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손가락' 전락한 LG화학 ESS, 명성 되찾을까 [재생에너지업 리포트]지난해 화재 관련 충당금만 4200억…국내 매출 전무
이아경 기자공개 2020-06-24 08:31:19
[편집자주]
기후변화에 따른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는 전세계적인 화두이자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많은 기업들이 탄소 배출 감축에 힘쓰고 있고, 정부는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과 함께 '탈원전', '탈석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사 위기에 처한 원전사업과 나날이 성장하는 태양광 시장은 변화하는 시대의 단면이다. 다만 역설적이게도 국내 재생에너지 관련 기업들의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태양광은 소재기업들이 무너지며 가치사슬이 붕괴됐고, 풍력은 외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더벨은 재생에너지 기업들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22일 15: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재생에너지 발전과 에너지저장장치(ESS)는 '바늘과 실' 같은 관계다.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은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일정치 않기 때문에 전력을 비축했다가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ESS가 필수적이다. 재생에너지 보급이 확대될수록 ESS 역시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국내 ESS 시장은 정부의 적극적인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에 힘입어 급속도로 커졌으나 작년부터 바짝 얼어붙었다. 총 29곳의 ESS 사업장에 불이 번지면서 불안감이 커진 탓이다. 특히 정부가 ESS 화재 원인으로 배터리 문제를 지목하면서 LG화학 등 배터리 제조사들은 국내 매출이 끊기는 사태를 맞았다. 해외 시장을 타깃으로 다시 회복세를 띌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해 화재손실 충당금만 4200억
LG화학의 ESS 사업은 2018년까지만 해도 전기차배터리 사업의 적자폭을 상쇄하는 '효자' 사업이었다. ESS에서 전력을 저장하는 배터리는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배터리와 동일한 중대형 전지다. LG화학의 전지사업은 소형전지와 중대형전지로 이뤄진다.
특히 2018년에는 국내 ESS 설치량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전지사업이 최대 이익을 내는데 기여했다. 한국은 2018년 상반기에만 1.8GWh 규모의 ESS를 보급했는데, 이는 지난 6년간 보급했던 1.1GWh를 넘어선 수치다. 2017년 5000억원 수준이던 ESS 매출액은 2018년 8500억원 규모로 뛰었고 영업이익률은 5% 안팎을 기록했다. 당시 전지사업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24% 증가한 2092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급속도로 늘어난 ESS 설치가 부작용을 낳은 듯 사업장 곳곳에서 불이 번지기 시작했다. 정부가 화재 원인 조사에 돌입하며 ESS의 가동중지를 권고했고 나머지 ESS들의 충전율(SOC)은 70%까지로 제한됐다. LG화학은 2019년 ESS 배터리의 매출 규모가 2018년의 두 배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화재 발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익성은 단숨에 꺾이고 말았다.
지난해부터는 ESS 사업이 적자의 주범으로 전락했다. 국내 매출이 사라지면서 동시에 화재 발생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증가한 탓이다. LG화학은 ESS 충전율을 낮춘데 따른 사업자들의 비가동 손실보상금과 특수 소화시스템 적용 등에 드는 비용까지 총 4200억원의 충당금을 반영했다. 이에 따라 전사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0% 감소했고, 전지사업의 영업손실은 4543억원을 기록했다.
◇재생에너지 보급률 높은 '선진국' 공략
LG화학은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중국 남경공장에서 생산된 ESS용 배터리를 전량 교체하고, 화재확산 방지를 위한 특수 소화시스템 등을 적용하며 재기를 노리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매출은 정체된 상태다. 일련의 ESS 화재가 이어지면서 ESS 사업자 입장에서도 화재 이후 보험료 인상 등 운영비용이 올라가며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LG화학은 단기적으로 국내 시장의 정상화는 어렵다고 보고 재생에너지 보급률이 높은 선진국에 초점을 두고 있다. 특히 북미 ESS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해외 수출량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은 주 단위의 재생에너지 정책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데, 특히 캘리포니아주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60%, 2050년 100%로 높인다는 방침이다.
올해 ESS 부문 예상 매출을 1조원 수준이다.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로 대부분 미국과 유럽, 호주 등에서 매출이 발생할 전망이다. 영업손익은 지난해 반영됐던 충당금 이슈가 사라져 전년보다는 적자폭이 대거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 관계자는 "지난 2월에 화재 방지 관련 안전대책을 도입한 이후 시장의 신뢰가 차츰 회복되는 분위기"라며 "살아날 조짐은 보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LG화학 배터리가 들어간 ESS 사이트 400여곳 중 절반은 특수 소화시스템을 설치했고, 나머지는 수개월 내로 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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