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5월 08일 07: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기세가 대단하다. 1분기만에 지난해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 카카오뱅크는 6일 실적 발표를 통해 올해 1분기 18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17년 출범한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137억원으로 첫 흑자를 냈다.카카오뱅크의 질주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사용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한번도 카카오뱅크를 사용하지 않은 사람은 있지만 한번만 사용해본 사람은 없다"고 한다. 그만큼 접근성이나 편리함이 탁월하다는 얘기다.
예금이나 적금이야 다른 시중은행들과 별다를바 없지만 대출 한번 받아본 사람은 깜짝 놀랄만한 경험을 한다.
시중은행에서 대출 한번 받으려면 재직증명서,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신분증, 주민등록등본 등 서류 한다발을 챙겨서 직접 방문해야 한다. 그리고 대출계 직원을 만나는데 10~20분 넘게 기다려야 한다. 손님이 많으면 30분은 기본이다.
드디어 직원을 만났지만 아직 산은 남았다. 족히 수십장은 돼보이는 계약서 작성에만 30분 넘게 걸린다. 끝이 아니다. 서류 작성후 심사를 마치고 통장에 돈이 입금되는데 시간이 걸린다. 정말 대출 한번 받고 나면 진이 빠진다.
그런데 카카오뱅크 대출은 5분이면 끝난다. 은행에 갈 필요도 없다. 계좌가 있다는 가정 하에 카카오뱅크 앱을 열고 직장명과 직위, 고용형태, 연소득을 입력하면 곧바로 한도와 금리가 조회된다. 상환방식, 상환기간 등을 지정하면 대출 확인이 이뤄지고 통장으로 돈이 입금된다.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고객이 대출기간 만료 전에 갚을 경우 부여하는 페널티인 중도상환해약금도 없다. 이렇게 해도 아무 문제가 없을까 무서울 정도로 간단하다.
편리함은 성과로 나타났다. 카카오뱅크의 대출 규모는 2017년 4조6218억원, 2018년 9조826억원, 2019년 14조8803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올해 3월말 기준 여신 잔액은 16조7000억원으로 늘어났다. 대출 증가는 곧바로 수익으로 이어졌다. 1분기 순이자수익은 844억원으로, 1년전보다 55%나 늘었다.
이런 신박한 경험을 해보자 왜 시중은행들은 이걸 못할까라는 생각을 한다. 자본력도 훨씬 강하고 IT 개발 능력도 탁월한 시중은행이 이정도 서비스는 충분히 제공할 수 있을텐데. 못하는게 아니라 안한다는게 정답이다.
시중은행 고위 임원은 "가장 큰 문제는 보안 문제"라며 "공인인증서만해도 기술적으로 해킹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 카뱅 고객들도 큰 돈을 송금할때만큼은 보안 위험때문에 시중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카카오뱅크가 보안 문제를 외면했을리는 없다. 결국 보수적인 은행의 특성때문 아닐까 싶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은행원의 성향상 보수적이고 덜 혁신적인 것도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출범 4년째인 카카오뱅크는 여전히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할 것인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존 시중은행에 비하면 자본력이나 조직, 인력구성, 상품 포트폴리오 등에서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게 현실이다. 그래서 생존 자체가 존재의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대체적으로 생존이 걸린 상황에 직면하면 누구나 최대한의 잠재력을 발휘한다. 메기 효과(catfish effect)라는게 있다. 정어리가 가득 담긴 수족관에 천적인 메기를 넣으면 정어리들이 잡아먹힐 것 같지만 오히려 생존을 위해 꾸준히 움직여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
기업금융이나 외환, 신탁, 금융상품 등 카카오뱅크가 가야할 길은 멀지만 치열한 경쟁 환경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남들이 하지 않는 유니크함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속속 내놓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성공은 보수적인 은행권에 또다른 의미의 메기가 될 수 있다.
한편에선 혁신적인 기업 한곳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메기가 될 것으로 생각했던 타다는 오히려 정어리들에게 잡아먹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소비자 편익을 앞세우며 기존과 다른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던 타다는 거대한 기득권에 가로막혀 난파 직전에 있다.
일부 국회의원과 손잡은 교통 기득권 앞에서 교통약자나 이용자의 권리는 철저하게 외면받고 있다. 우리사회 곳곳에 퍼져있는 다양한 권력을 혁파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는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공허하다. 경쟁다운 경쟁, 이를 통한 변화조차 거부하는 기득권이다. 메기가 없는 정어리떼는 항구에 도착하기도 전에 다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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