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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M&A]하이닉스일까, 대우조선해양일까현대산업개발 인수의지 불분명, 닮은꼴 사례 회자

이명관 기자공개 2020-07-27 15:33:33

이 기사는 2020년 07월 24일 10: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향방이 안갯속이다. 지난해 HDC현대산업개발이 원매자로 등장하면서 순조롭게 새 주인을 맞이하는듯 보였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그 후 아시아나항공 M&A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인수 가정시 잘되면 SK하이닉스가 롤모델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현대산업개발 인수 후 항공산업의 반등이다. 항공업계가 대외 변수로 역대급 침체기를 겪고 있지만 치료제 개발 여부에 따라 얼마든지 반등 가능하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치료제 개발이 진행 중인데 개발 속도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치료제만 개발된다면 코로나19 악재를 극복가능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이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현재가 바닥이라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현재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유사한 형태로 진행된 M&A 사례가 있다. 현재 SK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자리잡은 SK하이닉스가 주인공이다. 인수 당시만 하더라도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등 떠밀려 인수한 모양새였다.

하이닉스의 전신은 현대전자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현대그룹의 반도체 제조사였던 현대전자가 LG반도체를 인수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그러나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며 경영난을 겪기 시작했다. 현대그룹도 하이닉스 반도체의 경영권을 포기할 정도였다. 이때부터 하이닉스는 경영 정상화되기까지 10년을 채권단 공동 관리 체제에 돌입했다.

경영난으로 투자가 어려웠던 하이닉스는 잇몸으로 버텼다. 블루칩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노후설비 재사용에 나섰다. 당시 노후설비를 재사용하는 사례는 없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1조원 이상의 투자부담을 줄이며 활로를 찾았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반도체 업황이 악화했고 하이닉스도 덩달아 어려움에 처했다. 결국 자금난을 버티지 못하고 2008년 말께 매물로 나왔다.

매각은 지지부진했다. 1차와 2차, 두 차례에 걸친 공개매각에서 하이닉스를 원하는 투자자자는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11년 3차 공개매각에 돌입했고 이때 SK그룹과 STX가 인수전에 참여했다. STX는 자진 인수의사를 철회했고 홀로 남은 SK그룹은 그렇게 하이닉스를 품었다. SK그룹은 그룹의 신성장 동력을 확보했고 하이닉스는 그룹 일원으로 안정적인 경영 환경을 조성할 수 있었다.

물론 SK그룹이 하이닉스를 인수하기까지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당시 내부에서 반대가 극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사회 내부에서 반대했던 이유는 가격과 경험이다. 2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또 반도체 경험도 없었던 터라 인수 이후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의 직간접적인 권유와 최태원 회장의 뚝심으로 빅딜이 성사됐다.

많은 이들의 우려는 이내 불식됐다. SK그룹의 대대적인 지원에 힘입어 곧바로 반등에 성공했다. 3조원 이상의 대규모 설비투자가 이어졌고 공정미세화를 통해 경쟁사에 비해 생산성도 비약적으로 높였다. 그 결과 최대 경쟁상대인 일본 엘피다가 파산을 선언하며 반도체 시장의 가격은 안정세로 접어들었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등과 함께 반도체 침체기 속에 이어진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았다.

이후 모바일기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시장에 호황기가 찾아왔다. 호황기에 편승해 SK하이닉스는 2013년 3조원을 상회하는 영업이익을 올리며 SK그룹의 효자로 거듭났다. 이후 상승세는 계속됐고 2018년 영업이익 20조원이라는 역대급 성과를 냈다.

◇대우조선해양 M&A 사례 회자

SK그룹의 하이닉스 인수 사례와 반대로 최악의 시나리오도 예상 가능하다. 현대산업개발이 미래 불확실성 리스크에 비중을 두고 인수 철회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이미 인수 철회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달라진 아시아나항공 사정을 문제로 거론하며 진술과 보증(R&W) 위반 사유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표면적으로는 인수의사가 있다고 밝혔지만 추가적인 요구조건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인수를 포기할 의사가 있다는 점을 내비친 셈이다.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할 경우 기 납부한 계약금의 반환 여부를 두고 법정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작년 12월 현대사업개발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하면서 2000억원에 이르는 계약금을 냈다. 자칫 건질 수 있는 게 없을 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앞서 대우조선해양 M&A에선 이 같은 상황이 실제 발생했다. 2008년 3월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을 매각에 착수했다. 매각 방식은 공개경쟁입찰이었다. 현대중공업과 포스코, GS 등 쟁쟁한 기업들이 입찰제안서를 냈는데 우선협상권을 확보한 곳은 한화그룹이었다. 한화그룹에 제시한 가격은 6조3000억원이다.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이후 양측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때 이행보증금 명목으로 3150억원을 선지급했다. 그런데 갑작스레 불거진 글로벌 금융위기 탓에 한화그룹은 인수대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이듬해 6월까지 계약을 체결하지 못했고 그대로 딜은 무산됐다.

문제는 이후에 발생했다. 산업은행은 양해각서에 따라 한화그룹이 지급한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이에 맞서 한화그룹은 이행보증금 반환청구 소송을 냈다. 근거로 MOU 약정과 달리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확인 실사를 하지 못했다는 점은 내세웠다.

1, 2심은 대우조선해양이 상장기업인 만큼 정보가 공개돼 있어 확인 실사는 불필요했다고 보고 한화그룹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한화그룹의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이해보증금 전액 몰취는 부당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이행보증금을 산업은행이 갖기로 한 조항은 위약벌이라기보다 계약 결렬로 산업은행이 입게 될 손해를 보전하는 성격으로 봐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었다. 그렇게 한화그룹은 3분의 1에 해당하는 1000억원을 돌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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