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오션 곡물사업 본격 '존재감' 상반기 매출 2018억원, 벌크 이어 2위…EGT 지분 인수 "여전히 협상 중"
유수진 기자공개 2020-08-18 10:59:08
이 기사는 2020년 08월 14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벌크선사 팬오션의 '부업' 곡물사업이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억대의 흑자를 내고 가파른 매출 성장률을 자랑하는 등 주요 사업부문으로 자리잡아가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한국판 카길(Cargill)'의 꿈에 한발자국씩 다가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곡물사업 상반기 매출, 전년비 31%↑…증가율 '최고'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팬오션은 올 2분기 곡물사업에서 매출액 1694억원, 영업이익 4억원을 시현한 것으로 추산된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40% 증가하고 영업손익은 흑자전환했다. 2018년 1분기 2000만원 가량의 흑자를 낸 적이 있으나 억 단위는 이번이 처음이다.
팬오션은 곡물사업 등의 활약에 힘입어 올 2분기 매출액 6834억원, 영업이익 64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8.1%, 27.3%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건화물선 운임지수(BDI)가 작년보다 21.3% 하락한 상황에서 되레 실적 개선을 이뤘다. 심지어 2015년 말 하림그룹에 편입된 이후 실적 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회사 측은 이번 호실적 배경으로 저시황기 스팟 용선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드라이벌크 부문의 수익성을 보전하고 유가하락으로 탱커 및 컨테이너 사업부문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점을 꼽았다. 대내외적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 실적을 극대화 했다는 설명이다.
팬오션 관계자는 "철저한 시장 분석을 바탕으로 회사가 영위하고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점, 시황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유효하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매출 확대의 한 축으로 곡물사업을 언급했다. 팬오션 측은 "곡물 트레이딩 부문에서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의 매출 상승을 기록했다"며 "당 분기 매출 상승을 이끌어낸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곡물사업의 상반기 매출은 작년 대비 30.7% 증가하며 전체 사업부문 중 가장 높은 성장성을 뽐냈다.
해상운송업이 주력인 팬오션에 곡물사업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부업' 성격이 강하다. 1966년 5월 해상화물 운송을 주력으로 하는 범양전용선㈜로 출범해 55년째 해운업을 '주업'으로 영위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곡물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건 하림그룹에 편입된 2015년 이후로 아직 5년이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업부문별 실적을 비교해보면 매출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 올 상반기 곡물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은 총 2018억원으로 벌크(8465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컨테이너(1238억원), 기타(879억원), 유조선(795억원) 순이다.
◇안정적 조달 위해 EGT 지분 인수…"계속 협상 중"
곡물 트레이딩은 하림그룹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키우고 있는 사업으로 추후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2015년 카길의 뒤를 이을 '세계 제2의 곡물 메이저'를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1조원을 투자해 팬오션을 인수했다. 카길은 세계 1위 곡물업체로 농업과 식품업, 제조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현재 팬오션은 식용·사료용 곡물을 해외 생산업자에게 구매해 한국과 중국, 동남아 등으로 판매·유통하고 있다. 수요국들의 곡물 수급 파악은 물론 정확한 시황 분석, 물류 운영 등 전문성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축산업에 필요한 사료 원료를 대부분 수입했던 하림그룹은 팬오션 인수로 원료 운송비 절감, 안정적인 유통망 확보 등 효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팬오션은 안정적인 곡물 조달을 위해 지난 5월 미국 곡물터미널을 운영하는 EGT 지분 재인수를 결정하고 마무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EGT는 미국 워싱턴주 롱뷰항 소재 수출터미널과 몬태나주 소재 4개의 공급시설을 보유 및 운영하고 있는 회사다. 현재는 지분 전량을 번기(63.75%)와 이토추인터내셔널(36.25%)이 나눠 갖고 있다.
사실 팬오션은 EGT 설립멤버 중 하나다. STX그룹 계열사 시절이던 2009년 곡물사업 진출을 위해 이토추(29%), 번기(51%)와 손잡고 합작법인인 EGT를 만들었다. 하지만 2013년 유동성 위기로 법정관리를 겪으며 양사에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이후 지난 5월 다시 지분을 되찾아오기로 결정하고 인수 가격과 시기, 방법 등 협상에 들어갔다. 계약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팬오션이 이토추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다만 협상이 시작된지 3개월이 지났으나 아직까지 눈에 띄는 진전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팬오션 관계자는 "대주주인 번기, 지분을 넘기는 이토추와 계속 협상을 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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