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 지현욱 이지홀딩스 대표, 실무형 이사진에 '힘' [진격의 중견그룹]④공동창업 최상열 전 부회장 떠난 뒤 '부자 경영체제' 변화…이사회 세대 교체, 전문성 강화
방글아 기자공개 2020-05-01 09:20:18
[편집자주]
중견기업은 대한민국 산업의 척추다. 중소·벤처기업과 대기업을 잇는 허리이자 기업 성장의 표본이다. 중견기업의 경쟁력이 국가 산업의 혁신성과 성장성을 가늠하는 척도로 평가받는 이유다. 대외 불확실성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산업 생태계의 핵심 동력으로서 그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중견기업들을 면밀히 살펴보고, 각 그룹사들의 지속 가능성과 미래 성장 전략을 점검하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7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영권 승계에 박차를 가하는 이지홀딩스에 나타난 주요 변화는 전문경영인 중심의 이사회 강화다. 오너 2세인 지현욱 대표이사의 입사와 맞물려 2011년 공동창업자 최상열 전 부회장이 모든 지분 관계를 정리하고 그룹을 떠나면서 창업 선후배 경영체제가 부자(父子) 경영체제로 탈바꿈했다.이 과정에서 올해로 42세의 젊은 총수인 지 대표는 창업 초기와 비교해 800배가량 몸집이 커진 그룹을 부친과 전문경영인의 도움으로 이끌고 있다. 비슷한 규모의 다른 기업과 비교해 흔치 않은 3명의 각자 대표 체제를 구축하고 창업주 지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한 발 뒤로 물러난 채 아들의 경영수업을 돕는 모양새다.
특히 사료첨가제부터 동물용 의약품, 양돈·가금 가공과 유통에 이르기까지 농축산 바이오산업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한 이지홀딩스는 실무형 경영진 중심으로 해외 시장 중심으로 매출처 다각화에 힘을 싣고 있다.
◇지 회장, 대학 후배 2명과 아들 현욱 대표 경영 측근에서 자문
지 대표 외 두 명의 각자 대표는 지 회장의 서울대 같은 과 후배들인 김지범 대표와 황일환 대표다. 지 대표에 앞서 이지홀딩스에 몸담아 온 인물들로 각자의 전문 영역을 총괄하며 역할을 다하고 있다. 지 회장과 함께 그룹을 창업한 최 전 부회장이 빠진 자리를 이들이 보완한 셈이다.
이지홀딩스 이사회는 현재 8명으로 구성돼 있다. 정관상 상한 이사석(9명)을 거의 다 채운 것으로 비슷한 규모의 그룹 지주사와 비교해도 많은 숫자로 평가된다. 오너 경영인인 지 회장과 지 대표 외에 두 명의 각자 대표, 김종철·김충석 사내이사와 한기철·최평락 사외이사가 자리하고 있다.
이 같은 이사회 구성은 지 대표가 그룹 경영의 키를 잡은 2017년 이후 구축됐다. 황일환 대표와 김종철 사내이사, 최평락 사외이사 모두 이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규 선임된 인물이다. 김충석 사내이사는 이보다 늦은 올해 초 정기 주총에서 새로 자리를 맡았다.
지 대표를 중심으로 이사회 보강이 이뤄진 것이다. 지 회장이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섰던 2016년까지 김 대표와 한기철 사외이사가 오랜 측근으로 경영을 보좌했던 시기엔 이사 수가 4~5명 남짓이었다.
현재 이사진 구성은 2세 승계를 목전에 두고 창업 1세대와 승계 2세대 경영진이 동고동락하는 일시적 과도기로 해석된다. 실제 각 이사진의 역할도 뚜렷하게 구분돼 있다. 2011년부터 지 회장과 함께 각자 대표를 지내 온 김 대표는 그룹 실적을 좌우하는 국내 영업을 총괄하고 있고, 황 대표는 첨가제 사업의 해외 역량 강화를 이끌고 있다.
◇첨가제 외 사업부문 해외 실적 '미미'…2세 경영 주요 과제로
황 대표 선임에 따른 3명의 각자 대표 구성은 이지홀딩스가 2세 경영 체제를 맞아 해외 사업 드라이브를 강화하려는 포석이기도 하다. 그룹은 1988년 작은 사료첨가제 업체로 시작해 현재 1조8000억원 규모의 중견 농축산 바이오 기업집단으로 성장했지만 매출 대부분을 내수에서 내고 있어 성장동력을 해외에서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지 회장과 최 전 부회장 공동 경영 체제에서 활발한 인수·합병(M&A)으로 주요 사업부문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해 경쟁력을 갖춘 만큼 이제 시장 다각화로 매출 기반을 넓히는 것이 주 과제로 대두됐기 때문이다.
이에 그룹은 2018년 미국 곡물·사료업체인 DFS오스칼루사를 인수하고 계열사 마니커를 통해 CJ제일제당에서 투자를 유치하는 등 해외 시장 개척 파트너를 찾아 해외 경쟁력 제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룹의 모태인 이지시스템이 주력하는 사료사업 특성상 원재료 공수 대부분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탓에 그 필요성이 더 절실하기도 하다. 해외 업체와 원재료 가격 협상이 그룹의 수익성을 가르는 주효한 변수인 셈인데, 사료첨가제는 국제 가격이 없어 원재료가 인상 시 첨가제 업체가 관련 부담을 오롯이 감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지 회장은 일찍이 첨가제와 배합사료 제조·판매를 위한 필리핀법인(Easybio philippines)을 2002년 설립해 해외 진출에 나섰지만 나머지 사업부(도축·제조, 양돈, 가금 등)에서 실적이 미미한 상태다. 해외법인 총 14곳 중 5개사에서만이 수익 경영이 이뤄지고 있으며 특히 곡물재배 부문 8개사는 미국 DFS를 제외하고 모두 손실을 내고 있다.
◇세대교체 이사진, '해외·사료·바이오'…전문경영인 권한 강화
보강된 이사회에 주어진 과제는 해외 시장 개척을 주축으로 한 신성장동력 창출이다. 상근직 사내이사 모두 실무형 전문경영인으로 구성된 만큼 보다 확대된 권한과 책임에서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히 세대 교체된 이사회 멤버인 황 대표와 김종철·김충석 사내이사의 역할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황 대표는 서울대동물자원학과를 졸업하고 다국적기업의 국내 지사인 케민코리아를 거쳐 14년 전 이지홀딩스에 입사했다. 주 거래처인 다국적기업에 대한 이해와 사내 재직 경험을 바탕으로 관련 사업을 주도해나갈 것으로 평가된다.
김종철 사내이사는 매출의 상당 부분을 사료사업에서 내는 대한제당 출신이다. 첨가제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배합사료 사업부문에서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1982년 유한양행과 미국 아메리칸 사이나미드사의 합작으로 설립된 유한사이나미드에서 주요 경력을 쌓은 김충석 사내이사는 해외 사업과 함께 그룹이 키우고 있는 옵티팜 중심 바이오 사업 경쟁력 제고에 역할을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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