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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스 기업 리포트]한양이엔지, 기반 다진 CSK '1265억' 딜⑥2016년 아틀라스콥코에 매각…차입금 15억 불과, 디노·미국법인 등 투자 활발

임경섭 기자공개 2020-07-22 07:09:35

[편집자주]

우주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우주개발이 국가의 몫으로 통했던 ‘올드스페이스 시대’가 저물고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가 도래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나 제프 베조스의 블루오리진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민간 우주기업들이다. 국내에서도 민간 우주시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재사용 로켓과 초소형 위성 등 기술혁신으로 우주산업의 장벽이 낮아지고 산업은 확대되고 있다. 더벨은 국내 우주산업을 주도하는 강소 기업들의 사업과 현황을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20년 07월 16일 11: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상장사 '한양이엔지'에 CSK 매각은 하나의 전환점이었다. 독일 CS-AG와 합작 설립해 키워온 알짜 자회사를 2016년 매각한 것이다. 매출 감소 등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란 예측도 있었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갔고 우량한 재무구조를 구축하는 배경이 됐다. 1200억원이 넘는 현금 유입으로 풍부한 유동성을 보유하면서 최근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양이엔지의 주업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산업 설비와 플랜트의 설계 및 시공 사업이다. 팹(FAB) 설비에 필수적인 초고순도 특수 설비를 비롯해 유틸리티 시스템에 대한 설계와 시공을 담당하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설비부문이 매출의 30~40%를 차지하고, 화학물질 중앙공급장치(CCSS)도 30% 안팎에 기여하고 있다.

현재 한양이엔지는 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다. 올해 3월말 기준 차입금은 15억원에 불과하다. 회사 규모를 고려하면 사실상 차입금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 단기적으로 소규모의 차입을 일으킬뿐 대부분의 경우 보유한 현금을 활용하고 있다. 현금성자산만 767억원에 달하는 등 넉넉한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풍부한 유동성을 확보한 배경에 2016년 진행된 CSK 딜이 있다. 2016년 8월 보유한 주식 14만2500주(56%)를 네덜란드의 아틀라스 콥코(Atlas Copco Internationaal B.V.)에 매각했다. 거래 금액은 1265억원에 달했다. 한양이엔지는 1997년 독일 CS-AG와 합작해 CSK를 설립했다.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고순도 액체 화학품을 안전하게 공급하고 반도체 생산 공정에서 방출되는 유해가스를 정화하는 시스템을 생산하고 있다.

한양이엔지 관계자는 "CSK를 매각하면서 지분투자 했던 것을 회수하는 목적이었다"며 "처음 투자했던 당시와 비교해 큰 차익을 남겼다"고 설명했다.

2016년을 기점으로 한양이엔지의 재무지표는 크게 개선됐다. 특히 2015년 말 300억원에 달했던 단기차입금이 이듬해 CSK를 매각하면서 대부분 정리됐다. 1200억원이 현금으로 유입되면서 유동비율도 크게 상승해 올해 3월 말 217.86%를 기록했다. 2016년 말 100% 이하로 하락한 부채비율도 올해 3월말 기준 50%까지 낮아졌다.


자회사 매각으로 대규모 현금을 확보했지만 한양이엔지는 신중한 행보를 보였다. 당장에 투자 계획을 세워 신규 사업에 나서지 않는 대신 본업에 더욱더 집중했다. 삼성전자의 평택 인프라 건설에 본격 참여하면서 매출을 늘린 것이 대표적이다.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우주항공사업도 집중적으로 육성했다. 기존에 주력하던 발사대 등 지상시험설비의 구축에서 발사체의 탑재품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2016년 12월 누리호에 연료와 가스, 전기 등을 공급하고 회수하는 장치인 엄빌리칼(Umbilical) 개발 프로젝트 수주가 계기가 됐다. 그 결과, 열제어 안전시스템, MTU커넥터, 고압 솔레노이드밸브 등 다수의 부품을 공급하는 등 성과를 냈다.

최근에는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인근에 설비 투자를 진행하는 한편 우주항공분야의 우수인력을 꾸준히 확보하면서 비중을 키우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전투기 관련 시험설비와 위성시험설비의 개발, 그리고 메탄엔진을 사용하는 미래형 발사체 프로젝트에도 참여하며 한양이엔지의 기여도를 높여가고 있다.

연간 매출 1000억원이 넘는 CSK를 매각했음에도 한양이엔지는 큰 폭으로 도약했다. 2016년 5369억원이었던 매출은 2017년 7140억원으로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151억원에서 362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다만 지난해의 경우 제조하고 있는 설비의 수익 인식이 지연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소폭 감소했다.

한양이엔지 관계자는 "업계 경쟁사들과 마찬가지로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에서 수익 인식이 지연돼 일시적으로 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넉넉한 현금을 바탕으로 한양이엔지는 최근 본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2017년 청주에 제조물류센터를 준공했다. 지난해 5월에는 소프트웨어 제작 및 건축 배관설계업을 영위하는 디노를 인수하고 종속회사로 편입했다.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화학제품 배관을 담당하는 만큼 설계 업무의 중요성이 강조되기 때문이다. 또 11월에는 싱가포르 법인(HYE GLOBAL PTE. LTD.)을 설립하면서 해외 사업 확장에 나섰다.

최근 급변하는 정세에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올해 1월 미국법인(HANYANGENG USA INC)에 유상증자를 통해 329억원을 투입했다. 이 때문에 향후 삼성전자 등 반도체 업체의 미국 투자가 실현되면 한양이엔지도 즉각적으로 대응할 준비를 마쳤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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