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반포 15차 놓친 호반건설, '달콤씁쓸'한 패배 강남 입성 실패했지만 경쟁사 제쳐 선전, 높아진 위상 증명?
고진영 기자공개 2020-04-23 20:09:54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3일 20시0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호반건설이 신반포 15차 수주전에서 결국 고배를 마셨다. 전사적으로 공을 들여온 강남권 재건축 입성이 또다시 좌절된 셈이다. 하지만 이번 패전이 그저 쓰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승리는 놓쳤으나 경쟁사를 누르고 2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3년 전 수주전에서는 대림산업에게 압도적 표차로 졌는데 몰라보게 위상이 달라졌다.신반포15차 재건축 조합은 23일 총회를 열고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했다. 조합원 181명 중 166명이 투표했고 삼성물산이 126표(75.9%)로 1위를 차지했다. 호반건설이 22표(13.25%), 대림산업이 18표(10.84%)로 뒤를 이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근소한 차이긴 해도 호반건설이 2위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2016년 신반포 7차 수주전에서는 이 업체와 붙어 5%도 안되는 득표율에 그쳤는데 달콤한 설욕이다.
'2강'의 존재가 두드러지는 구도에서 호반건설이 2등을 얻어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보통 '2강 1약'에서 서로 격차가 경미할 경우에는 표가 분산돼 최약체가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호반건설의 입지가 나머지 두 업체보다 워낙 떨어지다보니 위와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었다. 오히려 삼성과 대림에 표를 전부 내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선이 우세했는데 예측이 빗나갔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경쟁에서 설계나 디자인 등은 삼성물산이, 조건은 호반건설이었다”고 평했다. 이 점을 의식한 듯 경쟁사는 현장설명회에서 조건을 더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판세를 뒤집기는 뒤늦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호반건설은 이번 수주전에서 전례없이 파격적 조건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공사비 2500억원 수준의 사업에 390억원 규모의 무상품목 제공을 약속했다. 뿐만 아니라 연 0.5% 사업비 대출이자라는 제안까지 내걸었다. 경쟁사들의 연이자 1.9%, CD금리+1.5% 등을 한참 앞섰다.
실제 이번 수주 과정에서 삼성물산 역시 호반건설을 적잖이 의식했다는 후문이다. 당초 선분양제를 제시했다가 호반건설이 선분양·후분양 중 유리한 시기를 선택할 수 있는 '분양시기 선택제'를 내놓자 삼성물산도 후분양을 선택지에 넣었다.
삼성물산이 큰 표 차이로 이긴 데는 지난해 12월 조합이 공사비 증액 규모를 두고 대립하던 대우건설의 시공권 지위를 해지한 점도 영향을 미쳤을것으로 보인다. 시공권 박탈로 금융비용이나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난 만큼 조합 입장에서는 브랜드파워 측면에서 대우건설 뛰어넘는 삼성물산을 얻어내 박탈 결정에 대한 명분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선정 결과에 여러 제반 사항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호반건설이 제시한 파격적 조건 등을 감안해도 어찌됐든 브랜드를 최고로 치는 강남에서 끝자리가 아니라 중간을 차지한 것은 상당히 의미있는 선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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