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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정주영 19주기…아산은 '위기 극복' 어떻게 했나 코로나19 탓 행사 최소화, 조용히 진행…범현대가, 위기 극복 정신 되새김

김경태 기자공개 2020-03-20 18:30:27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0일 18: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3월21일은 현대그룹을 창업한 고(故) 아산 정주영 회장의 기일이다. 범현대가는 매년 그의 기일을 하루 앞두고 제사를 지냈고 범현대그룹 기업들은 사내 행사를 개최해 그의 업적을 기렸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행사를 아예 열지 않거나 최소화했다.

예년처럼 떠들썩하게 아산을 기리지는 않게 됐지만, 위기의 순간이기에 오히려 그에 대한 추억이 더 강렬하게 다가온다. 역경과 고난에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성장의 기회로 활용해 현대그룹을 성장시켰던 DNA는 여전히 유효하다. 대를 이은 정의선 수석부회장 시대에 대한 기대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경제 뒤흔든 '오일쇼크' 극복의 추억

아산은 1915년 태어났다. 일제강점기를 지나 해방을 겪고, 6·25전쟁을 두 눈으로 지켜봤다. 그 후 현대그룹을 이끌며 폐허와 같았던 대한민국 경제가 일어서는 데 큰 업적을 세웠다. 익히 알려져 있듯 어려운 순간에도 '담담한 마음'과 '낙관적 사고'를 잃지 않았고 언제나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그렇게 재계에 큰 발자국을 남기고 2001년 세상을 떠났다.

아산이 현대그룹을 이끄는 동안 가장 큰 경제적 위기로는 1973년 석유수출국기구(OPEC)로 인해 시작된 오일쇼크를 꼽을 수 있다. 그는 자서전 「이 땅에 태어나서」에서 당시의 스토리를 소개한 적이 있다. '오일쇼크와 현대상선'이라는 제목의 글은 "평생을 살아오면서 한 가지 분명하게 체득한 것이 있다면, 인생이란 시련의 연속이며 연속되는 시련과 싸우면서 그것을 극복해가는 과정이 우리의 삶이라는 것이다"라는 말로 시작된다.

당시 현대조선(현대중공업)이 어려움을 겪었다. 전세계 에너지수요국들이 유류 소비를 억제하면서 유류 에너지 물동량이 급격히 감소했다. 이에 유조선(탱커) 시황이 급속도로 악화해 선복량 과잉에 빠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1975년 수에즈운하가 재개통되면서 물동량이 더욱 줄었다. 최대 불황에 선주들의 횡포가 극에 달했다.

아산은 트집을 잡고 무리한 요구를 하던 리바노스와의 국제재판소 소송을 제기했다. 다른 선주들이 횡포를 부리지 못하게 차단하려는 전략이었다. 결과는 승소였다. 또 위기에 사업을 넒히는 전략도 구사했다. 리바노스가 주문했던 7302호를 인수받고 CY퉁이 해약한 7308호, 7310호를 합쳐 26만t급 VLCC 3척을 기반으로 1976년 아세아상선(현대상선)을 설립해 해운업에 진출했다.
출처: 현대차 홈페이지

재계에 전설처럼 회자되는 중동 건설 진출 스토리도 있다. 모두가 위축될 때 과감히 '호랑이 굴'로 들어갔던 사례다. 아산은 자서전에서 "파탄에 이르게 생겨 있는 국가를 위해서도, 오일쇼크에 심각히 타격을 입은 '현대조선'의 위기로 인해 전체가 어려워진 '현대'를 살리기 위해서도 나는 이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중동밖에는 없다는 생각이었다"고 회고했다.

아산은 1975년을 중동 진출의 해로 정했다. 중동 진출을 대비해 사내에 아랍어 강좌를 시작하게 했고 아랍어로 현대의 홍보 영화도 만들게했다. 돈을 잡으려면 돈이 많은 곳으로 가야 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아야한다는 생각이었다. 뜨거울 정도로 더운 곳이라는 점보다 "비가 오지 않으니 1년 내내 공사를 할 수 있다"에 주목해 공기단축을 이끌어내는 역발상도 나왔다. 이듬해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항만공사를 수주하는 등 승승장구하면서 '오일머니'를 쓸어담고 현대와 국가경제를 살렸다.

◇정의선 부회장, '3대에 걸친' 위기 극복 스토리 만들까

아산의 뒤를 이은 정몽구 회장 역시 '위기에 강한' 경영자였다.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을 이끌던 시기에는 글로벌금융위기가 있었다. 현대차와 기아차 역시 다른 기업들처럼 판매량이 감소하는 등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아 현대차와 기아차는 오히려 고속질주했다. 판매량은 거의 곧바로 'V자' 반등을 이뤘고 흑자를 지속적으로 거뒀다.

2012년의 유럽 재정위기 때도 마찬가지다. 당시 정 회장은 유럽에서 투자를 늘릴 것을 지시했다. 위기 진원지인 유럽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같은 해 유럽 자동차 수요가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차와 기아차의 판매량은 오히려 증가했고, 점유율도 상승했다.

코로나19의 전세계적인 확산으로 경기가 침체한 지금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1월 중국에서 부품 수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던 것부터 시작해 유럽과 미국의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등 여러 고충이 많은 상황이지만, 위기 극복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현대차는 '국내 증산'이라는 승부수도 던졌다. 현재 현대차는 평일과 토요일 특근을 합쳐 주 48시간 근무체제인데, 일요일 특근(8시간) 및 잔업 등을 추가한 최대 주 60시간 근무안을 노조에 제안했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위축되고 주춤거리는 사이 생산량을 끌어올려 시장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중차대한 시기에 아산의 기일이 다가왔다. 코로나19로 인해 과거보다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맞이하게 됐다.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범현대가는 아산의 기일에 맞춰 진행하던 행사를 코로나19로 인해 최소화했다. 이날 오후 6시께부터 진행하는 제사는 아산의 서울 종로구 청운동 옛 자택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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