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5월 20일 07: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량생산 시대'를 연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는 2006년 창사 이래 최악의 적자를 냈다.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달러를 돌파하면서 미국 내 자동차 판매가 뚝 끊긴 게 적자의 원인이었다. 미국의 자동차 3사인 포드와 GM, 크라이슬러는 일제히 경영위기를 맞았다.포드는 컨베이어벨트 등 일괄 생산방식을 최초로 도입했다. 경영학의 '교과서'였음에도 위기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2007년 미국 디트로이트에 포드(Ford) 성을 가진 50여명의 친족이 모였다. 위기에 빠진 회사를 구해내기 위한 가족회의가 열린 것이다. '포드가'는 2% 조금 넘는 지분으로 의결권의 40%를 행사한다. 당시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은 포드의 '미래'를 좌우하는 일이었다.
일부 가족들은 지분가치가 조금이라도 높을 때 팔자고 제안했다. 가족들을 설득한 건 창업주인 헨리 포드의 증손인 윌리엄 클레이 포드 회장이었다. 그의 간곡한 설득에 포드가는 합심해 위기를 극복하기로 했다.
포드 경영진은 이듬해 열린 '자동차 3사 회생'을 위한 청문회에서 정부 유동성 지원없이 자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천명했다. 이후 전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차입금을 지원받았다. 회사의 로고까지 팔겠다고 내놓았다. 현재 미국 자동차 3사는 어떻게 됐을까. 포드를 제외한 나머지 회사의 '주인'들은 지분을 모두 처분하고 퇴장했다.
포드는 경영위기 이후 2년 만에 내놓은 3세대 '포커스'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회생에 성공했다. 포드는 오너의 회생 의지와 포커스의 흥행에 힘입어 차입을 모두 갚았다.
긴 내용을 할애해 포드의 일화를 소개한 건 두산그룹 때문이다. 두산과 포드는 주력 산업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적지 않다. 두산그룹은 창업주 박승직씨가 1896년 상점을 세우면서 출발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으로 꼽힌다. 두산은 4대 째 경영권이 이어진 가족기업으로 지주사인 ㈜두산의 지분을 보유한 특수관계인만 32명에 달한다.
포드와 두산은 가족기업이라는 점 그리고 각국의 '경제사'에서 차지하는 지위가 비슷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 두 달 간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을 살리기 위해 채권단과 힘겨운 줄다리기를 벌였다. 오너일가는 사재를 출연하고, 자산유동화를 통해 3조원 규모의 자구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최근 채권단은 '장고' 끝에 정상화를 위한 의지를 엿봤다며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두산그룹은 이번 위기를 지나면서 외형이 상당히 축소될 전망이다. 앞서 포드가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매각했던 것처럼 두산그룹도 알뜰살뜰 키운 계열사를 내놓을 것이다.
이번 위기가 두산그룹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두산은 소비재에서 중공업으로 전환하면서 거침없이 외형을 키웠다. 과거 그룹 전체 매출이 30조를 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내부는 곪고 있었다. 이번 기회에 부실을 덜어내고, 사업구조를 개편하면 충분히 회생할 수 있다. 두산이 포드처럼 회생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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