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법인 경영분석]하나감정평가법인, 업계 1위 원동력은?도시정비 분야·담보평가 고른 성과···최저인원 '고효율', 1인당 매출 2억대, 업계 유일
이명관 기자공개 2020-04-28 10:00:57
[편집자주]
감정평가 시장의 규모가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자본시장의 성숙도에 비례해 대체투자 시장이 성장하고 부동산 실물자산 거래가 꾸준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덩달아 성장하고 있는 곳이 감정평가법인이다. 최근 10여년간 빠르게 몸집을 불리며 부흥기를 맞았다는 평까지 나온다.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나 외부엔 잘 드러나지 않아 부동산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감정평가법인의 경영 내역과 경쟁 구도를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8일 07: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감정평가법인 업계는 10여곳의 대형 법인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다. 시장 점유율만 놓고 보면 사실상 춘추 전국시대다. 최상위 업체부터 최하위까지 시장 점유율 차이는 5%포인트대에 그친다. 이 가운데 나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곳이 있다. 업계 1위인 하나감정평가법인이다. 하나감정평가법인은 2015년부터 외형을 불리기 시작하더니 지난해엔 업계 최초로 매출 700억원을 달성했다.하나감정평가법인의 성장세는 담보평가와 도시재생 사업이 이끌었다. 분담금 산정부터 관리처분 단계에 이르기까지 감정평가법인은 도시재생 사업 관련 용역을 제공하는데, 이 분야에서 하나감정평가법인은 업계 톱티어로 평가받는다. 담보평가의 경우 감정평가법인의 전통적인 먹거리다. 개발사업과 부동산 실물 거래 등 론(loan)이 수반될 때 담보 평가가 이뤄진다.
하나감정평가법인은 단순히 시장 점유율만 높은 게 아니다. 생산성 측면에서도 고효율을 나타내고 있다.
◇글로벌·하나 통합, 2014년 이후 두각
하나감정평가법인은 1992년 하나감정평사 사무소로 시작했다. 1989년 개별적으로 나뉘어져 있던 토지평가사와 공인감정사가 통합된 감정평가사 제도가 확립된 이후로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대형화되기 시작한 시기는 2000년대부터다. 하나감정평가법인은 2000년 5월 법인으로 전환했다.
물론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하나감정평가법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두각을 나타낸 것은 아니다. 그저 다수의 법인들 중 하나였다. 그러다 2006년 변곡점을 맞이한다. 2006년부터 부동산가격 공시제도가 시행되면서 재산세와 거래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이 현실화됐는데, 이때 국토교통부(옛 건설교통부)가 감정평가법인의 대형화를 유도했다. 국토교통부는 감정평가법인의 수가 많아지자 공신력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감정평가법인간 합병을 적극 유도했다. 이 과정에서 감정평가법인간 통합작업이 활발히 이뤄졌다.
하나감정평가법인은 글로벌감정평가법인과 한 배를 탔다. 2015년말부터 진행된 통합작업이 마무리된 시기는 2006년 6월이다. 이를 통해 본사를 비롯해 12개지사를 둔 대형 법인로 변모했다. 통합법인의 명칭은 초기 하나글로벌감정평가법인으로 정했다. 통합사무실은 글로벌감정평가법인의 본사였던 강남구 도곡동 소재 한독빌딩에 차렸다. 초기 대표는 임성규 감정평가사와 김태환 감정평가사가 맡았다.
대형 법인으로 탈바꿈했지만, 시장 점유율에서 1위와는 거리가 멀었다. 통합법인 첫 해인 2006년 250억원이었던 매출은 이듬해 405억원으로 크게 신장했다. 하지만 2013년까지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지는 못했다. 이 기간 최고 실적은 2007년으로 대부분 300억원 후반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누적 기준으로 30억원에 그쳤다. 2008년과 2010년 적자를 기록하면서 까먹은 게 컸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시기는 2014년부터다. 2014년 443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2007년 실적을 갈아치웠다. 영업이익도 25억원을 기록하며 최고 성적을 냈다. 이후 가파른 성장세는 이어졌다. 2015년 533억원, 2016년 566억원, 2017년 615억원 등 매년 최고 성적을 냈다. 지난해엔 업계 최초로 700억원을 돌파했다. 작년 매출은 706억원이다. 영업이익은 다소 들쑥날쑥했으나, 꾸준히 30억원 안팎을 유지했다. 지난해엔 2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 기간 성장세를 이끈 핵심 파트는 도시정비사업과 담보평가다. 도시정비사업은 재건축과 재개발, 도시환경정비, 주거환경개선 사업 등 4가지가 있다. 이중 재건축과 재개발이 주된 먹거리다. 여기서 감정평가법인은 분담금 산정부터 관리처분 단계에 이르기까지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관리처분 단계에서 감정평가법인의 역할이 크다. 관리처분은 조합원이 출자한 재산권의 평가를 통해 이뤄진다. 새로 건축된 건축물 및 대지 지분을 어떻게 분배하고, 취득 할 건축물 및 대지지분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등의 계획을 수립하는데, 이때 감정평가가 수반된다.
하나감정평가법인은 도시정비 사업 영역에서 톱티어로 꼽힌다. 재건축 600여건, 재개발 400여건에 달하는 레코드를 갖고 있다. 평가액만 9조원이 넘는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사업도 하나감정평가법인이 감정평가를 맡았다.
이외 최근 수년 동안 진행된 프로젝트를 보면 △서울 북아현3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1조8798억원) △부산 온천2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1조1215억원) △수원 팔달8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1조2013억원) △금광1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1조3915억원) △과천주공2단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1조4559억원) △방배13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1조9174억원) △둔촌주공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7조7398억원) 등이다.
감정평가업계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앞서 일감이 몰렸다"며 "이 과정에서 감정평가법인 시장 전체 먹거리가 늘었다"고 말했다. 이 분야에서 이름값이 있는 하나감정평가법인도 시장 파이가 커지면서 수혜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담보평가도 핵심 수익원 중 하나다. 담보평가는 부동산 개발과정과 오피스 등 실물자산 거래 등 부동산을 기초로 대출이 실행될 때 주로 이뤄진다. 부동산 개발에선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우선 담보평가가 이뤄진다. 개발을 위해선 우선 토지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때 자금흐름을 보면 계약금, 중도금, 잔금 순으로 이어진다. 통상 계약금은 개발사업자가 부담하고, 중도금부터 금융기관 대출이 활용된다. 브릿지론(Bridge Loan) 성격의 대출로 이때 감정평가가 이뤄진다. 이후 잔금을 치를 때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가 조성되는데 이때도 감정평가를 한다.
감정평가업계 관계자는 "브릿지론 단계에서 담보평가가 우선 이뤄지고, 이후 본PF 단계에서 사업성 평가와 준공 후 평가를 한다"며 "추후 준공되면 준공 후 담보대출로 전환될 때 이때 다시 한 번 담보평가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최근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오피스 실물거래 시장에서도 담보평가가 이뤄진다. 매매 거래시 잔금을 치를 때 금융기관이 선순위 투자자로 참여하는 데, 이때 목적물에 대한 평가가 이뤄진다. 여기에 매도자와 매수자가 균형가격 책정을 위해 각각 감정평가를 진행한다. 최근 5년 동안 평균적으로 10조원 수준 매매 거래 시장이 형성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물 거래 시장에서도 먹거리가 풍성했던 셈이다.
이렇게 하나감정가법인은 개발사업과 실물거래 시장에서도 꾸준했다. 결과적으로 2017년부터 업계 1위로 올라설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임직원 생산성 업계 '1위'
하나감정평가법인에 소속된 감정평가사는 194명이다. 이는 업계에서 8번째로 많은 수다. 이외 감정평가를 서포트하는 직원들까지 더하면 전체 종업원은 426명이다. 전체 종업원은 업계에서 가장 적다.
이렇게 적은 인원으로도 하나감정평가법인은 고효율을 내고 있다. 감정평가법인은 생산성을 비교할 수 있는 척도인 전체 종업원 1인당 매출에서 단연 1위다. 하나감정평가법인의 1인당 매출은 1억6580만원이다. 하나감정평가법인의 1인당 매출은 외형 증대 속에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1인당 생산성이 좋은 만큼 하나감정평가법인은 그에 걸맞는 대우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여를 제외한 총 급여액은 402억원이다. 업계 평균인 320억원보다 무려 80억원 가량 많은 규모다. 1인당 평균 급여 수준도 9500만원 가량이다. 업계 평균인 7700만원보다 무려 1800만원이나 높은 수준이다.
하나감정평가법인은 많은 인건비에도 불구하고 준수한 수익성을 나타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꾸준히 4%대를 유지 중이다. 최근 5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4.7% 수준이다. 이는 업계 평균 영업이익률보다 높은 수치다. 작년말 기준 업계 평균 영업이익률은 3.2%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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