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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비율 미달' 이지홀딩스, 4전5기 지주사 도전기 [진격의 중견그룹]②M&A 과정서 자회사 주식가액 불충족…2014년 마지막 실패, '미완 과제' 남아

방글아 기자공개 2020-04-28 08:02:13

[편집자주]

중견기업은 대한민국 산업의 척추다. 중소·벤처기업과 대기업을 잇는 허리이자 기업 성장의 표본이다. 중견기업의 경쟁력이 국가 산업의 혁신성과 성장성을 가늠하는 척도로 평가받는 이유다. 대외 불확실성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산업 생태계의 핵심 동력으로서 그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중견기업들을 면밀히 살펴보고, 각 그룹사들의 지속 가능성과 미래 성장 전략을 점검하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3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지홀딩스가 법적 지주사 지위 재탈환에 나서고 있다. 창업주 지원철 회장이 여러 차례 추진했지만 의무 지주비율 미달 문제로 번번이 실패했던 탓이다. 이지홀딩스는 처음으로 지주사 전환에 성공한 2006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법적 지주사 지위를 잃고 획득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활발한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이지홀딩스 별도 자산 규모가 등락을 반복하고 피인수사의 불안정한 실적으로 주식가액 변동이 지속된 것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미완으로 남은 얽히고설킨 복잡한 지배구조 단순화는 이지홀딩스그룹의 주요 현안으로 남아있다.

◇2006년 첫 지주사 전환, 지주비율 유지 못해 '4개월만에 원점'

1999년 이지홀딩스를 코스닥 시장에 상장시킨 지 회장은 2000년대 중반 무렵부터 지주사 체제 구축을 고민했다. 상장 후 M&A로 계열사 수가 빠르게 불어나면서 지배구조가 복잡해지고 배당수익에 대한 절세 필요성이 높아진 탓이다. 법적 지주사는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의 일정 비율을 과세소득에서 제외할 수 있어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주요 종속회사가 13개사에 이르렀던 이지홀딩스는 2005년을 전후해 법적 지주사 요건을 염두에 두고 M&A를 지속해 나갔다. 이 같은 노력은 2006년 5월 처음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인정받았다. 활발한 M&A 과정에서도 법적 지주사 요건을 갖추기 위한 몸만들기 병행이 통한 것이다.

당시 법적 지주사 요건은 지금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느슨했다. 자산 1000억원, 손·자회사 지분율의 경우 상장사 20%, 비상장사 40% 이상만 보유하면 됐다. 당시 이지홀딩스 자산(별도기준)은 1318억원 수준이었고 자회사 지분율 역시 모두 요건을 너끈히 넘어 비교적 쉽게 지주사 지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3개월만에 예상치 못한 곳에서 불똥이 튀며 소기의 성과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운영·시설자금 조달을 위해 추진한 유상증자 주금이 납입되며 이지홀딩스 자산총액 대비 자회사 주식가액의 합계액(지주비율)이 의무 수준인 50%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로 인해 이지홀딩스는 법적 지주사 지위를 인정받은 지 4개월만인 그해 9월 제외를 통보받았다.

◇2007년 새 판 짰지만 '턱걸이 미달'


지 회장은 이듬해 지주사 전환에 다시 나섰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배구조 밑그림을 그리고 자회사별 선택적 지분 매매를 단행했다. 주요 자회사인 도드람비엔에프, 도드람비티, 아비코아생명공학연구소 등에 대한 추가 출자 등 자본수혈을 통해 지배력을 높였다.

특히 이지홀딩스 상장 초기 연구·개발(R&D) 중심추였던 아비코아생명공학연구소를 대대적으로 지원했다. 계열사 2곳(옵티팜솔루션센터·메디피그코리아)을 흡수시켜 2008년 1월 옵티팜솔루션센터로 개명했다. 옵티팜솔루션센터는 이지홀딩스가 2006년 6월 10억원을 출자해 직접 설립한 업체로, 이 합병 거래 이후 이지홀딩스의 주요 자회사로 이름을 올렸다.

자회사 좋은나라는 전략적 투자(SI) 차원에서 인수했던 다른 기업들(선진, 오픈베이스, 쓰리쎄븐)과 함께 매각해 새 지배구조를 만들 재원으로 활용했다. 4개사 매각으로 확보한 149억원 중 일부(66억원)를 2007년 11월 벤처캐피탈 이앤네트웍스벤처투자에 출자해 새로운 주요 자회사로 편입시킨 것이다.

지 회장의 아들 지현욱 대표도 이 시기(2007년 10월) 이지홀딩스 주식 491만7630주(12.53%)를 확보하며 처음으로 주요 주주로 올라섰다. '지원철→이지홀딩스→도드람비엔에프·도드람비티·아비코아생명공학연구소·좋은나라'였던 지배구조가 '지원철·지현욱→이지홀딩스→도드람비엔에프·도드람비티·옵티팜솔루션·이앤네트웍스벤처투자'로 바뀐 것이다. 첫 지주사 달성 당시보다 0.86%포인트 높은 52.27%로 지주비율이 맞춰지면서 2008년 6월 지주사 지위를 탈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1년을 채 가지 못했다. 2008년말 기준 이지홀딩스의 자산총액은 전년대비 1.1% 증가했지만 옵티팜솔루션센터를 제외한 자회사 3곳이 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장부가액이 감소하면서 지주비율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도드람비티와 도드람비엔에프 가치가 각각 28억원, 12억원 줄어들며 지주비율이 턱걸이에 못 미친 49.2%로 하락해 2009년 6월 다시 제외를 통보받았다.

◇2세 승계 앞둔 대규모 구조조정 탓 '전환→제외' 반복, '미완' 과제로

이에 지 회장은 2009년 8월 공동 창업자 최상열 전 부회장에게 맡겼던 이지홀딩스 대표직을 다시 넘겨받고 승계에 대비한 지주사 전환 작업에 돌입했다. 아들이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린 후 지분을 조금씩 사 모으는 동안 대대적인 M&A와 구조조정 병행으로 지배구조 단순화에 나섰다.

핵심 자회사 지원과 자회사 간 분할·합병을 그 수단으로 동원했다. 지 대표 취임 직후인 2010년 1월 도드람비티에 150억원 출자를 시작으로 신규 손자회사 한국냉장과 도드람비티의 사료사업부를 도드람비엔에프에 흡수시켜 팜스토리한냉(현재의 팜스토리)으로 재편해 주요 자회사로 만들었다.


동시에 2010년 10월 성화식품 224억원 인수해 규모를 키웠다. 이로써 이지홀딩스 아래로 팜스토리한냉(46.53%), 도드람비티(100%), 옵티팜솔루션센터(55.12%), 이앤네트웍스벤처투자(94.29%), 성화식품(100%)등 5개 자회사가 놓이며 지주비율이 53.24%로 높아져 2011년 1월 다시 법적 지주사가 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수백억원을 들여 인수한 마니커가 발목을 잡았다. 자회사 장부가액이 떨어질 때마다 출자를 통해 지원했던 이지홀딩스가 마니커에 지원 역량을 집중하며 상대적으로 관리를 못 한 것이 원인이 됐다. 실제 2011년 한 해 동안 도드람비티의 지분가액은 643억원에서 504억원으로 줄어 지주비율 50% 하회에 주효한 영향을 미쳤다. 결국 제외(2012년 5월)→전환(2013년 8월)→제외(2014년 5월)을 반복하다 2014년을 끝으로 현재까지 지주사 전환 과제는 미완으로 남았다.

그 사이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며 법적 지주사가 되기 위한 요건은 더 까다로워졌다. 2016년 자산총액 기준이 5000억원으로 확대된 것이 대표적이다. 이지홀딩스의 자산은 현재 4553억원 수준으로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에 지주사 전환 과제는 2017년 대표이사직에 오른 오너 2세 지현욱 대표에게 그 바통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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