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4월 22일 0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바이오기업을 두 종류로 나눈다면?. 요즘 시국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또는 백신)를 개발하는 업체와 그렇지 않은 곳으로 구분된다. 구체적인 비율은 알 수 없지만 ‘본업’을 제쳐두고 코로나에 집착하는 바이오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물론 십년 넘게 항암제만을 연구하다가 호흡기질환 신약 개발업체로의 태세전환이 가능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바이오 투자자 입장에선 코로나만한 테마도 없다. ‘팬데믹(pandemic)’ 상황에서 코로나 치료제 개발은 곧 ‘잭팟’을 의미한다. 전세계 바이오회사들이 앞다퉈 임상을 서두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핵심은 연구개발(R&D)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테마’에 올라탄 것 만으로도 극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지지부진하던 주가는 ‘코로나 치료제 개발 타진’이라는 보도자료를 낸 이후 우상향을 그린다.
코로나 테마주는 기존 제약사나 바이오업체를 가리지 않는다. 저마다 자신들의 파이프라인이 환자한테 가장 효험이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물론 이를 뒷받침할 만한 정확한 근거 데이터는 부실하다. 일부 업체는 코로나 테마주에 분류되는 데 반발하며 ‘공익적 목적의 R&D’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투자자들은 혼란스럽다.
작년 상반기 소위 '짝퉁바이오'를 언급한 적이 있다. 바이오업체들의 밸류에이션이 고점을 달리던 시기였다. 일부 비(非) 바이오 코스닥업체들이 사업목적에 '바이오'를 추가하며 주가 상승을 도모했다. 당시 '진퉁' 바이오를 자처하던 업체들 상당수가 코로나시국에 매몰돼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바이오 투자를 두고 '이벤트 드리븐(event driven)' 전략을 얘기해 논란이 됐는데 이제는 반박하기도 쉽지 않아졌다.
코로나 테마로 분류되는 업체들은 공통점이 있다. 비상장사는 당장 펀딩이 필요하거나 기업공개(IPO)를 코앞에 둔 곳들이다. 불확실하지만 매력적인 파이프라인이라는 점을 강조해 투자 가치를 높이려는 전략이다. 상장사도 다르지 않다. 보유 현금이 말라가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주가를 올려 증자나 메자닌(mezzanine) 발행을 타진하려는 곳들일 가능성이 높다.
상당수 투자자들은 코로나 치료제나 백신 개발이 어렵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는 듯 하다. 다만 굳이 펀더멘탈을 따지기보다 주가가 오를 만한 곳에 베팅할 뿐이다. 코로나 테마주가 아니면 상승 여력이 높지 않다고 판단할 수도 있겠다. 일부 항체 개발업체는 5000억원에 가까운 규모의 해외 기술이전을 단행하고도 주가 상승률은 5% 정도에 그쳤다. 코로나 테마주와의 상대적 박탈감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나마 다행스런 부분은 코로나와 상관없이 ‘마이웨이(My way)’를 고집하는 업체들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코로나 테마주들에 가려 드러나지 않을 뿐 자체 파이프라인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지지부진한 주가에 성난 주주들이 투서를 날리기도 하지만 경영진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기본적으로 최근에 상장했거나 자금 여유가 있는 업체들이 이같은 경향을 보인다.
제약바이오업체 모두가 코로나 치료제나 백신을 만들 필요는 없을 것이다. 중증환자를 위한 의약품도 절실한 상황이다. 병원내 침상이 코로나 환자들만을 위한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코로나 시국이 만들어낸 안개가 걷히면 테마주들의 민낯이 드러날 것이다. 이들과 '거리두기'에 나섰던 업체들이 존재감을 발휘할 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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