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구조조정]모트롤BG 매각, 방산부문 변수로 부각정부 판단·원매자 의중에 분리여부 갈릴 듯
최익환 기자공개 2020-05-28 11:19:29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7일 15: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예비입찰이 임박한 두산 모트롤사업부(BG) 인수전에서 방위사업부문이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정부가 두산 모트롤BG의 전략적 중요성을 얼마나 높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분리매각 여부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금호타이어의 사례처럼 원매자의 의중 역시 방산부문 분리여부를 가르는 변수다. 해외 원매자의 참여 가능성이 열릴지 주목된다.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번주 두산그룹은 모트롤BG의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예비입찰은 구속력없는 가격제안(Non-Binding Offer)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예상보다 빠르게 입찰일정이 진행되는 터라 일부 원매자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으나, 매각주관사 크레디트스위스(CS) 측은 매도자가 조속한 매각을 원하는 점을 이유로 설명하고 있다.
현재 두산 모트롤BG 인수에는 복수의 중국계 전략적투자자(SI)가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다수의 국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와 함께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들이 참여하기 위해선 정부의 사전승인을 거쳐야 한다.
현재 방위산업체로 지정돼 있는 두산의 모트롤BG 인수를 위해선 방위사업법 제35조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사전승인이 필요하다. 해당 조항은 '방위산업체의 경영상 지배권을 실질적으로 획득하고자 하는 자(인수자)'가 사전승인을 받게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해외 원매자들은 방산부문이 있는 국내 매물을 인수하는 데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실제 앞선 M&A의 경우 방산부문을 사전 분리해 매각하는 사례가 불거지기도 했다. 2018년 금호타이어의 매각 당시에도 회사의 방산부문은 분리해 흥아에 넘긴 뒤, 인수자인 더블스타 측이 외국인투자허가와 기업결합승인만 취득하고 거래가 종결됐다.
당초 매도자인 채권단과 정부는 금호타이어의 전략적 중요도를 낮게 판단해 방위산업 지정 취소 등을 고려했다. 군용 타이어의 경우 이미 굿이어(Good Year) 등 우방국 업체의 제품을 다수 사용하고 있어 다른 부품장비에 비해 전략적 중요도가 떨어진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청회 등을 거친 뒤 흥아로의 방산부문 매각이 성사됐다. 국내에 유일한 군용 타이어 제작업체라는 점이 반영된 결과였다.
IB업계 관계자는 “군용 타이어의 전략적 가치가 크거나 금호타이어만 가지고 있는 군용기술이 있었던게 아니지만 국내 유일한 군용타이어 생산사라는 점이 걸림돌이었다”며 “방산업 라이센스를 원하는 원매자가 있었다는 점에서 금호타이어는 방산업 리스크가 잘 풀린 케이스”라고 말했다.
두산 모트롤BG의 경우도 정부의 사전 승인이 필요한 만큼, 관련 부처가 판단하는 전략적 중요도에 따라 방산부문 분리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모트롤BG 방산부문의 전략적 중요도가 높다고 판단할 경우 국내 투자자로 인수자를 제한해 통매각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전략적 중요도 측면에서 모트롤BG는 금호타이어는 사정이 다르다는 평가가 많다. 모트롤BG 이외에도 군이 유압기기를 납품받는 국내 기업이 상당수 존재하고, 유압기술에 대한 특기할만한 기술격차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략적 중요도가 높지 않고 대체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에 무게가 실린다.
이 경우 정부 역시 모트롤BG의 방산업 지정을 취소하는 등의 사전절차를 고려할 전망이지만, 방산부문의 별도 원매자를 찾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올 시에는 통매각 대신 분리매각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방산부문만 놓고 보면 ㈜두산의 전체 매출에 기여하는 바는 5% 가량에 그치지만, 모트롤BG 전체는 약 20% 선의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중견기업이 충분히 관심을 가질만한 매력도를 지녔다는 평가다. 연료펌프 등의 개발도 한창이다.
방산부문의 분리매각이 현실화될 경우 해외 원매자들의 인수전 참여도 보다 용이해질 전망이다. 그동안 매각주관사 CS가 해외 원매자들을 대상으로도 마케팅 작업을 펼쳐온 것은 매도자 역시 분리매각 가능성을 염두해두고 있다는 시그널로 해석되는 분위기다. 미국 등 우방국보다는 중국계 원매자들의 참여가 점쳐지는 상황에서 분리매각 가능성이 높아지는 점은 매각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인수자의 성격에 따라 분리매각 여부는 다시금 갈림길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통인수를 원하는 일부 국내 원매자들은 각종 보안규제를 감수하고서라도 방산부문까지 함께 인수해 해당 매출을 가져가겠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풀이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