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이사회 평가]대한해운, CEO가 틀어 쥔 사외이사…독립성 취약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사추위원장 겸직, 구성 항목 '미흡'
김현정 기자공개 2024-11-14 08:16:08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8일 13:39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해운은 재계 30위 SM그룹의 양대 사업축 중 하나인 해운부문 대표 계열사다. 올 10월 말 기준 대한해운의 최대주주는 SM상선이고 삼라마이다스가 SM상선을, 우오현 SM그룹 회장과 우기원 SM하이플러스 대표가 삼라마이다스를 지배하는 구조다.대한해운은 대표이사(CEO)가 이사회 의장에 더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까지 겸직하는 구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사회가 오너로부터의 독립성이 상당히 약한 편이다.
◇255점 만점에 110점, 참여도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1분기 보고서 등을 기준으로 삼았다.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로 대한해운의 이사회 운영 및 활동을 분석한 결과 255점 만점에 110점으로 산출됐다.
대한해운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은 지표는 ‘참여도’다. 평균 5점 만점에 3점을 획득했다. 이사회 참석률이 92%인 데다가 이사회 안건을 13일 전에 이사들에 공유해 충분한 숙지 시간을 줘 각각 5점이 부여됐다. 작년 이사회는 총 9회가 열려 4점이 주어졌다. 다만 사외이사 교육이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아 1점이, 감사위원회 교육은 1회 열려 2점이 부여되는 등 감점도 있었다.
‘견제기능’ 지표에서는 2.8점을 받았다. 이사회 독립성 강화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감사위원회가 3인의 독립적 사외이사로 꾸려져 5점을, 감사위원회 1인(길기수 사외이사)이 공인회계사 자격을 보유한 전문가인 만큼 5점 만점이 부여됐다. 다만 경영진이 참여하지 않는 사외이사만의 회의가 한 건도 열리지 않고 내부거래를 내부거래위원회에서 통제하지 않으며 이사회에서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을 마련하고 있지 않아 각각 1점이 주어졌다.
‘정보접근성’ 지표는 2.7점이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DART)에 이사회 활동 내용이 투명하게 공개돼 있어 5점이 부여됐다. ENERGY SAVING DEVICE 엔지니어링 계약 체결의 건, 대한해운엘엔지 18K 신조 LNG 벙커링선 선박금융계약 관련 신용공여의 건 등 내용 설명이 구체적인 편이었다. 다만 기업지배구조보고서가 홈페이지엔 없는 점이 감점을 유발했다. 더불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사외이사 후보 추천 경로를 깜깜이로 운영하는 만큼 최하점인 1점이 부여됐다. 기업지배구조핵심지표 준수율은 46.7%인 만큼 3점에 해당했다.
주주환원정책을 공시하지 않는 점도 최하점인 1점으로 평가됐다. 대한해운은 15년 간 배당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해운은 해운업이란 선박 건조 시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을 투자해야 하는 자본집약적 장치산업인 만큼 자본을 내부적으로 유보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잉여현금흐름 수준 등을 검토했을 때 현재는 배당정책 및 배당실시 계획 등 주주환원정책을 수립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부분 지표 2점대 초반 및 1점대, 개선 필요
나머지 지표들은 2점대 초반 및 1점대를 받아 개선이 많이 필요한 것으로 평가됐다. 대한해운은 ‘평가개선프로세스’ 지표가 2점으로 채점됐다. 대한해운은 명시적인 이사회 평가 시스템이 없었다. 사외이사 개별 평가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 대한해운은 사외이사의 자유롭고 비판적인 의견 개진과 이사회 독립성 보장을 위해 개별 평가를 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다만 사외이사 개별 평가는 금융위원회에서 제정한 기업지배구조공시 의무에서 권장하는 내용으로 이에 기반해 관련 항목을 1점으로 채점했다.
평가 과정이 없으니 평가결과를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사업보고서 등에 공시하는 작업도 없었다. 사외이사 평가 결과를 이사의 재선임에 반영할 수도 없었다. 회의 참석률, 기여도 등을 간접적으로 고려해 사외이사 재선임에 반영하고는 있지만 객관적 평가 과정이 부재했다. 이에 평가와 관련한 다수 항목에서 1점이 부여됐다.
기업 거버넌스 전문기관에서 부여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급 역시 기대에 못 미쳤다. 대한해운은 한국ESG기준원(KCGS)에서 종합등급 'D'를 받았다.
‘구성’ 지표에서는 2.2점을 받아 보통 수준으로 평가됐다. 올 3월 말 기준 민태윤 전 대표이사가, 7월 12일 이후로는 한수한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까지 맡아 큰 감점이 있었다. 상법상 의무설치 소위원회인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제외하고는 다른 소위원회를 마련하지 않아 이 역시 최하점 1점이 부여됐다. 이 밖에 이사회 구성원이 성별·연령·경력 다양성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돼 4점이 부여됐다. 김윤정 사외이사가 여성인데다 40대이고 기업 대표 경험이 있는 만큼 해당 요건을 다수 충족시켰다.
모든 지표 중 최하점을 받은 것은 ‘경영성과’였다. 평균 1점으로 채점돼 전체 점수를 큰 폭으로 낮췄다. THE CFO는 경영성과 부문을 투자, 경영성과, 재무건전성 등을 시장 평균치 대비 아웃퍼폼했는지 살폈다. KRX300 종목 중 비금융 기업의 평균치를 냈고 지표의 왜곡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 지표의 상·하위 10% 기업은 제외했다.
11개 경영성과 관련 항목 전부가 1점으로 평가됐다. 1점은 평균치에 미치지 못했다는 의미다. 지난해 대한해운 매출성장률(-13.32%)과 영업이익성장률(-6.62%) 모두 KRX300 평균치(4.7%, -2.42%) 대비 낮았다.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총자산이익률(ROA)도 각각 2.55%, 1.01%로 평균치를 밑돌아 1점을 받았다.
15년 간 배당을 안하니 배당수익률은 0%, 최하점이었다. 주가수익률(2.38%), TSR(2.4%)도 평균치(25.74%, 27.64%)를 크게 하회해 1점으로 채점됐다. 부채비율은 156%로 평균치(91.96%) 대비 상회하면서 1점을 받았다. 순차입금/상각전영업이익(EBITDA) 배수나 이자보상배율도 평균치에 미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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