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교육업 넥스트 오너십]'크리스탈원' 무용지물…대교그룹, 승계작업 '올스톱'②씨엔에스 통해 지배력 확대 시도…논란 커지자 전사업 매각, 외감도 제외

최은진 기자공개 2020-06-02 08:00:30

[편집자주]

국내 학습지 돌풍을 일으키며 성장한 교육기업들이 1세대에서 2세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진입했다. 교육열풍에 힘입어 조단위 그룹으로 성장한 데 따라 승계작업이 녹록지않다. 사양산업으로 전락한 학습지 대신 신성장 사업을 찾아야 한다는 임무도 2세대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국내 선두 교육기업들의 지배구조 및 승계 현황 등을 더벨이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8일 11: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교그룹은 창업주인 강영중 회장의 확고한 지배력 하에 운영된다. 전문경영인(CEO)을 내세우며 경영에 한발 물러선 듯 보이지만 총수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후계구도는 아직 불투명하다. 지분승계 준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 강 회장의 두 아들이 가지고 있는 그룹 내 지분율은 미미하다. 크리스탈원이라는 형제 소유의 회사를 승계의 구심점으로 삼고자 했지만 좌초됐다. 이후 승계작업은 갈피를 못잡고 표류하는 분위기다.

◇강영중 회장 지분율 79%, 子 강호준·강호철 상무 지분율 미미

대교그룹은 2000년 대교홀딩스(옛 대교네트워크)를 설립하며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강 회장은 지분 78.8% 지배력을 보유한 대교홀딩스를 통해 ㈜대교·디앤에스·씨엔에스·강원심층수·이엔씨 등을 주요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강 회장이 일부 계열사의 지분을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상장사인 ㈜대교의 지분을 2018년부터 잇따라 매입하며 최근기준으로 9.11%까지 끌어 올렸다. 대교디앤에스 지분도 9.84% 확보하고 있다.


반면 승계후보자로 꼽히는 두 아들이 보유한 지분은 미미하다. 장남 강호준 최고전략책임자(상무)와 차남 강호철 최고재무책임자(상무)가 직접 보유한 그룹 지분은 대교홀딩스 보통주 기준 0.1%, ㈜대교 0.03%가 전부다.

다만 형제가 지분 49.02%씩을 보유한 크리스탈원이 확보하고 있는 지분까지 포함하면 소폭이나마 더 늘어난다. 크리스탈원은 대교홀딩스 보통주 0.01%, 우선주 1.76%, ㈜대교 보통주 0.02%, 우선주B 9.56%를 소유하고 있다. ㈜대교의 종속기업인 대교아메리카 지분 24.25%와 대교그룹 계열사 강원심층수 지분 7.14%를 보유 중이다.

◇크리스탈원·대교씨엔에스 승계발판 역할, '내부거래' 활용

크리스탈원은 승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됐다. 대교그룹과의 내부거래를 통해 규모를 키워 승계재원을 마련하는 동시에 대교홀딩스와의 합병 및 지분스왑 등의 방법으로 자연스레 두 형제에게 지배력을 승계하는 수순이 예상됐다.

크리스탈원의 활약상을 살펴보기 위해선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04년 대교글로벌어쏘시에이츠라는 이름으로 IT토탈 서비스 및 교육출판업을 영위할 목적으로 설립됐다. 강호준 상무와 강호철 상무가 각각 50% 지분율을 차지했다.

현재 ㈜대교의 대표이사이자 강 회장을 대신해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박수완 부사장이 초창기부터 크리스탈원의 감사로 자리했다. 대표이사는 강호준 상무와 강호철 상무가 번갈아 맡았다.

비슷한 시기에 통신판매 및 아동복 생산판매업을 영위하는 대교씨엔에스(옛 하모라)가 ㈜대교의 종속기업으로 설립됐다. ㈜대교의 종속기업으로 설립됐다가 지주사 체제로 전환되며 대교홀딩스의 100% 자회사가 됐다. 크리스탈원과 대교씨엔에스는 ㈜대교를 기반삼아 각각의 사업을 펼치며 총 합산 수백억원대의 실적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양사가 나름 엇비슷한 덩치로 커진 2011년, 크리스탈원은 돌연 이비즈(e-biz) 사업부문을 약 70억원에 대교씨엔에스에 매각했다. 매각대가로는 현금대신 대교씨엔에스가 발행한 보통주 98만9888주를 넘겨받았다.

다분히 의도가 깔린 거래였다. 크리스탈원의 최대주주였던 강호준 상무와 강호철 상무가 대교씨엔에스 지분 33.11%를 확보하며 그룹 내 주요주주로 부상했다. 이들은 대교씨엔에스의 등기임원 및 대표이사 자리에도 오르며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를 기점으로 크리스탈원의 성격이 급격하게 변화했다. 정관상 사업목적에 설립목적과는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여행·홍보·부동산임대·방문판매통신업·경영지원서비스·경영컨설팅 및 자문업 등이 잇따라 추가됐다.

사업부문 매각으로 대교그룹과의 내부거래가 70억원에서 20억원대로 줄긴 했으나 대교씨엔에스의 주요주주로서 배당을 챙겼다. 확보한 재원으로는 와인사업으로 외연을 넓혔다. 디뱅와인·크리스탈와인컬렉션 두곳에 불과했던 자회사는 크리스탈앤컴퍼니·크리스탈에비에이션·크리스탈와인컬렉션 등으로 늘어났다.

◇부당 내부거래 의혹에 지분정리, 크리스탈원 사실상 '휴업'

크리스탈원을 키워 승계의 발판으로 쓰려했던 계획은 결과적으로 수포로 돌아갔다. 경제민주화 흐름에 따라 일감몰아주기 및 부당 내부거래 이슈가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대교그룹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으로부터 조사를 받는 등 전방위 압박에도 시달렸다.

매출 20억원 짜리 회사가 특수관계자 거래로 19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게 정상적인 거래로 비춰질 순 없었다. 크리스탈원이 자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일감몰아주기로 재원을 마련하려 했던 게 화근이었다.


각종 논란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되던 크리스탈원에 대한 그룹의 지원은 2018년경 지분정리와 함께 중단됐다. 크리스탈원의 종속기업인 크리스탈와인컬렉션과 크리스탈앤컴퍼니 보유지분 전량을 부동산개발사업을 영위하는 대교디앤에스에 매각했다. 뉴미디어·보험·여행사업부문을 각각 ㈜대교·대교에듀피아·대교에듀캠프에 총 6억3000만원에 양도했다. 대교씨엔에스 지분도 대교홀딩스에 전량 넘겼다.

이후 대교그룹으로부터 받는 내부거래도 모두 끊겼다. 대교홀딩스·㈜대교·대교디앤에스·대교씨엔에스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이후 크리스탈원과 단행한 내부거래는 매출만 있을 뿐 매입거래는 단 한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크리스탈원은 현재 개점 휴업 상태나 다름없는 상태다. 일부 계열사로부터 대여금 명목으로 빚을 내 운영자금을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대교홀딩스가 크리스탈원에 빌려준 대여금은 58억3000만원으로 집계됐다.

대교그룹의 지원이 끊기니 실적도 없다. 와인 종속기업을 대교그룹에 넘긴 해인 2018년 매출액은 1750만원에 그쳤다. 2019년 감사보고서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외감대상에서도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자산규모를 외감기준인 120억원을 소폭 하회하는 수준으로 축소시킨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등기부등본 확인결과 여전히 강호준 상무와 강호철 상무가 주요 임원으로 등재 돼 있다. 지난 3월 사내이사직에 연임하는 등기도 올렸다. 대표이사는 강호준 상무다. 감사는 여전히 박수완 부사장이다. 아직도 오너일가가 챙기고 있다는 점은 언제든 이를 활용해 무언가를 해보겠다는 의지가 숨어있다고 추론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규모가 매우 미미한 크리스탈원을 활용해 승계전략을 짜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대교홀딩스와의 합병을 통해 자연스레 지분 승계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덩치가 엇비슷해야 합병도 의미가 있을텐데 크리스탈원의 규모는 매우 작다. 이렇다 할 경쟁력도 없다. 크리스탈원의 재원으로 대교홀딩스 등의 지분을 매입하는 것도 당연히 어려운 실정이다.

크리스탈원이 지분 24.25%를 보유하고 있는 대교아메리카를 키워 재원마련 창구로 활용토록 하는 것 외엔 달리 답이 없다. 편법이든 정공법이든 막혀있는 상황인 셈이다.

대교그룹 관계자는 "크리스탈원의 대교그룹 지분문제는 모두 해소가 됐고, 일감몰아주기 등 거래가 전혀 없는 상태"라며 "승계와 관련해서도 어떤 용도로 쓰일 지 등 전해지는게 없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