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유증 승부수]증자비율 71% '지분희석·오버행' 감내한다①주식수 1.7배 늘어, "리스크 불구 DNA 전환"
박창현 기자공개 2020-06-19 07:42:49
이 기사는 2020년 06월 16일 11: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쌍방울이 승부수를 던졌다." 쌍방울의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 발표와 관련한 시장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자본 총액을 40%가량 더 늘려 기업 DNA를 완전히 바꾸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증가한 자본 만큼 발행될 주식 수도 많다. 그 물량이 기존 발행 주식 총수의 71%에 달한다. 지분 희석과 오버행(대량 매물 출회) 리스크를 모두 감내하고서라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각오다.
쌍방울은 최근 657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다음 달까지 발행가액을 최종적으로 확정하고 8월에 청약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신주 상장 예정일은 8월21일이다.
이번 유증 발표는 시장에 작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사실상 기업의 명운을 내건 결정인 탓이다. 각종 지표와 수치가 이를 증명해준다. 1차 발행가액 기준으로 산출된 유증 규모가 657억원이다.
이는 올해 3월 말 기준 쌍방울 총자산(3261억원)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자본 총액(1732억원)만 놓고 보면 비중은 38%까지 올라간다. 최대한 많은 자본을 끌어모으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정으로 해석된다.
쌍방울은 유증 대금으로 마스크 신사업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기존 속옷 사업으로는 성장 한계가 분명한 만큼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중이다. 실제 쌍방울은 320억원 가량은 먼저 채무 상환에 쓰고 나머지 자금을 익산 방역마스크 공장 설비 구축과 리모델링, 마스크 원재료 구매비 등으로 쓸 예정이다.
쌍방울은 2014년 최대주주가 ㈜광림으로 바뀐 이후 줄곧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국내 속옷 패션 트렌드가 빠르게 바뀐 데다 시장 또한 성숙기에 접어든 탓에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 실제 매출은 2015년 1463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매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듬해 1100억원대로 내려앉았고 지난해 1000억원 벽이 무너졌다.
매출 감소 여파로 고정비와 재고 부담이 더욱 가중되면서 수익성도 악화됐다. 2016년 150억원의 영업손실이 났고, 2017년에는 200억원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2018년 소폭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작년에 103억원의 손실이 났다. 다양한 원가 절감 노력에도 불구하고 규모의 경제 시스템이 무너지면서 수익 모델 구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쌍방울 관계자는 "성장 정체를 돌파하기 위해 유증 자금으로 마스크 사업을 추진하고 온라인 판매 라인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며 "국내 토종 속옷 기업으로서 기존 사업 역시 계속 끌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규모 유증에 따른 위험 요인도 적지 않다. 당장 신주가 발행되면서 지분 희석과 오버행 리스크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현재 쌍방울 발행주식 총수는 1억3935만여주다. 하지만 이번 유증으로 1억주 가량의 신주가 발행된다. 단 한 번의 유증으로 전체 발행 주식수가 71%나 증가하는 셈이다.
유증에 참여할 여력이 없는 기존 주주들은 지분 희석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주식수가 급격하게 늘어나기 때문에 오버행 이슈도 제기된다. 그만큼 주가 변동성 또한 커진다. 가뜩이나 대내외 변수로 주가 등락이 큰 상황에서 리스크가 더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쌍방울 관계자는 "대규모 유증으로 성장성 한계를 돌파하고자 한다"며 "견실한 성장을 이뤄 자연스럽게 시장에 안정감을 주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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