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 사상 최대 규모 경신하나 [Market Watch]작년 연간 발행량 84% 육박…안정성·금리 메리트에 투심 견조
이지혜 기자공개 2020-06-26 10:38:38
이 기사는 2020년 06월 24일 06시3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지주의 신종자본증권 발행량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대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반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지난해 연간 발행량의 80%를 넘어섰다.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KB금융지주 등 발행사도 다양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은행대출은 늘고 부실 가능성은 높아지자 재무적 버퍼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투자자 반응도 뜨겁다. 금리는 BBB급 회사채 못지 않게 높으면서 안정성은 우수하기 때문이다. 발행사의 신용도가 높은 데다 상각되거나 이자가 미지급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덕분에 금융지주의 신종자본증권 경쟁률은 투자심리가 위축됐는데도 비교적 견조했다.
◇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 발행 봇물
2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발행된 금융지주의 신종자본증권은 총 2조12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발행량의 84%에 이르는 수치다. 2018년 발행규모는 일찌감치 뛰어넘었다. 올해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선 금융지주는 모두 6곳이다. 2018년 6곳, 2019년 7곳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다.
우리금융지주의 행보가 눈에 띈다. 우리금융지주는 올해 상반기 두 차례에 걸쳐 모두 7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지난해에도 모두 1조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면서 적극 나섰는데 올해도 이런 기조를 지속했다. 하나금융지주도 올해 상반기에만 5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2018년 연간 발행규모가 5380억원, 지난해 2650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폭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금융지주들이 재무적 버퍼를 확보하려는 것으로 분석됐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금융지주들이 저금리기조를 기회로 삼아 자금을 확보하려 했다면 올해는 재무적 버퍼를 가지려는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로 은행은 물론 카드사, 캐피탈사, 증권사까지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은행은 코로나19 사태로 쉽지 않은 상황에 몰렸다. 경제전반에 걸쳐 신용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내리고 순이자마진 하락 등으로 수익성이 나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정부 정책 등을 고려하면 차주의 신용리스크를 대출금리에 전가하기도 쉽지 않다. 카드사, 캐피탈사도 연체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어 재무적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수도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1분기 말 은행계열 금융지주의 총자본비율, 기본자본비율, 보통주자본비율은 각각 13.4%, 12%, 11%로 2019년 말 대비 소폭 떨어졌다. 규제비율을 상회하고 있지만 자회사의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날 수 있어 금융지주들이 신종자본증권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3%대 금리로 투심 자극…수요예측 경쟁률 견조
코로나19 사태로 공모채 시장의 투자심리는 싸늘하지만 금융지주들은 미매각 사태와 거리가 먼 것으로 보인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의 신용등급은 대부분 AAA로 채권 신용등급만 비교적 낮다”이라며 “안정성은 좋은데 금리는 3%대 이상인 만큼 리테일 투자자를 중심으로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신종자본증권은 후순위성과 발행사가 정부지원을 받기 전 손실 부담, 이자 미지급 가능성 등을 고려해 선순위채권보다 신용등급이 3노치가량 낮다. 그렇지만 실제 위기를 겪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부분 은행 중심으로 안정적 영업기반을 보유해 신용등급이 떨어질 확률은 낮다”며 “국내 금융지주들이 경제적 실익보다 평판 리스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조기상환 미실시 가능성도 낮다”고 분석했다.
올 들어 신종자본증권을 찍은 금융지주는 메리츠금융지주를 제외하고 모두 은행계열이다. 이들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3.2~3.5%다. 메리츠금융지주의 신종자본증권만 금리가 4.2%로 좀더 높다.
BBB급 공모채가 발행되지 않는 것도 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에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BBB급 공모채는 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와 투자자군이 같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공모채 시장이 위축되면서 BBB급 공모채의 존재감이 시장에서 희미했다. 이에 따라 리테일 투자자들이 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쪽으로 특히 몰렸다는 것이다.
수요예측 결과도 양호하다. 공모채 시장이 위축되기 전 올 2월까지 신종자본증권을 찍은 곳은 우리금융지주와 DGB금융지주, BNK금융지주다. 이들의 수요예측 경쟁률(모집금액 대비 수요예측 참여금액)은 2.5배다. 이후 금융지주는 5월 이후에서야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재개했는데 5월부터 6월 현재까지 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의 수요예측 경쟁률은 2배다.
비은행계열로서 미매각사태를 겪은 메리츠금융지주를 제외한 수요예측 경쟁률은 2.1배로 연초보다 크게 줄지 않았다. 최 연구원은 “자본적정성 제고, 비은행부문 강화, 차환목적으로 금융지주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지속될 것”이라며 “공급부담은 있지만 최근 수요예측 결과를 보면 시장 투자자들이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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