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6월 25일 07시5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쌍방울의 전성기는 찬란했다. 1954년 전라북도 익산에서 '형제상회'로 시작해 1962년 '삼남메리야스공업'으로 기반을 닦았다. 1970년대 국내 섬유 방직 산업의 성장과 함께 비로소 대기업으로 발돋움했다.패션 볼모지나 다름없었던 국내 시장에 토종 브랜드를 뿌리내린 장본인이다. 언더웨어 브랜드 '트라이'와 청바지 브랜드 'LEE'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1990년에는 프로야구 구단 '쌍방울 레이더스'를 창단했다. 국내 대표 레저시설인 '무주리조트'와 명문 골프장 '익산CC'도 쌍방울 자산이었다. 굴지의 대기업들만 참여했던 이동통신사업에도 발을 들여놨다. 거침없던 사세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IMF 때 발목이 잡혔다. 문어발식 확장이 패착이었다. 결국 막대한 빚을 갚지 못하고 1997년 부도 처리됐다.
이후에는 떠돌이 신세를 면치 못했다. 트라이 브랜드를 보고 여러 회사가 투자에 나섰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심지어 주가 조작 사태에도 휘말렸다. 2014년 들어 코스닥 상장 특장차 업체 '㈜광림'이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비로소 지배구조 이슈가 해소됐다.
다만 그 뒤로는 사업이 문제였다. 속옷 시장 트렌드가 완전히 바뀌면서 옛날 브랜드 쌍방울이 설 곳이 없었다. 중국 진출도 모색했지만 대내외 변수 탓에 이마저도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실제 ㈜광림이 인수한 뒤로 지난해까지 누적 손실액만 450억원이 넘는다. 쌍방울이 처한 냉혹한 현실이다.
현실의 높은 벽 앞에서 쌍방울은 다시금 '사다리'를 만들겠노라 외치고 있다. 그 사다리의 이름은 '마스크 사업'이다. 자금 확보를 위해 주주배정 유상증자 계획안을 내놨다. 조달 규모만 650억원이 넘는다.
로드맵도 나왔다. 쌍방울을 비롯해 남영비비안과 나노스, 미래산업 등 그룹사가 모두 모여 수직계열화 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 설비 부지는 익산국가산업단지 내 쌍방울 공장을 활용할 계획이다.
생존 앞에서 모든 것을 내려놨다. 당장 대규모 유증으로 인해 최대주주의 지분율 희석이 예상된다. 자금력 한계 때문에 배정 물량을 전부 소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배력 약화보다도 신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먼저였다.
넘어야 할 산 또한 많다. 당장 자금을 댈 일반 주주들을 설득해야 한다. 주주들은 신사업 비전을 면밀히 검토한 후 출자 여부를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사태로 너도 나도 마스크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쌍방울만의 차별성을 보여줘야만 투자 결정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백년기업까지 이제 34년이 남았다. 과연 10년, 20년 뒤 쌍방울은 어떻게 기억될까. 쌍방울 레이더스와 트라이의 옛 영광에 여전히 묻혀있을까. 기성세대의 기억과 전혀 다른 기업이 돼 있을까. 그 갈림길 위에 쌍방울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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