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분석]코스맥스그룹 2세 지배력 기반 '믹스앤매치·레시피'이경수 회장 두 아들 각각 입사 직전 설립, 지주사 지분 5%씩 확보
최은진 기자공개 2020-07-06 09:23:42
이 기사는 2020년 07월 02일 10: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장남 한명에게 그룹 전체를 물려주던 재계 트렌드는 기업의 몸집이 비대해질수록 분할승계방식으로 변화했다. 특정 한명이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게 물리적으로 어려울 뿐 아니라 효율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을 재계는 경험적으로 체득했다.코스맥스그룹의 창업주 이경수 회장이 두 아들 모두 경영에 참여하게 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장남에겐 화장품, 차남에겐 건강기능식품 및 의약품 사업을 맡겼다.
하지만 명확하게 구분지을 수 있는 경영구도와는 다르게 지분승계는 자칫 그룹을 둘로 쪼개야 할 가능성이 생기는 만큼 또 다른 고민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대안이 비상장 기업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 회장의 두 아들이 각각 개인회사를 통해 지분을 공유하고 있는 것도 이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장남 '믹스앤매치'·차남 '레시피'…이경수 회장과 지주사 주식거래
코스맥스그룹의 창업주인 이경수 회장에겐 두 아들이 있다. 장남 이병만 코스맥스 대표이사 부사장과 차남 이병주 코스맥스비티아이 대표이사 부사장이다. 각각 2005년, 2008년 코스맥스와 코스맥스엔비티에서 평사원으로 입사하며 경력을 쌓았고 2018년과 지난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리고 올해 3월 동시에 주력 계열사의 대표이사로 승진했다. 이 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던 자리에 장남과 차남을 올리는 형태였다. 이 회장을 대신할 2세 경영의 신호탄을 쐈다.
이병만 대표와 이병주 대표에겐 각각 개인회사가 한곳씩 있다. 믹스앤매치와 레시피라는 이름이다. 주목할 점은 각 회사의 최대주주를 각각 맡고 있지만 서로의 회사에 지분을 소유하고 있기도 하다는 점이다. 믹스앤매치의 지분 80%를 이병만 대표가, 나머지 20%를 이병주 대표가 소유하고 있다. 레시피는 그 반대로 80%는 이병주 대표가, 20%는 이병만 대표가 차지하고 있다.
믹스앤매치의 설립일은 2001년, 레시피는 2007년이다. 각각 이병만 대표와 이병주 대표가 코스맥스그룹에 입사하기 직전에 설립했다. 특이한 건 두 형제가 믹스앤매치에 코스맥스비티아이 지분을 2016년 증여하며 주요 주주로 올렸다는 점이다. 각각의 개인회사가 특정 최대주주에만 귀속되는 형태가 아닌 가족들이 서로 공유하고 있는 회사라고 볼 수 있다.
2016년 7월 코스맥스비티아이 주식을 믹스앤매치에 이병만 대표가 8000주, 이병주 대표가 2000주를 증여했다. 2017년과 2018년에는 이 회장이 믹스앤매치와 레시피에 각각 20만여주씩 매각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믹스앤매치와 레시피는 코스맥스비티아이 지분 5.58%, 5.47%를 보유하며 주요주주가 됐다. 이병만 대표와 이병주 대표가 직접 취득한 지분 3%와 2.77%까지 고려하면 개인회사를 동원해 각각 총 9% 안팎의 지배력을 확보했다. 장남이 소폭 앞서는 지분을 소유하고 있지만 비교적 균등한 수준으로 지분 관리가 이뤄지고 있고 그 전면엔 오너2세의 개인회사 믹스앤매치와 레시피가 있는 셈이다.
◇활발한 매입·매출거래, 코스맥스와 인사교류도 눈길
믹스앤매치와 레시피는 주요주주라는 입지 뿐 아니라 사업적으로도 코스맥스그룹과 꽤 긴밀하게 연결 돼 있다. 믹스앤매치는 네일아트·기초화장품 개발 및 판매·포장 등을 영위하는 회사다. 레시피는 화장품 및 비누 제조판매를 목적으로 설립됐으나 2016년 건강기능식품·의약외품 판매 및 제조업을 추가했다. 모두 코스맥스그룹이 영위하는 사업영역이다.
따라서 내부거래를 통해 창출되는 실적이 상당하다. 특히 믹스앤매치의 경우 연간 45억원 안팎의 매출이 코스맥스그룹 계열사로부터 발생한다. 전체 매출이 2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40%가 내부거래인 셈이다. 특히 이병만 대표 체제에 있는 코스맥스와 쓰리애플즈코스메틱스로부터 가장 많은 11억원, 22억원의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실적이 공개된 2013년 이후 줄곧 적자를 내며 완전 자본잠식에 빠져있다.
레시피의 경우엔 코스맥스그룹과의 매출거래는 5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하다. 그러나 코스맥스그룹으로부터 매입하는 거래규모가 총 200억원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연간 상품매출원가가 300억원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원재료 등 대부분을 코스맥스그룹으로부터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룹이 직접적으로 매출을 일으켜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규제 대상은 아니다.
매출이나 매입 거래 외 직접적으로 자금지원이 있기도 하다. 믹스앤매치의 경우 코스맥스그룹 계열사들로부터 제공받은 단기차입금이 157억원이다. 레시피로부터 17억원의 대여금을 지원받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보유하고 있는 코스맥스비티아이 주식을 담보로 약 150억원 규모의 차입금 등을 받기도 했다. 레시피 역시 코스맥스비티아이 주식을 담보로 38억원을, 오너일가의 주식을 담보로 약 190억원의 대출을 받기도 했다.
믹스앤매치와 레시피에 코스맥스그룹의 주요 인재들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믹스앤매치의 사내이사로 있는 김성수 이사는 전 쓰리애플즈코스메틱스 재무회계 이사로 활약하다 올해 초 자리를 옮겼다.
레시피의 이윤식 대표이사는 코스맥스바이오 마케팅본부장으로 활약하던 인물로 이 회장의 신임을 받던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사내이사인 신윤서 전무는 코스맥스비티아이 최고재무책임자(CFO), 김철희 상무는 코스맥스 차이나에서 근무했던 인물이다. 감사로는 코스맥스의 현직 CFO로 있는 김상현 이사가 담당하고 있다.
사업적인 부분만이 아닌 자금 및 인적자원 등 전방위적으로 코스맥스그룹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 회장의 지분을 믹스앤매치와 레시피가 사들일 수 있었던 재원 자체가 코스맥스그룹과의 거래 및 지원으로부터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이를 감안할 때 앞으로 이들 기업들이 또 다시 오너일가 2세의 지배력을 키우는 데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맥스그룹 관계자는 "이경수 회장의 빈자리를 장남과 차남이 각각 올해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채우게 됐다"며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계열사를 맡으면서 각각의 전문성을 무기로 경영에 나섰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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