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파장]'에이스' 키움캐피탈도 미달…BBB급 '묻지마' 외면?피어그룹 대비 우수한 재무에도 부진…기피현상 A급까지 전이 우려도
이경주 기자공개 2020-03-17 10:53:56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6일 16: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 충격이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던 회사채 시장까지 덮쳤다. 키움캐피탈이 올 들어 BBB+급 중에서 첫 대규모 미매각을 기록했다.키움캐피탈은 재무현황이 BBB+급 중에서도 상급으로 분류됐었다. 때문에 투자자들이 BBB+ 시장 자체를 외면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펀더멘털(기초체력) 약화로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나아가 일각에선 올해 A급 공모채 기피현상까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키움캐피탈, 2개월 새 투심 급랭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키움캐피탈(BBB+, 안정적)은 지난 13일 500억원(1,2년물 합산) 공모채 모집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기관참여액이 170억원에 그쳤다. 330억원이 미달됐다. 주관사인 KB증권은 추가 청약을 최대한 진행한 후 남은 금액은 총액 인수할 예정이다.
올 해 처음으로 BBB+급에서 미달 사례가 나왔다. 특히 키움캐피탈이 BBB+급 중에서도 투자선호도가 높은 에이스였다는 점을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2~4개월 전 진행한 두 차례 공모채는 높은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10월엔 300억원(1,2년물 합산) 모집에 1420억원 수요가 몰려 경쟁률 4.7배를 기록했다. 올 1월에도 350억원(1,2년물 합산) 모집에 940억원 수요가 몰려 경쟁률이 2.6배였다. 덕분에 발행금리는 1, 2년물 모두 등급민평(금융채Ⅱ, 캐피탈) 약 90bp나 낮은 수준으로 정해졌다.
키움캐피탈 재무상태가 피어그룹 대비 양호했기 때문이다. 2018년 설립된 신생캐피탈사라 자금을 기업금융이나 부동산PF 등에 집행한지 얼마 안 된다. 때문에 이자연체나 자금회수 리스크가 경쟁사들 대비 적을 수밖에 없었다. AA- 우량 신용도를 보유한 키움증권이 모회사(지분율 98%)라 재무적 완충지대도 있었다. 게다가 이번 공모채는 만기가 1, 2년 물로 짧아 투자자 회수 리스크도 크다고 볼 수 없었다.
◇BBB급 시장 기피 해석…1~2년 투자기간도 불안
신용평가 업계는 코로나19 사태가 단기적으론 캐피탈사(할부리스)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봤었다. 항공이나 여행사, 유통사 등과 같이 당장 실물경제 영향을 받는 업종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신사업에까지 충격이 오려면 시간이 걸린다. 캐피탈사들이 항공과 호텔산업 분야 여신이 적은 것도 이유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에이스급인 키움캐피탈도 외면했다. 코로나19 사태로 2008년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세계적 경제 충격이 예상되면서 BBB급 구간 자체에 불안을 느꼈다는 분석이다. BBB급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A급으로까지 기피현상이 전이될 수 있다.
한 증권사 RM(릴레이션 매니저)는 “만기가 짧은 기업어음(CP)도 A+ 이하 등급들은 발행이 잘 안 되고 있다. A급 회사채 역시 힘들 것으로 내부에선 판단하고 있다”며 “예전 같으면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현물 대신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투심이 몰렸는데, 현재는 투자 자체를 하지 않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실물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을 투자자들이 처음 겪고 있는 탓”이라며 “미래전망에 대해 제대로 된 판단을 하기 힘들기 때문에 투자한 것도 최대한 회수 하면서 지켜보자는 기류”라고 덧붙였다.
가장 우려되는 후발주자는 대한항공(BBB+)다. 대한항공은 펀더멘털 약화 우려 대비 회사채 금리는 너무 낮아 투자 선호도가 떨어졌었다. 지난해 하반기 미달을 기록한 전례가 있다. 그런데 최근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가 무보증 회사채에 대해 하향검토 대상(왓치리스트)에 등록했다. 3개월 이내에 등급을 떨어뜨리겠다는 신호다.
과거엔 금리 매력도를 높이면 완판은 가능했지만 이젠 이마저도 불투명해졌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하향왓치 탓에 기관 수요예측 흥행저조는 피할 수 없다”며 “펀더멘탈 악화가 유력하기 때문에 금리를 높인 다해도 미달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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