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4월 07일 11: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I그룹이 오너 3세 '박치용 이사'가 출자한 자동차 부품사를 인수하면서 그 배경과 의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룹 내 자동차 부품사들의 의사소통 구조를 단순화해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아울러 인수 주체가 박 이사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KBI국인산업이라는 점에서 그룹 내 실행력과 영향력이 발휘된 거래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BI국인산업은 지난해 관계사 '㈜모다' 지분 100%를 취득하며 관련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모다는 1962년 설립됐으며, 자동차용 열교환기 제품을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에 공급하고 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10~30%대의 높은 매출 성장세를 보였지만 지난해 완성차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자 역성장을 면치 못했다. 결국 영업손익 또한 15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이에 원활한 사업 재편과 추진 동력 확보를 위해 KBI국인산업이 직접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KBI국인산업의 ㈜모다 인수가 더 주목을 끄는 것은 두 거래 당사자 사이에 공통 분모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오너 3세인 '박치용 이사'가 그 주인공이다.

박 이사는 지난 25년간 KBI그룹의 성장 기반을 닦은 박유상 고문의 장남이다. 만 22살이었던 2012년 3월 폐기물 중간처리 계열사 'KBI텍'에 사내이사로 취임하며, 공식적으로 그룹 경영에 첫 발을 내딛었다. KBI그룹이 형제 경영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2세 경영이 끝난 후에 항렬상 3세 맏이인 박 이사가 그룹을 책임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활발하게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박 이사가 그룹 계열사 및 관계사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이름을 내걸고 지분 투자를 한 기업이 바로 '㈜모다'였다. 실제 ㈜모다가 본격적으로 외부 감사를 받은 2016년부터 박 이사는 꾸준히 주주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이런 와중에 박 이사 등 ㈜모다 주주들은 지난해 보유 지분을 전량 KBI국인산업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자동차 전방산업 침체로 경영 환경이 불확실해지자 경영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그룹 지주사에 아예 운전대를 맡긴 것으로 분석된다.

박 이사가 인수 주체인 KBI국인산업 경영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점 역시 흥미로운 대목이다. 박 이사는 2015년 10월부터 KBI국인산업 등기이사로 선임돼 이사회를 꾸려나가고 있다. KBI국인산업은 석문에너지와 KBI텍, KBI메탈, KBI동국실업, 동양철관, KBI코스모링크 등 그룹 핵심 계열사들을 모두 지배하고 있는 사실상의 지주사다.

가족 중심 경영 시스템이 구축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그림이었다. KBI국인산업은 아버지 박유상 고문이 최대주주(44.4%)다. 나머지 지분 역시 삼촌인 박효상 부회장(27.8%)과 박한상 사장(27.8%)이 나눠 갖고 있다. 이사회 역시 가족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결과적으로 박 이사는 ㈜모다 인수자이자 매각자의 위치에서 최적화된 사업 재편 밑그림을 직접 그렸을 것으로 관측된다.

KBI그룹 관계자는 "㈜모다가 완전 자본잠식 상태라 재무구조 개선 노력이 필요했다"며 "안정적인 대주주를 만나면서 그 같은 수순을 밟아나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