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 대표직속 '독립 CCO'...고객보호 사활 소비자보호본부 격상, 김국년 상무 선임…사모펀드 이슈, 금융감독 권고 등 감안
김시목 기자공개 2020-03-11 08:00:15
이 기사는 2020년 03월 09일 14: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증권이 고객 보호 극대화에 사활을 걸었다. 소비자보호부서를 따로 떼어내 대표 직속 본부로 격상시킨데 이어 리테일, 리스크 부서 경험이 풍부한 인물을 독립 CCO(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로 선임했다. WM은 물론 하우스 전반에 고객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상품 출시 전후 역할과 기능 등에서 권한과 책임이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독립 CCO 도입은 연초부터 내부적으로 꾸준히 검토돼왔다. 최근 하우스 안팎으로 사모펀드에서 촉발된 고객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한 템포 빠르게 결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경쟁 증권사들이 금융당국의 권고 사안을 반영해 일찌감치 독립 CCO를 도입하며 고객 보호에 경쟁적으로 나선 점도 판단에 영향을 끼쳤다.
◇ '리스크 전문가' 본부장 선임, 고객보호 드라이브
KB증권은 6일 대표이사 직속 기구인 소비자보호본부를 설립한 뒤 신임 본부장으로 김국년 상무를 선임했다. 소비자보호본부는 기존 준법감시실 내 소비자보호부를 분리독립해 신설됐다. 기존 준법감시실장이 겸직하던 체제에서 독립 CCO로 전환한 셈이다. 소비자보호본부 인력은 15명 가량으로 소비자보호부서 실무진이 그대로 옮겨왔다.
신임 본부장을 맡은 김 상무는 1966년생으로 고려대학교 통계학과를 거쳐 건국대 부동산금융투자학과에서 석사를 마쳤다. 입사 후 지점 등 리테일 영업을 쌓은 뒤 리스크심사부장, 여신심사부장, 결제업무부장, 신용공여부장, 총무부장 등 본사 요직을 두루 경험했다. 리스크, 신용공여, 여신 등 고객 보호에 최적화한 인물로 낙점된 것으로 파악된다.
KB증권, 특히 리테일 조직은 글로벌과 디지털을 천명하고 있지만 최우선 전략은 고객 리스크 관리다. 박정림 사장 등은 상품 출시 및 판매 전후에 불거질 수 있는 고객 최우선 영업 방침을 천명한 바 있다. 소비자보호본부를 사장 직속으로 편제시킨 만큼 WM 조직은 물론 고객과 최접점 있는 부서들과의 협업을 통해 고객 안전을 위한 각종 장치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도입한 경쟁사 독립 CCO 체계를 고려하면 역할과 기능 확대는 수순이란 평가다. 1월 독립 CCO를 도입한 하나금융투자는 고객 보호를 위한 조직 내 관리·감독 업무 외 투자 등에 대한 사전 심의는 물론 상품 판매 프로세스의 종합 점검 역할도 맡게 됐다. 상품 출시 전 개발 부서와 협의해 소비자에게 유용한 정보도 제공한다.
KB증권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보호 강화 및 모범규준 준수 등을 위해 관련 조직을 신설했다”며 “계속해 도입을 검토해오다 최근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이사 직속으로 편제한 만큼 역할이나 기능 면에서 부여된 미션이 많을 것”이라며 “본부를 이끌 최적화한 인물로 김 상무를 선임한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덧붙였다.
◇ 금융당국 권고 이행, 고객 리스크 선제 해결
KB증권은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에서 권고한 모범규준 적용 대상이 아니란 점에서 비교적 일찌감치 독립 CCO 전환을 택했다. 비적용 증권사는 지금처럼 준법감시인이 CCO를 겸직할 수 있다. 적용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등이지만 미래에셋대우를 포함해 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등이 잇따라 도입했다.
최근 고객 안전 이슈가 부각되고 있는 점도 결단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WM 조직은 물론 델타원비즈니스 부서의 TRS(총수익스왑계약) 등으로 인해 고객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부담감이 커졌다. 특히 우리은행과 함께 라임자산운용 상품과 관련한 이슈에도 엮였다. 이달 검찰은 두 번째 압수수색을 통해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KB증권은 금융당국에서 적극적으로 독립 CCO 도입을 권고하는 점, 최근 사모펀드 판매와 관련된 이슈가 점차 확산된 점 등을 고려해 종합적인 결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당장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시간을 더 두기보다는 이른 도입을 통해 대내외에 소비자 보호를 위한 선제적 결정과 행보를 보이는데 방점을 뒀다는 평가다.
시장 관계자는 “KB증권은 비교적 잠잠하다가 최근 각종 사모펀드 판매와 관련된 이슈에도 휘말리는 모습”이라며 “물론 연초부터 계속 검토를 해온 것은 맞지만 독립 CCO 결단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제도 도입이 시간 문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KB증권의 선택이 나쁘지 않은 시그널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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