궁무진하다. P프로젝트 초기 멤버 중 하나로 현재 SK바이오팜 상해연구소를 보살피는 이광혁 법인장, 기획 담당자로서 P프로젝트를 물심양면 지원해준 현 강창균 SK그룹 투자1센터장 전무도 빼놓을 수 없다.
또 다른 SK바이오팜 OB 인사는 "바이오벤처업계의 SK 출신은 뒤늦게 회사를 나온 이들이 대부분이라 LG처럼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리더십을 갖추고 활동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며 "SK바이오팜에서의 도전이 성과를 거둔 만큼 신약개발 명가로서 앞으로는 벤처계에서도 능력을 발휘하는 인사가 많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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