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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랩 비즈니스 돋보기]채권랩 '왕좌' 교보증권, 전략 다각화로 한계 '돌파'⑥운용잔고 10조→12조 증대 목표…새먹거리 대체투자 '안착' 중점과제

김수정 기자공개 2020-04-09 13:10:37

[편집자주]

랩(wrap account) 운용부는 고유자금운용부서와 더불어 증권사의 양대 운용조직이다. 사내 리서치센터나 외부 기관과 유기적으로 협력해 기관과 개인고객 자산을 운용한다. 증권사들의 새 먹거리로 떠오른 외부위탁운용(OCIO)도 랩에서 출발한 비즈니스다. 자격증을 취득하고 고객 자산을 운용한다는 점에서 랩운용역의 업무는 사실상 펀드매니저 업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동안 자산관리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랩어카운트가 사모펀드의 위기 속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각 증권사 랩운용부와 관련 비즈니스의 면면을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7일 13: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교보증권 랩운용부는 10조원대 채권 자산을 굴리는 채권형랩 시장 1위 하우스다. 일반채권부터 구조화채권, 외화표시채권(KP물), 통화·금리 스와프 헤지까지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면서 랩 비히클의 한계를 넘나들고 있다.

지난해는 고객층을 다변화하면서 체질을 가다듬는 한 해였다. 올해 목표는 다시 외형 확대에 속도를 내 잔고를 12조원 수준까지 키우는 것이다. 특히 직접 실사가 용이한 국내 자산 중심으로 대체투자파트를 안착시킨다는 방침이다.

◇채권랩 잔고 업계 1위…소수 전문인력 '고효율' 추구

교보증권 랩운용부는 대표이사 직속 고객자산운용본부에 신탁운용부, 사모펀드운용부와 함께 소속돼 있다. 랩운용부는 주식운용·채권운용·대체투자·운용지원파트로 구성됐다. 부서장을 포함해 총 11명 규모로 이뤄졌다. 작년 말 기준 고객자산운용본부 총 운용규모는 39조9400억원이며 이 가운데 랩운용부 운용규모는 10조3800억원이다. 랩운용부는 총 잔고 기준 랩 시장 4위권이다. 채권형 잔고만으로는 업계 1위다.

고광봉 교보증권 랩운용부장(사진)은 "랩 상위 10개사의 운용부 인력이 평균 20명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소수 전문인력을 바탕으로 높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달성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앞으로 다양한 비즈니스를 확대하기 위해 지속 전문 인력을 육성하고 충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 부장은 랩 운용만 14년째 하고 있는 업계 최장 경력 소유자다. 2007년 KB증권(옛 현대증권)에서 랩 업무를 시작해 2014년 교보증권 랩운용부로 자리를 옮겼다. 2018년부터 랩운용부장으로서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이 기간 국제공인재무분석사(CFA)를 취득해 다양한 선진 이론과 방법을 랩어카운트에 적용해 왔다.

유관기관에 다양한 제도 개선 제안을 하면서 국내 랩 시장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투자일임 대상 자산을 정기예금으로 확대한 것을 비롯, 랩어카운트의 기관 환매조건부채권(REPO) 매수허용 및 기업어음 담보 REPO 수용 등 성과를 이뤘다. 현재는 구조화상품의 대차담보 허용, 손익합산과세 도입, 과세표준 개선, 회계처리 간소화 등 제도 개선안을 지속 제시하고 있다.

교보증권 랩운용부는 최근 5년 간 두드러진 성장세를 구가했다. 2014년 말 3조9000억원이던 운용자산은 작년 말 10조3800억원으로 165% 증가했다. 잔고가 늘어남에 따라 수수료 수입은 51억원에서 214억원으로 320% 늘어났다.

비즈니스 확장을 위해 최초 타깃 시장을 지정해 미니마켓을 형성한 뒤 점유율을 확대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실질적인 운용에 있어선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투자 유니버스를 설정한 뒤 운용역들에게 권한을 최대한 위임한다. 이와 함께 월간 운용전략회의를 열어 운용전략과 유니버스를 조정한다.

교보증권 랩 비즈니스 성장을 주도한 건 채권형랩이다. 일반채권, 구조화채권, KP물 등 다양한 운용전략이 적중했다. 고 부장은 "국고채, 통안채, 크레딧채권은 물론 구조화채권과 KP물 등 다양한 금리형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며 "랩어카운트 명의로는 제한되는 금리스와프(IRS)·통화스와프(CRS) 헤지 전략을 실행하는 채권형 펀드를 편입함으로써 이 같은 전략에 대한 고객 니즈도 충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객 니즈를 기반으로 타사 투자금융(IB) 조직과 협업해 맞춤형 상품을 제조해 운용하고 있다"며 "크레딧 애널리스트도 채용해 안정성을 제고했다"고 부연했다.

교보증권 랩운용부는 금융제도 변경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새로운 시장을 탐색하고 있다. 고 부장은 "현재는 초저금리 시대를 감안해 다양한 운용전략을 구상하고 있다"며 "작년 하반기 대체투자파트를 신설해 제로금리 시대의 대응 전략을 수립했고 사모펀드운용부와 협업해 딜소싱, 판매 채널 확대 전략도 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양한' 자산 이해, '핵심' 자산 집중

교보증권 랩운용부는 3가지 철학에 초점을 두고 있다. 첫 번째는 자산의 '광범위성'과 '집중성'이다. 다양한 자산군을 이해하고 핵심 자산군에 집중해 최적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데 역량을 모으고 있다.

고 부장은 "수많은 자산군의 상관관계를 이해해 위험조정수익률을 제고하는 것이 고객자산운용의 핵심"이라며 "현재 주식, 채권, 대체자산에 대한 직접운용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해외투자는 간접운용 또는 자문 아웃소싱 등 방식을 검토해 더 폭넓은 자산을 접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로 강조하는 건 플랫폼 구축이다. 고 부장은 "선진국 랩어카운트는 SMA(Separately Managed Account), MDA(Multiple Discipline Account), UMA((Unified Managed Account)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외부위탁운용(OCIO)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UMA 체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사도 고객 요구에 즉시 대응 가능한 UMA 체계인 오픈 플랫폼을 도입했다"며 "위탁계좌·상품 체계의 한계를 벗어나 고객 포트폴리오 중심의 유연한 플랫폼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또 하나 중점을 두는 부분은 데이터 분석, 적용이다. 고 부장은 "운용측면에서 운용 데이터를 정량화해 트랙레코드를 생성하고 정확한 성과분석을 실시해 기능별 강약점을 파악하고 있다"며 "특히 주식형 랩의 경우 펀드평가사의 객관적인 성과 평가를 매일 받고 있는데 향후 모든 랩 상품으로 확대할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장기적으로는 국제성과평가기준(GIPS)을 도입할 것"이라며 "또한 랩어카운트의 핵심은 고객별 맞춤운용이므로 운용데이터뿐 아니라 고객 데이터도 결합해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강조했다.

◇계약잔고 12조 목표…대체투자 안착 '전력'

지난 한 해 교보증권 랩운용부는 잔고 확대보다는 성과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저성장·저금리 환경에서 채권운용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 무리한 운용을 통한 잔고 증대는 오히려 비효율성만 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고 부장은 "구조화채권, KP물, 채권형 펀드 등을 편입하는 다양한 상품 운용 전략으로 고객 수익률과 당사 수익성을 모두 개선했다"며 "고객 타깃을 연기금 등 홀세일 보다는 일반법인 등 리테일에 맞춘 결과 운용 잔고는 전년도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리테일 비중이 28%에서 34%로 커졌다"고 조명했다.

올해는 계약 잔고를 작년 대비 2조원 많은 12조원으로 늘리는 게 목표다. 아울러 대체투자파트를 안착시킨다는 방침이다. 고 부장은 "제로금리 시대에 고객들에게 경제적 만족을 주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대체투자자산의 발굴, 운용이 필수적"이라며 "해외보다는 국내 부동산 같이 투자자와 직접 실사가 가능한 자산 위주로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교보증권은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에 대비해 OCIO 플랫폼 정비도 추진 중이다.

또 다른 중점 과제는 랩어카운트의 디지털화를 진척시키는 것이다. 고 부장은 "운용지원파트에 사무자동화(RPA)를 다수 도입했는데 운용파트에서도 알고리즘 매매, 로보어드바이저 같은 디지털 운용 방식을 적용하고자 한다"며 "저금리 장기화로 기대수익률이 낮아지면서 수수료 인하 압박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 디지털화를 통해 비용을 효율화하고 대규모 운용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 부장은 "우리 랩운용부는 고객 관점에서 최적의 투자솔루션과 금융서비스를 제공해 고객들에게 경제적인 만족을 주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며 "단일 상품운용에 국한되지 않고 고객 포트폴리오의 안정성과 수익성 개선에 핵심가치를 두고 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고객과 함께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일정이 순연되고 차질이 발생하고 있지만 '겨울은 봄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모든 것이 곧 정상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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