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의 '대주주 희생' 원칙, 쌍용차 사례서 깨지나 상하이차 '악몽' 오버랩…최대주주 포함 3조 자구안 제출 두산중공업과 대비
박상희 기자공개 2020-06-16 08:59:24
이 기사는 2020년 06월 15일 10: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새로운 투자자를 찾겠다고 밝히면서 쌍용차 생사를 가를 운명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영 어려움에 처한 마힌드라그룹이 사실상 쌍용차에 대한 경영권 포기 가능성을 내비쳤다.약 10년 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때 유동성 위기에 몰린 대주주 상하이자동차로부터 버림 받은 트라우마가 있는 쌍용차는 외국인 대주주가 글로벌 악재 앞에서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감탄고토 식 경영의 희생자가 될 위기에 놓이게 됐다.
공은 다시 산업은행으로 넘어가게 됐다. 대주주 마힌드라가 경영권 포기 의사를 내비친 가운데 산은의 지원 여부에 따라 쌍용차는 생사 갈림길에 서게 됐다. 마힌드라가 외국계 자본임을 감안하면 '대주주가 희생한 만큼 지원한다'는 구조조정 원칙을 어떻게 해석할지 주목된다.
1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지난 12일(현지시간)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쌍용차의 새로운 투자자를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수익성이 불확실한 사업은 중단할 수 있다면서 쌍용차 지배권 포기 가능성도 내비쳤다.
마힌드라의 쌍용차 경영포기는 사실상 예정돼 있던 수순이었다. 앞서 4월 마힌드라는 2300억원의 투자 계획을 돌연 철회했다. 13분기 연속 적자를 낸 데다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이 4000억원에 육박하는 쌍용차 재무 상황 등을 고려하면 대주주의 투자 철회는 사실상 '버리는 카드'라는 시그널을 시장에 주기에 충분했다. 마힌드라는 2300억원 투자 계획을 철회하면서 특별자금 명목으로 400억원의 유동성을 지원하는데 그쳤다.
마힌드라의 변심에는 코로나19 사태가 주효한 원인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마힌드라는 1월까지만 해도 2022년 쌍용차가 흑자로 전환할 수 있도록 5000억원 투입을 검토했다. 2300억원을 마힌드라가 투자하고 나머지 금액은 산업은행 등에서 지원받는다는 계획이었다.
3개월 새 수천억 투자 계획을 철회한 것인데, 그 사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공장 셧다운이 잇따르면서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에 처했다.
마힌드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외신 등에 따르면 마힌드라의 3월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8% 감소했다. 4월 인도 현지 내수 판매는 '제로(0)'를 기록했다. 1월까지만 해도 쌍용차 장기 투자를 약속했던 마힌드라가 급작스럽게 변심한 데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마힌드라의 이같은 변심은 약 10년 전 상하이차의 철수와 오버랩된다. 쌍용차는 1999년 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에 돌입한 뒤 2004년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매각됐다. 이후 경기 악화와 판매 부진이 이어지자 상하이차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8년 말 쌍용차를 도와달라며 정부에 손을 내밀었다. 정부가 거절하자, 상하이차는 구조조정을 거쳐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마힌드라도 상하이차와 비슷한 경로를 걷고 있다. 쌍용차는 당장 다음달 산업은행에 차입금 900억원을 갚아야 한다. 쌍용차는 차입금 상환 유예와 추가 지원을 원하고 있다. 산은이 쌍용차를 지원할 경우 '대주주가 희생한만큼 지원한다'는 원칙이 깨지게 된다는 게 산은의 딜레마다.
올해만 3조6000억원의 대규모 지원을 받은 두산중공업의 경우 3조원 규모의 자구안을 제출했다. 자구안 제출과 대주주 사재 출연 등을 약속 받으면서 두산중공업 지원에 대한 명분을 형식적으로 갖췄다.
마힌드라는 외국계 자본이라는 점에서 대주주 희생을 어떻게 해석할지 어려운 점이 있다. 마힌드라는 쌍용차를 인수한 이후 7000억원을 투자했다. 현재 보유한 쌍용차 지분 75%에 대한 시장 가치는 2400억원 수준이다. 인도 마힌드라그룹의 현지 경영상황을 무시한 채 무조건적으로 쌍용차에 대한 지원을 요구할 수는 없다.
산은 입장에선 쌍용차를 지원하지 않을 경우 과거 상하이차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당시 상하이차 경영 철수에는 쌍용차에 대한 지원을 거절한 것이 사유 중의 하나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영 어려움에 처한 마힌드라가 우선 '생존'을 위해 쌍용차를 포기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쳤다"면서 "산은이 쌍용차 지원을 결정하더라도 마힌드라가 쌍용차를 포기하겠다고 배수진을 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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