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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IT 르네상스 전도사' 강동석 소프트뱅크벤처스 부사장'생활양식 혁신' 기조 일관, '외유내강' 리더십으로 심사역 구심점

박동우 기자공개 2020-07-28 07:56:49

이 기사는 2020년 07월 24일 08: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소프트뱅크벤처스의 20년 역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IT'다. 인터넷 대중화와 스마트폰 보급 국면에서 관련 스타트업 발굴에 앞장서왔다. 'IT 르네상스'를 외치며 신산업 투자를 선도한 주역이 강동석 부사장(사진)이다.

강 부사장은 생활양식의 변화 여부에 초점을 맞춰 기업의 옥석을 가려냈다. 중장기 구상도 세웠다. 바이아웃 등으로 회수 수단을 다변화해 '통합적 밸류체인'을 하우스에 구축하는 밑그림을 그렸다.

그는 20년째 소프트뱅크벤처스를 떠받친 대들보다. '외유내강' 리더십으로 시니어와 주니어 심사역을 이어주는 구심점으로 자리매김했다.

◇성장스토리 : 1세대 인터넷 심사역, 소프트뱅크벤처스 원년멤버로

강 부사장은 대학에서 경영학을 배웠다. 인사·조직 등의 과목을 공부하면서 '사람'에 대한 관심이 싹텄다. 내친 김에 금융 지식을 깊이 알아야겠다는 결심을 안고 대학원으로 향했다.

전공 서적을 읽던 중 대체투자의 유형으로 '벤처캐피탈'을 설명하는 대목에 눈길이 갔다. 자본을 투입해 창업가의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구현하는 모델이 흥미로웠다.

강 부사장은 "사람에게 투자하는 곳이 벤처캐피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동시에 회수 이익을 실현하는 점에서 여타 금융기업과 달랐다"고 회상했다.

사회로 발을 내딛을 무렵 외환위기가 터졌다. 은행·증권 등 전통적인 금융사들은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신생기업을 많이 배출하면 나라는 세수를 늘려 윈윈(win-win)할 수 있다는 도식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강 부사장은 행선지로 벤처캐피탈을 점찍었다.

1998년 KTB네트워크와 인연을 맺었다. 인터넷팀에 배치돼 시장의 동향을 공부했다. 그는 투자의 기회가 풍성하다는 확신을 품었다. 콘텐츠, 상거래, 게임, 검색엔진 등 연관 업종이 무궁무진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전문 심사역이라는 커리어는 그에게 강점으로 작용했다. 마침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인터넷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자회사를 한국에 세운다는 소식이 들렸다. 해외 기업이 출자해 벤처캐피탈을 설립하는 만큼 일해보고 싶다는 기대가 차올랐다.

2000년 소프트뱅크벤처스 원년 멤버로 합류했다. 수석심사역, 상무를 거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약정총액 3410억원의 '그로스엑셀러레이션펀드', 1210억원 규모의 '에스비글로벌챔프펀드' 등 굵직한 펀드의 운용을 총괄해왔다. 보상형 광고 앱 개발사 '버즈빌', 인도네시아 전자상거래 업체 '토코피디아' 등 ICT 스타트업 발굴에 힘을 실었다.


◇투자 철학 : 하우스 내부의견 경청해 리스크 필터링, '생활양식 변화' 방점

투자에 앞서 필요한 절차가 딜(deal)을 심의하는 단계다. 강 부사장은 하우스 내부 의견을 귀담아 듣는 자세를 강조한다. 연차를 불문하고 심사역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조직 문화에서 체득한 교훈이다.

강 부사장은 "우직함, 적극적 성향, 분석적 자세 등 다양한 스타일을 지닌 심사역들과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간다"며 "하우스 구성원의 집단지성을 빌리면 투자 위험 요인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기존 서비스의 혁신을 이뤄내는지 여부도 중점적으로 살핀다. 첨단 기술만 갖춘 기업의 전망을 낙관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생활 양식 또는 소비 행태에 변화를 일으키는 사업 아이템이 기업의 장기 성장성을 뒷받침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는 "주요 투자처인 전자상거래·교육·부동산·식품 관련 스타트업들은 IT로 승부하면서 소비자의 일상에 편의성을 더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며 "전통 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궤도에 오른 점을 감안하면 서비스 혁신에 초점을 맞춘 투자가 계속 유효하다"고 말했다.

◇트랙레코드 1 : 매스프레소, '교육서비스 혁신' 비전 매력

2017년 자금을 베팅한 매스프레소는 '혁신'을 중시하는 투자 철학을 상징하는 사례다. 모교인 서울대 행사에 갔다가 창업자인 이용재 대표를 처음 만났다. 수학 문제 해설을 제공하는 모바일앱 '콴다'를 만든다는 구상을 접하고 성공 전망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이 대표와 꾸준히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이 달라졌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학생간 배움의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로드맵에 끌렸다. 강 부사장은 매스프레소가 교육 서비스의 혁신에 부합하는 회사라는 결론을 내렸다.

실탄을 지원한 뒤 매스프레소는 일본, 싱가포르, 베트남 등 아시아 시장의 앱스토어를 공략했다. 월간 순방문자 수(MAU)는 현재 360만명까지 불어났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투자금 일부를 회수해 내부수익률(IRR) 150.5%라는 성과를 올렸다.

강 부사장은 "모두에게 교육 기회를 보장한다는 비전을 확인하고 매스프레소 투자를 결정했다"며 "비대면 서비스가 소비자들에게 주목을 받으면서 최근 몇 년새 급성장했다"고 밝혔다.


◇트랙레코드 2 : 집단지성 산물 '타임머신 전략' 녹아든 토코피디아

인도네시아 전자상거래 기업인 토코피디아는 '타임머신 전략'에 입각해 발굴한 포트폴리오다. 타임머신 전략은 2010년대 해외 투자의 포문을 열면서 소프트뱅크벤처스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물이다. 한국에서 일찌감치 성공한 사업모델을 벤치마크한 외국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방침이 핵심이다.

국내 성공 사례인 지마켓과 사업모델이 비슷했다. 인도네시아의 내수 시장이 탄탄한 점까지 감안하면 매력적인 투자 건이었다. 2013년부터 지금까지 다섯 번에 걸쳐 300억원 넘는 금액을 투입했다.

밸류에이션 10조원의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물심양면 지원했다. 알리바바, 소프트뱅크 본사 등 재무적 투자자(FI)의 자금을 추가 유치하는 데 징검다리를 놔줬다. 한국의 이커머스 전문가를 초빙해 회사의 인재 확보에도 기여했다.

강 부사장은 "사내 구성원들과 합심해 세운 투자 전략이 통했던 사례이기 때문에 기억에 진하게 남는다"며 "토코피디아의 성장을 도우면서 해외 기업 발굴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고 설명했다.

◇업계 평가 : '외유내강' 리더십, 신중하게 접근하는 자세

강 부사장의 됨됨이를 나타내는 키워드는 '외유내강'이다. 성품이 온화하지만 뚝심 있게 업무를 추진한다고 정평이 났다. 벤처투자업계 지인들로부터 하우스 임·직원의 화합을 이끌고 투자를 총괄하는 역할이 적격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배진환 메디치인베스트먼트 대표는 1998년 KTB네트워크 인사팀 대리로 근무할 당시 입사 지원자였던 강 부사장을 처음 만났다. 이후 지금까지 돈독한 인연을 쌓아왔다. 배 대표는 "강 부사장을 보면 '소리 없는 차가 강하다'는 옛 광고 문구가 떠오른다"며 "이해관계자들에 늘 겸손한 자세로 임하면서도 강단 있게 투자하는 스타일이 인상적"이라고 밝혔다.

상대의 처지를 꼼꼼하게 살피는 태도 역시 그의 강점으로 거론된다. 20년지기인 정일부 IMM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신중하게 사안에 접근하는 덕분에 매사 변수를 점검하는 자세가 몸에 배여 있다"며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면서 회사의 방향성 설계, 내·외부 리스크에 대한 대처 방안 등을 제언하는 역량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최근 정육 유통 온라인 플랫폼 '미트박스'를 운영하는 글로벌네트웍스의 주주 간담회에 다녀왔다. 그는 "강 부사장이 회사 경영진에게 신시장 개척, 비용 관리, 이용자 확보 전략 등에 관한 조언을 많이 들려주더라"며 "격월로 간담회가 열리는데 그동안 얼마나 깊이 고민했는지 잘 알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향후 계획 : 회수 수단 다변화로 '통합적 밸류체인' 구축

강 부사장은 스타트업 혹은 기술 전문기업의 인수·합병(M&A) 영역을 주시하고 있다. 기업공개(IPO)뿐 아니라 바이아웃 등으로 회수 수단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설립 이후 초기 지원에 주력하다가 그로쓰 투자까지 보폭을 넓혔다. 대형 벤처펀드 결성에 힘입어 가용 재원만 현재 2000억원이 넘는다. 이제 회수 단계까지 전문성을 강화해 투자 성과를 극대화하는 밑그림을 그렸다.

강 부사장은 "회수 수단을 다변화하면서 벤처 육성의 '통합적인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게 중장기 목표"며 "균형을 잡는 시니어와 도전적인 주니어가 함께 논의하면서 해답을 도출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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