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환의 무거운 어깨, 케이뱅크 구원투수 될까 [금융 人사이드] KT·KT계열사 등 내부사정 밝아...자본확충 선결 임무
김현정 기자공개 2020-03-16 10:55:52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2일 13: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케이뱅크가 설립 후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는 와중에 새 수장을 맞는다. 증자 계획이 무산되면서 여러 자본확충 옵션들도 꼬여버렸다. 하락하는 자본비율·부실채권비율 등 경영지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로 지목된 인물이 이문환 전 비씨카드 사장(사진)이다.1963년생인 이 내정자는 광운대학교 전자계산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통신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KT 민영화 이전인 1989년 한국전기통신공사에 입사한 KT 내부 출신 인사로 전략기획실, 경영기획부문, 신사업개발 담당 등 임원을 역임한 '전략통'으로 꼽힌다.
줄곧 KT에서 일하다 2018년 초 KT의 금융계열사인 비씨카드 대표이사로 임명돼 최근까지 2년간 일했다. KT 계열사 사장은 별도의 임기 없이 매년 말에 정기인사를 통해 연임 여부가 결정되는데 2018년 말 한 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이 내정자는 금융업 CEO를 맡은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케이뱅크 행장 후보로 지속적으로 오르내렸다. 그가 2월 중순쯤 비씨카드 대표 자리에서 물러날 무렵 이미 KT 내부적으로 논의가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통신을 제외한 5개 플랫폼 매출 비중을 3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금융거래’ 플랫폼이고 케이뱅크와 비씨카드가 해당 플랫폼의 핵심사업이다.
애초에 케이뱅크를 설립했을 때 KT의 ICT 기술과 비씨카드의 솔루션 및 노하우, 케이뱅크의 혁신금융 등의 강점을 결합해 금융거래 플랫폼에 강력한 시너지를 낼 구상을 했다.
이 내정자는 오랜 시간 KT의 전략과 기획을 담당하면서 누구보다 KT 신사업의 청사진을 잘 이해하고 있다. 현재의 케이뱅크를 설립 취지에 맞춰 궤도 위에 올려놓을 인물로 꼽혔다. 이 내정자는 뛰어난 기획능력으로 황창규 전 KT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황 회장의 IT 특사’라는 별명까지 갖고 있다.
다만 현재 케이뱅크의 상황이 녹록지 않은 만큼 이 내정자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의구심의 시선도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 5일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자본확충 계획이 다시 미궁 속으로 빠진 상태다. 지난해부터 자본 조달이 막히면서 자본금이 빠르게 줄어들었고 현재 예·적금담보대출을 제외한 모든 신규 대출이 전면 중단되며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를 보내고 있다.
자금이 수혈되지 못하면서 자본비율은 하위권을 맴돌고 있으며 대출 영업이 이뤄지지 못해 덩달아 부실채권비율 등 경영지표가 악화하는 중이다. 현재 유상증자만이 유일한 해답이다.
당장 핵심주주인 KT를 통한 활로 모색이 어려워지면서 KT 자회사를 활용한 우회증자 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가운데 이 내정자의 가교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내정자는 비씨카드는 물론 KT와 KT 계열사들의 재무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기 때문에 묘수를 찾을 수도 있다.
비씨카드 대표 재임 동안 창사 최초로 외국자본을 유치한 경험을 쌓았다는 점에서 이 내정자의 활약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지난해 10월 비씨카드는 자회사 스마트로 지분 20%를 중국 은련상무 유한공사에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이 내정자는 자금 유치와 더불어 중국에서 활성화된 모바일 결제 기술과 노하우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지분 일부를 중국에 매각해야 한다는 구상을 세웠고 이를 직접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가 비씨카드에서 뚜렷한 실적 개선을 보여주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 내정자가 비씨카드를 맡았던 첫 임기인 2018년에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0% 가량 줄었고 순이익은 반토막이 났다.
카드업 전반의 부침 영향도 있었지만 카드사들 가운데 비씨카드의 실적 악화가 두드러졌다는 평이 많았다. 지난해에는 1~3분기 동안 순이익(992억원)이 13.2% 증가하며 어느 정도 회복세를 보였지만 기대에 못미쳤다는 평이다.
다만 케이뱅크가 정상화 물꼬만 트인다면 케이뱅크에 혁신금융을 내재화할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정보통신기술(ICT)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이다.
현재 은행권에 클라우드 도입이 봇물처럼 이뤄지는 가운데 이 내정자가 중심을 잡고 이를 진행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IT인프라 의존 비중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클라우드의 확대는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다.
이 내정자는 2016~2017년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 회장을 맡았다. 이 시기 KT그룹 모든 계열사가 내부 인프라 개발 시 클라우드 기술을 우선 채용하는 '클라우드 퍼스트' 전략을 그룹 차원에서 추진한 인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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