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인력 다 떠난 라임운용, 배드뱅크서도 '퇴출' 문경석 CIO 외 인력 참여 가능성 낮아 "불신 깊다"
허인혜 기자공개 2020-04-23 07:50:54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1일 08: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라임자산운용의 부실 펀드를 처리할 배드뱅크 논의가 시작된 가운데 라임사태 이후 합류한 문경석 최고운용책임자(CIO) 외 라임운용 출신의 인력은 배드뱅크에 포함되지 않거나 극소수만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금융당국과 판매사들의 라임운용에 대한 불신이 크기 때문이다. 또 라임운용이 사실상 폐업수순을 밟으며 대부분의 실무 인력이 떠났고 남은 인력들도 배드뱅크로 이직을 택할 이유가 희박하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과 라임운용 펀드 판매사들은 20일 회의를 열고 라임운용의 부실 펀드 처리를 위한 금융기관 설립을 논의했다. 우리은행과 신한금융투자, 신한은행, 대신증권, 메리츠종금증권, 신영증권, 하나은행, KB증권, 부산은행 등 19개 판매사가 출자금액을 모아 신규 운용사를 세운다는 게 골자다. 배드뱅크는 자산운용사로서의 영업은 하지 않고 부실 펀드를 처리하는 데에만 주력한다.
문 CIO가 배드뱅크 책임자로 거론된다. 라임 펀드 부실 사태의 책임자 역할로 라임운용에 합류한 만큼 배드뱅크를 진두지휘할 것으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만약 문 CIO 외 라임운용 출신 인력이 참여한다면 2월부터 라임운용에 몸담은 최재범 준법감시인에 그칠 것으로 업계는 예상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문경석 CIO와 최재범 준법감시인처럼 라임운용 사태 이후 라임운용 부실 펀드 해결을 위해 라임운용으로 옮긴 극소수 인물이 배드뱅크에 참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인력 채용은 전적으로 판매사의 결정에 따라야 하겠지만 문경석 CIO가 자칭타칭 해결사로 왔으니 (합류하지 않겠느냐)"고 답변했다.
금융당국과 판매사들은 라임운용을 더 이상 믿기 어렵다는 데에 뜻을 모았다. 라임운용 사태가 진행 중이던 올해 1월에도 라임운용의 자금이 코스닥 상장사 스타모빌리티로 흘러간 정황이 포착되면서다. 배드뱅크가 설립되면 라임운용은 부실 펀드를 모두 이관하고 자산운용업 라이선스를 박탈 당한다.
라임운용은 20일 열린 배드뱅크 킥오프(Kick-off) 회의에 참석조차 하지 못했다. 문 CIO가 배드뱅크의 책임자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초기 방향성조차 라임운용과는 논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뚜렷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날 회의는 19개 판매사를 중심으로 진행됐다"며 "아무리 문경석 CIO가 책임자로 거론된 상황이지만 (문경석 CIO 역시) 라임운용의 일원이 아니냐"고 답했다.
배드뱅크에도 문 CIO 외 라임운용 출신 인력이 참여할 가능성은 낮게 봤다. 라임운용 출신의 인력이 라임운용의 펀드를 잘 알고 있더라도 '고양이 앞의 생선'이라는 이야기다. 또 남은 인력이 대부분 임원급으로 배드뱅크에서 고임금을 주고 라임운용 출신의 임원을 모셔갈 당위성도 없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짚었다.
라임운용 펀드 판매사인 A사 관계자는 "실제로 운용사가 어떻게 세워질 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논의된 것처럼 작은 규모라면 상무, 본부장 등 임원급을 다 대동해서 고연봉을 지급하며 데려갈 이유가 전혀 없지 않겠느냐"며 "차라리 추심전문가를 뽑으면 뽑았지 기존 인력들에게 일감을 맡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A사의 계열사인 B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의도했든 아니든 부실 자산에 가담했던 사람들이니만큼 아무리 라임운용의 펀드를 잘 안다고 하더라도 배드뱅크 업무를 수행하기는 힘들지 않을까"라며 "실제 운용을 하려고 설립하는 게 아니어서 역할적으로도 할 일이 없다"고 부연했다.
라임운용의 핵심인력들도 대부분 퇴사했다. 17일자로 사임한 홍정모 주식운용본부장을 마지막으로 본부장급 핵심운용역들이 모두 회사를 떠났다. 앞서 대체투자전략본부, 기업투자본부, 부동산본부, 채권운용본부의 인사들이 차례로 임기를 마치기 전 라임운용에서 나갔다. 장재훈 이사가 김동혁 전 부동산본부장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기는 하지만 남은 펀드를 정리하기 위한 감투다.
라임운용에 남은 인력은 리스크 매니지먼트·컴플라이언스 책임자와 백오피스 필수 인력, 대체투자본부 일부 매니저뿐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말했다. 임태근 부사장이 경영관리 총괄을, 최재범 상무가 준법감시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전 준법감시인이었던 김진택 상무도 남은 컴플라이언스 업무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남아 있다. 마케팅 담당인 이규태 상무와 송영오 감사도 라임운용에 잔류했다.
업계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주식과 채권, PEF 본부의 실무 인력은 모두 퇴사했고 문제가 가장 컸던 대체투자본부에 시니어급 매니저가 1~2명 남아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시니어급 인력들이 남은 펀드의 처분을 위해 잔류했다는 전언이다. 대체투자본부의 책임자는 도주한 이종필 전 부사장과 20일 구속기소된 김창희 본부장이다.
한편 판매사와 금융당국 간의 시각차도 드러났다. 판매사들은 배드뱅크 설립에 강제성이 있었다고 토로했지만 금융당국은 배드뱅크가 현 상황에서 최선의 대응책이라고 답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판매사들은 배드뱅크에 대해 사전에 충분한 논의를 했다고 받아들이지는 않고 있다"며 "지금도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진행이 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상태"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본안대로라면 라임운용이 책임지고 환매를 해주기를 기대했는데 1월 사안이 발생하다보니 판매사들의 반발에 금감원이 결정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판매사들에게 배드뱅크 운영을 전적으로 일임한다는 방침이다. 초안 수준의 가이드라인은 공유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스타모빌리티 사안 이후로 마지막 남은 신뢰마저 사라진 상태에서 대안이 없다"며 "금융당국은 설립까지의 과정을 서포트해주고 집행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면 도움을 주는 정도로 관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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