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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업 궁리하는 대우건설, ‘적과의 동침’ 불사 MRO사업, 드론 기술 등 경쟁사에 상품화…매각 앞두고 수익 극대화 차원

고진영 기자공개 2020-03-24 08:42:02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3일 17: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건설업계 화두는 사업다각화다. 미래 먹거리 확보에 저마다 사활을 걸면서 신사업 진출 소식이 줄을 잇는 추세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대우건설의 행보는 특이한 측면이 있다. 항공이나 에너지 등 완전히 새로운 분야에 손을 뻗는 다른 대형·중견 건설사들과 달리, 대우건설은 건설업 테두리에 머무르면서도 경쟁사들을 타깃 고객으로 삼는 사업 구상안을 속속 내놓고 있다.

회사 측은 드론과 MRO(소모성자재 구매대행)사업을 본격화한 뒤 추후 다른 건설사들에게도 관련 기술 및 서비스를 판매할 계획이다. 어차피 본업 효율화를 위해서도 필요한 사업인 만큼, 이를 상품화해 추가 비용없이 수익을 최대화하겠다는 실속 중심의 기조로 보인다.

◇자회사 3사 통합법인 출범, 경쟁사 상대 MRO 신사업

대우건설은 대우에스티, 푸르지오서비스, 대우파워 등 기존 자회사 3곳을 합친 통합법인을 6월 1일 출범시킬 예정이라고 23일 밝혔다. 부동산 개발과 운영·관리 등 부동산 종합서비스기업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GS건설의 자이에스앤디와 여러모로 비슷하다. 자이에스앤디와 마찬가지로 IPO(기업공개)도 예정하고 있다.

△3월 19일 열린 ‘합병계약서 체결 서명식’에서 (왼쪽부터) 대우에스티 지홍근대표, 푸르지오서비스 윤우규대표, 대우파워 장복수대표가 계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눈에 띄게 다른 부분은 핵심 신사업으로 MRO 진출을 추진한다는 대목이다. MRO는 기업 운영에 필요한 물품이나 자재를 대신 구매해 주는 사업인데 건설사 중 이 분야에 나서는 것은 대우건설이 처음이다. 건설 안전용품과 사무용품 등 비전략적 간접자재를 모두 다루며 안전용품은 안전 난간이나 추락 방지망 등이 대표적이다.

회사 측은 우선 통합법인이 대우건설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어느정도 자리가 잡히면 건설업계 전반으로 영토를 넓혀 건설지원 전문 MRO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세워뒀다.

MRO를 신사업으로 결정한 이유는 관련 시장이 매우 넓다고 봤기 때문이다. 현재 MRO사업을 하는 곳은 사무용품, 의료기기 등을 다루는 ‘아이마켓코리아’ 등이 있지만 건설 쪽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은 없다.

사실상 관련 시장이 ‘빈 집’인 만큼 대우건설은 경쟁사인 다른 대형 건설사들까지 모두 잠재고객으로 노리고 있다. 현장 원가를 아낄 수 있는데 경쟁사라고 해서 서비스 이용을 꺼려할 이유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그동안 건설사들은 각 현장별로 안전용품 등을 직접 구매하고 해당 현장이 마무리 되면 작업 인원들이 물품을 가져가서 다른 사업장에서 쓰는 등 비효율적으로 운영됐다”며 “이를 구매대행해서 빌려 쓰는 형태로 바꿔 유지 및 보수 등 관리서비스까지 할 경우 훨씬 체계화가 가능하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고 설명했다.

◇'국내 최초' 원격 드론 관제시스템, 타건설사에도 상품화

대우건설이 경쟁사들을 고객사로 염두에 둔 사업은 또 있다. 오래 공을 들인 드론(무인항공기) 분야다. 현재 국내 건설사 최초로 건설산업용 원격 드론관제시스템을 구축했으며 국내외 현장에 시범 적용 중이다. 2020년까지 국내외 모든 현장에 확대 적용한다.

이는 상품화를 위한 ‘테스트 드라이브’의 성격도 있다. 자사 현장에 적용을 마치고 나면 다른 건설사들에게도 이 시스템을 판매해 수익화를 꾀할 계획이다. 드론 기술이 없는 중소 건설사뿐 아니라 자체적으로 드론 개발을 하고 있는 대형, 중견 건설사까지 모두 영업 타깃으로 삼는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데이터화 작업에 드론을 이용하는 건설사는 많지만 전부 엔지니어가 직접 현장에서 드론을 날려 현장을 찍어야 하는 방식”이라며 “반면 대우건설이 개발한 기술은 드론을 조종하는 일종의 ‘통제 시스템’으로, 현장에 엔지니어가 가지 않아도 중앙 관제센터에서 비행 위치를 설정하고 원격으로 드론을 날리면 해당 루트의 사진 및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이 개발한 대우드론관제시스템 'DW-CDS'(Daewoo Construction Drone Surveillance).

실제 해당 시스템은 전 세계 대부분의 상업용 드론과 호환이 가능하다. 덕분에 건설 뿐 아니라 관이나 다른 산업분야로도 확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시범 운행을 하면서 계속 시스템을 안정화해 상품화 단계까지 만들 계획”이라며 “운영체제를 파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에 경쟁사가 고객이라고 해도 기술 유출 등의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빨리 도는 매각 초시계, 몸값 높이기 시급

대우건설이 이렇게 ‘적과의 동침’까지 마다않고 수익 극대화에 힘을 쏟는 이유는 매각을 앞두고 몸값을 높이기 위해서다.

실제 지난해 10월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대우건설에 대해 "2년 정도를 시간을 두고 기업가치를 높여 되팔겠다"고 선언한 이후 회사 측은 내내 몸만들기에 열중해왔다. 자회사 3사의 합병안을 준비한 것도 지난해 하반기 즈음부터다. 통합법인은 100% 자회사이기 때문에 대우건설과 함께 매각된다.

최근 대우건설이 조직 내 성과중심 문화 구축에 초점을 맞춰 컨설팅을 받고 성과 보상제도 등 인사시스템을 개선한 것 역시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게다가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바닥을 찍으면서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작업은 한층 다급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드론이나 MRO사업의 경우 대우건설이 자사 현장에 적용하면서 판매 수익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리한 구상"이라며 "다만 경쟁사를 상대로 영업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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