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그룹 후계자 문윤회, 야심작 '외식업' 손뗐다 직접 국내 들여온 타르틴 지분매각·사내이사 사임, 태국서 들여온 롱침도 철수
최은진 기자공개 2020-04-14 13:01:11
이 기사는 2020년 04월 13일 10: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주그룹의 차기 후계자인 문윤회 아주호텔앤리조트 대표이사가 야심차게 추진하던 외식업에서 모두 손을 뗀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 해외에서 국내로 들여온 브랜드인 타르틴코리아의 지분을 매각한 데 이어 최근에는 태국 레스토랑 롱침도 철수하는 절차를 밟았다. 아주그룹 자체적으로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대규모 인수합병(M&A)을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현금확보 차원에서 문 대표 중심으로 적자 신사업을 접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아주호텔앤리조트는 보유하고 있던 타르틴코리아지분 28.5%를 지난해 말 모두 처분했다. 2017년 20억원을 들여 사들인 지분 전량을 약 2년만에 정리했다. 처분금액은 투자금 그대로인 20억원으로 분할 형태로 받기로 했다.
타르틴코리아의 지분매입과 함께 확보했던 사내이사직도 내려놨다. 이 자리는 아주호텔앤리조트의 문윤회 대표이사가 직접 앉아 챙겼는데, 등기부등본 확인결과 지난달 25일자로 사임했다. 타르틴코리아 내 아주호텔앤리조트의 흔적이 완전히 사라진 셈이다.
타르틴코리아는 문 대표가 그룹 내 신성장 사업 발굴을 위해 실험적으로 투자한 회사였다. 샌프란시스코 베이커리 브랜드로 아주호텔앤리조트를 통해 2017년 한국시장에 진출했다. 문 대표는 문규영 아주그룹 회장의 외아들로 유일한 승계후보자로 꼽힌다. 타르틴코리아를 통해 호텔에 이어 외식사업으로 외연을 확대하려고 시도했다. 문 대표가 운영하는 홍대 라이즈(RYSE)호텔에 타르틴코리아 매장을 입점시키는 등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예상만큼 성과는 좋지 않았다. 타르틴코리아는 2017년 당기순손실 5억4000만원, 2018년 34억원을 기록했다. 흑자 전환은 커녕 적자폭이 점점 커졌다. 아주호텔앤리조트의 모든 종속기업이 전부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부담은 한층 가중됐다.
신성장 사업으로 투자했다는 목적으로만 따져봐도 이렇다 할 흥행을 일으키지 못하는 데 따라 더이상 투자매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상당부분의 손실을 감내하고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라이즈호텔 1층에 입점시켰던 타르틴 매장도 절반 이상 철수시킨 상황이다.
타르틴코리아 뿐 아니라 문 대표가 2018년 태국에서 국내로 들여온 태국 레스토랑 롱침도 최근 철수했다.
태국의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남(nahm)의 오너 셰프인 데이비드 톰슨이 방콕에 오픈한 레스토랑이라는 점을 앞세워 국내에 선보였고, 문 대표는 핫플레이스로 키우겠다는 목표로 만든 라이즈호텔에 입점시켰다. 그러나 이 역시 흥행에는 실패했다.
지난해 7월 론칭한 신규 레스토랑인 오버 더 카운터 역시 1년도 안 돼 철수하는 분위기다. 이 역시 라이즈호텔 1층에 팝업(Pop-up) 점포 형태로 문을 열었지만 그다지 고객 호응이 많지 않아 당초 계획했던 점포확장 전략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철수 쪽으로 전략이 기운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이로써 문 대표가 호텔과 함께 키우고자 했던 외식사업에서 전부 손을 떼게 됐다. 승계 후보자로서 그는 기존 레미콘 사업 일변도의 그룹 포트폴리오를 소비재 중심인 호텔이나 외식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코넬대학교 호텔경영학 출신으로 호텔에 대한 관심과 전문성이 상당했기 때문에 해당 분야에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발굴할 수 있다는 자심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주호텔앤리조트를 제외하고 모든 호텔 사업에서 적자를 내고 있는데다 문 대표가 직접 해외에서 들여온 외식 브랜드 사업까지 부진한 성과를 내자 결국 아주그룹은 다른 돌파구를 발굴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아주그룹은 두산공작기계의 M&A전에 참여하고 AI(인공지능) 등 4차산업 관련 기업 인수에 관심을 갖는 등 기존 제조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사업 발굴에 매진하고 있다.
문 대표 주도로 추진되던 신사업이 철수되는 분위기에 따라 업계는 앞으로 문 대표가 어떤 방향으로 경쟁력을 키워 나갈 지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워낙 호텔이나 외식업에 집중해왔기 때문에 그룹의 모태사업이자 주력인 레미콘 등으로 시선을 돌리기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다.
아주그룹 관계자는 "타르틴코리아 지분을 매각했지만 기존 경영진이 잘 운영하도록 도우며 사업적 파트너십은 지속할 방침"이라며 "외식사업보다는 호텔사업에 더욱 집중하기 위한 결정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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