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부동산 매각, LG 데자뷔 거론 이유는 현대ENG, 현대제철 잠원동 사옥 매각주관…계열사에 일감주기·물건 특성 등 비슷
김경태 기자공개 2020-04-23 08:23:09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2일 11: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차그룹이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을 현대제철 잠원동 사옥 매각주관사로 선정하면서 부동산 매각 기조가 국내 4대 그룹 중 LG그룹과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LG그룹도 주로 계열사인 에스앤아이(S&I)코퍼레이션을 활용해 부동산 매각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또 물건이 가진 특성이 비슷하다는 점이 거론된다.
◇LG그룹의 S&I코퍼레이션 활용과 유사
현대제철은 최근 현대엔지니어링을 잠원동 사옥 매각주관사로 선정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차그룹에 속한 건설사로 현대건설의 연결 종속사다. 건설업이 주력이기는 하지만 부동산 관련 사업도 하고 있다. 주로 그룹 계열사를 위한 임대차 등 자산관리(PM)를 한다. 이 사업부문은 현대엔지니어링이 2014년 합병한 현대엠코가 보유했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대형 부동산의 매각주관사를 맡은 경험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매각주관사 선정이 주목받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매각주관사를 담당한 유일한 사례는 현대엠코 시기이던 2013년에 목동 사옥 매각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부동산 처분 행보가 4대 그룹 중 LG그룹과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LG그룹은 보유한 부동산을 팔 때 계열사 중 부동산관리 등을 하는 S&I코퍼레이션을 주로 활용했다. S&I코퍼레이션은 옛 서브원이다. 현대엔지니어링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건설사업도 하면서 부동산관리를 한다.
S&I코퍼레이션도 프라임급오피스빌딩을 비롯한 대형 부동산 매매에 눈에 띄는 활약을 한 적이 없다. 하지만 LG그룹은 보유한 부동산을 팔 때 S&I코퍼레이션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하는 경우가 잦았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에는 외부의 부동산자문사와 협업하기도 하는데 특히 해외 부동산 매각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S&I코퍼레이션이 가진 네트워크가 없어 공동으로 참여하도록 해 경험을 쌓게 도움을 주고 있다.
반면 4대 그룹 중 최근 수년간 유휴 부동산 매각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삼성그룹은 대조적이다. 삼성그룹은 계열사로 에스원을 두고 있다. 이곳은 경비사업과 더불어 부동산사업도 하고 있다. 건물 임대차 관리뿐 아니라 매각주관 경험도 다수 있다.
하지만 삼성그룹은 부동산자문사들도 참여하도록 매각주관사 입찰을 실시한다. 그리고 랜드마크 물건은 외부의 전문가들이 맡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8년에 평(3.3㎡)당 최고가를 찍었던 삼성물산 서초사옥 매각이다. 당시 매각주관사는 세빌스코리아가 맡았다.
SK그룹의 경우 부동산업계에서 가장 호의적인 평가를 받는다.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대형 부동산투자에 능수능란하기로 유명하다.
그룹 계열사 중 부동산디벨로퍼인 SK디앤디(D&D)가 아니더라도 SK텔레콤, SK㈜ C&C 등 주력 계열사들이 부동산투자회사(리츠), 부동산펀드 활용에 능숙하다. 부동산자문사와 협업해 프라임급오피스빌딩에 공유오피스 형태의 임차를 추진하는 등 시장에서 전례가 없었던 창의적인 방식을 추진하기도 했다.
◇부동산자문사 접촉, 시원치 않은 반응…물건 특성 고려, 매수자 확보 가능성도
현대차그룹이 대형 부동산시장에 대해 이해가 아예 없거나 접촉을 꺼리는 것은 아니다. 실제 현대제철은 잠원동 사옥 매각을 추진하면서 부동산자문사들에 연락했고 조언을 듣기도 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의 부동산 매각 담당자가 올해 2월 초중순에 일부 부동산자문사들에 향후 얼마에 처분하는 것이 가능한지 등을 문의했다. 부동산자문사들도 정식으로 용역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라 비교적 간결하게 답했다는 후문이다.
그 후 현대엔지니어링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했는데, 부동산자문사들의 시원치 않은 반응이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온다. 잠원동 사옥의 입지는 양호하다. 하지만 대지면적이나 건축면적이 적은 편이라 향후 개발이나 밸류애드(Value-add) 전략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부동산자문사들은 대체로 토지 3.3㎡당 1억7000만원 정도를 예상했고, 총 매각가를 500억원 내외로 봤다.
부동산업계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이미 매수 후보자를 확보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건설사로 주택사업도 하고 있고 다수의 부동산디벨로퍼와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또 건물자산관리를 맡으면서 운용사, 신탁사와도 네트워크가 있는 만큼 인수자를 이미 구해 외부의 부동산자문사의 도움을 받을 필요성이 적었다는 관측이다.
한편 현대제철뿐 아니라 다른 그룹 계열사들이 추가적인 부동산 처분에 나서더라도 부동산자문사와 협업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소유한 부동산의 특성 때문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서울에 소유하고 있는 상업용 부동산은 그리 많지 않다. 계열사들이 테헤란로에 본사를 두고 있기는 하지만 소유가 아닌 임차로 사용하고 있다. 양재동 사옥, 삼성동 GBC 개발 부지 등이 있는데 부동산업계에서 매각할 가능성이 적다고 평가한다.
이 외에 나머지는 대부분 수도권과 지방에 소재한 공장이나 토지 등이다. 부동산자문사 역시 이런 물건의 매각주관을 맡기는 하지만 상업용 부동산과의 차이점 등 때문에 드물게 등장한다.
공장 등의 처분은 기업이 외부에 맡기더라도 매각주관 시장에서 존재감이 적은 회계법인이나 중소형 중개법인 위주로 알려졌다. LG그룹 역시 수도권과 지방에 소재한 공장 등을 처분하려다 보니 계열사인 S&I코퍼레이션이 주로 일을 맡았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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