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를 움직이는 사람들]컨트롤타워 맡은 30년 '재무통' 임태기 상무④계열사 속사정을 꿰뚫는 경영관리실 본부장…보수적 조직문화 '변화' 시도
김선호 기자공개 2020-05-01 08:28:18
[편집자주]
수산기업으로 시작해 국내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한 사조그룹은 현재 오너3세 경영 승계가 이뤄지고 있다.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워온 가운데 경영효율화를 위한 수직계열화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는 중이다. 그룹의 성장과 변화 그 중심에는 주요 임원을 맡은 조력자들의 공로가 녹아 있다. 더벨은 사조그룹의 핵심 조직과 함께 주요 경영진 면면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3일 16: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조그룹의 재무통으로 불리는 임태기 상무(사진)는 현재 컨트롤타워인 경영관리실 본부장을 맡고 있다.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워온 사조그룹이 지난해부터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하며 이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적임자로 낙점하면서다.1993년 사조산업에 입사한 임 상무는 지금까지 30년 가량 사조그룹의 자금·회계 분야에 몸 담아온 '사조맨'이자 대표적인 ‘재무통’이다. 주진홍 부사장으로 경영승계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인사권을 쥐고 있는 주진우 회장이 그룹의 컨트롤타워 ‘경영관리실’의 실무 총책을 임 상무에게 맡긴 이유로 풀이된다.
사조그룹은 향후 사조대림이 사조오양과 사조동아원, 사조산업이 사조씨푸드를 합병하는 등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양한 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자세히 보면 '어묵·맛살·밀가루'와 '원양수산·수산가공'을 뭉치는 모습이다. 관련 사업을 한 지붕 아래두고 힘을 합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성공적인 M&A를 지켜봐온 ‘사조맨’
임 상무는 사조그룹에서만 30년에 가까운 시간을 보냈다. 시간의 무게만큼이나 그는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는 사조산업을 비롯해 계열사 속사정을 꿰뚫어보고 있다.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경영관리실 본부장이라는 타이틀에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임 상무는 사조그룹이 진행해온 M&A를 모두 지켜봐왔다. 1971년 참다랑어 원양어업 시전사로 창립한 사조산업은 그 해에 현재 사명으로 변경했다. 이후 2004년 해표 브랜드 가공식품을 생산했던 신동방 인수해 사조해표라는 계열사를 두고 있으며 2006년 어묵으로 유명한 대림수산, 2007년 맛살로 유명한 오양수산을 잇따라 인수해 사조대림, 사조오양 등을 계열사로 품고 있다.
이 과정 속에서 임 상무는 계열사의 재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이를 사업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지속 모색해왔다.
결과로 나타난 것이 지난해 사조대림과 사조해표 합병이다. 임 상무는 “상온과 냉온 식품은 카테고리만 다를 뿐 소비자에게는 똑같은 식품”이라며 “사실상 동일한 마트에 납품하는 것은 같은 데 서로 법인이 달라 영업을 따로 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고 여겨 합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소통의 창구 확대…기업설명회 첫 개최
임 상무는 지난해 사조산업 IR(기업설명회)를 처음으로 개최했다. 그 이전까지 사조그룹은 사조산업을 비롯해 5개 상장사를 두고 있음에도 IR을 진행한 적이 없었다. 이제부터라도 대외적인 활동을 넓혀 투자자 혹은 소비자와 소통 창구를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IR을 개최했다고 설명했다.
사조그룹은 보유하고 있는 제품 브랜드의 친숙도에 비해 기업 내부 사정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은둔 기업’으로 통한다. ‘보수적 조직문화’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사조산업의 사무실이다.
일제 강점기 때에 건축된 서울 서대문구의 사조빌딩은 사조산업과 주 회장의 사무실이 위치해 있다. 동아출판사 사옥으로 이용되다 1990년대에 사조그룹이 인수하며 지금의 사조빌딩이 됐다. 그 오랜 기간 동안 리모델링을 거치지 않은 듯 여전히 철제 책상과 나무 틀 창문이 남아 있다. 이곳에서 주요 임원진 회의가 한 달에 1~2회 가량 열리고 있다.
사조그룹 관계자는 “원양어업을 근간 사업으로 하고 있는 탓에 굳이 사무실을 잘 꾸며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며 “B2B 비즈니스 모델을 오래 유지해 대외적인 홍보에 다소 소홀하다보니 ‘사조는 보수적’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임 상무는 이러한 조직 문화를 점차 변화시켜야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식품 사업에 힘을 쏟고 있는 만큼 점차 비즈니스 모델이 B2B에서 B2C로 나아가고 있어 ‘보이는 이미지’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IR이 이미지 개선과 함께 소통을 넓히는 방법 중 하나로 여기고 있다. 일 년 중에 1~2회 정도는 IR를 개최해 주요 상품과 이에 따른 사조그룹의 성장성을 알릴 계획을 구상하고 있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조그룹은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경영 승계와 사업 효율화를 위한 계열사 간 합병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어떤 전략을 내세울 지가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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