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8월 21일 07시5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증권이 '멀티 패밀리오피스'로 이름 붙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론칭했다. 고액자산가 자산관리 브랜드 SNI 고객 중 예탁자산 100억원 이상 초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기존 SNI와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도다.삼성증권의 멀티 패밀리오피스 서비스 전략을 뜯어보면 일련의 사모펀드 부실 사태로 위기에 빠진 국내 자산관리 비즈니스가 주목할 만한 몇 가지 패러다임의 전환점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최근 수년간 자산관리 비즈니스가 의존해왔던 사모펀드 중심의 금융상품 판매에서 탈피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사모펀드 판매의 핵심은 수수료수익이다. 수수료수익을 극대화하려면 외부 운용사로부터 1~2년 만기의 상품을 끊임없이 공급받으면서 상품 교체를 반복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정작 고객이 누릴 수 있는 메리트는 떨어져 단기적 자산관리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반면 삼성증권 멀티 패밀리오피스의 가장 큰 차별화 포인트는 삼성증권과의 코인베스트(co-invest)다. 삼성증권 IB가 소싱한 구조화금융이나 인수·합병(M&A) 딜에 고객이 클럽딜로 투자하거나 삼성증권 자기자본투자(PI)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등 기관투자자 수준의 고도화된 투자기회를 제공하면서 장기적인 관계 형성을 기대할 수 있다.
기존 강점을 살려 사업부문별 시너지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도모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코인베스트는 자산관리 비즈니스 차별화를 위해 비용을 들여 새로 도입한 사업모델이 아니다. 자산관리 비즈니스 수익성 저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삼성증권은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IB 비즈니스에서 해법을 찾았다.
대표적으로 올해 상반기 1조608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주선했는데 지난해 상반기 기록한 3630억원보다 크게 뛰어오르며 업계 최상위권으로 도약했다. 멀티 패밀리오피스 고객이 대주단 참여 등 여지가 더 확대된다는 의미다. 실제 기업 오너나 CEO를 고객으로 다수 유치하고 있는 만큼 이들과의 접점을 늘리면 향후 기업 딜에서의 자문 수주 확대도 기대돼 IB 실적 상승으로도 연결시킬 여지가 있다.
최근 사모펀드 신뢰도가 바닥을 치며 기존 자산관리 패러다임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 신규 사모펀드 공급이 사실상 막히면서 고객자금을 그나마 활황인 주식 직접투자나 랩 상품 등으로 돌리며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 기존 자산관리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를 뛰어넘을 변화가 필요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의 상황에서 삼성증권이 업계에 던진 화두가 변화의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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