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의 '레짐 시프트', 재가동 기지개 펴나 현대차와 스타트업 발굴, JV·배터리 사업부 분사 '밀린 과제 해결' 신호탄?
박기수 기자공개 2020-06-22 15:54:44
이 기사는 2020년 06월 19일 15시2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레짐 시프트(Regime shift). 경영의 큰 틀 등 체제 대변환이 이뤄지는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LG화학은 2010년대 말 들어 핵심 사업인 배터리 사업에서 대전환을 맞이했다. '보수적·독자적' 경영에서 '협업'을 중시하는 기조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배터리 사업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기 위한 LG화학의 판단이었다.
이 대전환 작업이 올해 예기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된 유가 상황과 코로나19라는 팬데믹(Pandemic)이다. 유가 급락으로 현재까지 LG화학을 떠받들고 있는 석유화학사업부는 크게 부진했고 코로나19탓 수요 감소에 전사 수익성이 흔들렸다. 이에 계획돼있던 구조조정 작업들이 하나둘씩 연기됐다.
다만 최근 LG화학이 현대차와의 협업을 추진하면서 전환 작업이 재가동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LG화학은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기아차와 공동으로 전기차와 배터리 분야 유망 스타트업 발굴 프로그램을 가동한다고 밝혔다. LG화학은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와의 교류 확대를 통해 전략 협업 기회를 모색하는 차원"이라면서 "고객가치를 혁신하는 미래 핵심 기술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사업 확장 니즈에 협업 모드로 전환
LG화학과 현대차의 교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초 현대차와 LG화학이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할 것이라는 예측이 퍼지면서 업계가 주목했던 바 있다. LG화학이 현대차와 직접적으로 교류했던 사례는 2009년으로 무려 11년 전이다. 현대모비스와 함께 세운 'HL그린파워' 설립 사례다.
현대모비스와의 협업을 끝으로 LG화학은 협력의 손길을 보내거나 잡지 않아 왔다. LG화학은 일찌감치 폭스바겐·GM·볼보 등을 주요 거래처로 확보하면서 타 배터리 업체들과의 경쟁우위만을 잡는 데 집중했다. 완성차 업체들과 JV 등 협업에 나설 경우 고유의 기술력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랬던 LG화학이 레짐 시프트에 나선 것은 작년 초다. 작년 초 LG화학은 중국 지리자동차와 함께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기로 하더니, 당해 말에는 미국 GM사와 함께 조인트벤처 설립에 합의했다. 분기마다 시행되는 콘퍼런스 콜에서는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직접 JV의 중요성을 역설하기 시작했다.
이에 올 초 언급됐던 현대차와의 JV 작업도 연내 성사될지 업계의 관심이 모이는 시점이다. 애당초 LG화학은 한참 전부터 현대차와의 JV 설립을 논의했고, 올해 내로 JV를 출범시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다만 외부 환경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계획 실행이 더뎌졌다고 알려진다.

◇재무 부담에 배터리 사업부 분사 가능성 부활?
체제 전환이 이뤄진 또 다른 요인은 LG화학의 재무적 기조에 있다고 보는 시선도 짙다. 국내 개별 대기업 중에서도 가장 공격적인 기조로 자금을 풀고 있는 LG화학은 최근 들어 재무적 부담이 눈에 띄게 불어난 상태다. 사업 확장으로 인한 재무 부담을 온전히 지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부채를 함께 감당할 수 있는 JV가 대안으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올해 1분기 말 연결 기준 LG화학의 총차입금은 무려 11조5537억원이다. 3~4년 전 총차입금이 3조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무서운 속도로 빚이 늘어나고 있다. 2016년 대비 작년(총차입금 8조4143억원)의 경우 이자비용이 약 3배가량(818억원→2365억원) 늘어나기도 했다. 부채비율 역시 올해 1분기 말 113.1%로 세 자릿수를 돌파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 등 외부 환경 악화로 중단됐던 배터리 사업부 물적 분할 후 기업공개(IPO) 카드도 다시 꺼내 드는 게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화학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사들에게 치명적이었던 올해 1분기 상황을 어느 정도 벗어나면서 LG화학도 그간 밀려있던 사업들을 하나씩 꺼내 들고 있는 것 같다"라면서 "외부 경영 환경 악화로 연기됐던 배터리 사업부 분사 역시 재개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LG화학 관계자는 "배터리 사업부 분사 작업 재개에 대한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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